커피도 ‘나오시는’ 시대, 기업은 고객을 모셔야 한다. 소비자야말로 경제활동의 종착점이자 생산자극의 근본이니, 유난이라 할 수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투표용지를 투자받아 입지를 굳힌다. 그들은 선거만 되면 고객 모시기에 급급하다. 큰절하며 스스로가 ‘을’임을 증명하고, 드넓은 광장에 홀로 서서 당의 혁신을 말한다. ‘갑’인 선거인에게 무릎꿇고 ‘믿어 달라’ 외친다. 선거인과 피선거인의 단순관계만을 봤을 때,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장면이다. 허나 그 때 뿐이다. 선거 전에 남발하던 그들의 이상적인 공약은 ‘현
‘한국 문학, 경박하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가 부서에서 처음 쓴 기사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20년이 넘게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한 최 기자. 그는 깊이 있는 통찰과 날카로운 비판, 절제된 문체로 문학을 지면에 녹여낸다. 스스로를 “문학작품과 독자 사이의 매개”라 표현하는 최재봉 기자. 그의 첫인상은 의외였다.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최 기자는, 그가 써내려가는 ‘무겁고 매서운’ 글과는 달리 왜소한 체구에 온화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기자를 얼빠지게 만든 최재봉 기자. 문학과 언론
여전하다. 정문과 넉넉한터는 오와 열을 맞춘 무리들로 북적인다. 귀에 익은 단어들이 반복되고, 낯익은 종이가 길바닥을 뒤덮는다. 인파 사이에는 흥이 난 이들이 있다. 익숙한 광경. 학생회 선거의 모습이다. 왜인지, 매년 이 즈음에는 어지럼증이 피어난다. 예년 같았으면 그냥 넘어가련만 올해는 영 켕기는 것이 흘려버리고 싶지가 않다. 사실 원인은 수 해 전부터 명확했다. 해마다 같은 옷을 걸치고 같은 말을 외치는, 무한의 동어 반복은 항상 어지럼증을 동반한다. 옷이나 문구는 차치하더라도 그 얼굴마저 같으니 머리가 아프지 않을래야 않을
일본의 대학언론은 죽었다. 학내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비판과 감시는커녕, 발행에도 어려움이 많다. 언론이 대학의 부속기관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상황만 놓고 봐도, 우리나라보다 더욱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의 지원금 역시 ‘부(동아리)’로 인정받아야만 얻을 수 있다.그럼에도 학교에, 그리고 지역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대학언론이 존재한다. 바로 UNN신문사다. UNN신문사는 교토대학, 오사카대학, 간사이대학 등 관서지방 9개 대학언론연합이다. 지난 1991년, 이들 대학언론에게는 한 주식회사에서 대학생
1년 전, 다섯 명의 대학언론 편집국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이 서로 공감하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대화의 주제는 ‘대학언론의 위기와 발전방향’. 머리를 맞댄 결과,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냈다. 바로 대학언론의 지역단위 연대다. 인력난, 재정난 등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은 물론, 심도있는 토론과 공감대 형성 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즉 연대의 활성화가 각 신문사 모두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윈윈효과’라는 것이다.그로부터 수개월 후‘. 부산대학언론연합’이 탄생했다. 전임편집국장들의 인계를 통해 이어진 모
유례없는 날들이다. 부정선거 의혹부터 국가적 재난의 연속, 언론 통제까지. 적어도 지금의 20대에게는 교과서에서나 봤을 법한, 낯선 광경이다. 과도기일까. 일찍이 최남선은 「해(海)에게서 소년에게」에서 소년의 계몽을 노래했다. 파도치는 바다와 각성하는 소년의 모습에는, 급격하게 밀려오던 혼란과 그의 시대 의식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시대적인 차이는 크다. 허나 또 다른 파도가 몰아치는 현재의 상황은 당대와 비견할 만하다. ‘20대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는 혹자들의 구호 역시 매한가지다. 지금,
1906년 8월, 독일의 한 회사에서 업무규칙을 개정해 발표했다. 무려 ‘하루 8시간 근무제’. 당시 독일의 법정 근로시간이 10시간이었으니,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회장의 말이 발단이 됐다. 그는 직원들을 노동자가 아닌 동료라 불렀고, 동료들의 근무 조건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마침내 이를 실현한 회장. 다른 곳에 비해 짧은 노동시간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수장 밑에서 노동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해당 회사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책임감에서 비롯된 공고한 신뢰, 그 결실이다. 1
학생들은 학교를 뛰쳐나와 거리로 달려든다. 최루액이 도시를 휘감는다. 물대포가 난무하고 고무탄이 날아다닌다. 무장경찰들과 시위대가 대립하고 있다. 반대세력의 시위도 이어진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중계하던 SNS는 접속이 차단된다. 거리에는 노란리본이 휘날린다. 지금, 홍콩의 모습이다. 눈앞에 보이던 홍콩의 민주주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997년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며, 20년 후 행정장관 직선제와 독립적 사법제도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껍데기만 남았다. 중국의 변심일까, 본심일까. 지난 8월 중국 정부는 행정장관 후보를 중국당국이
△인터뷰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인물의 프로필을 살피는 것이다. 그런데 정윤수 평론가의 프로필에는 ‘학력’이 나와 있지 않더라. 칼럼을 꾸준히 쓰려면 즉각적인 감각과 정보만으로는 힘들 텐데, 정 평론가의 학력이 궁금하다.뭐 특별한 사연은 없어요.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그때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분위기도 굉장히 살벌했어요. 사상적 통제나 생활규범에 대한 통제가 굉장히 강했던, 전두환 시대의 통치가 굉장히 견고하고 잘 작동될 때였죠. 지금에야 이렇게 말하지만, 고등학생 때야 뭘 알겠어요? 그저 제가 읽고 싶은 책
‘결국 9월 11일, 이들은 도전을 멈췄다.’ 연휴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전, 기사의 한 구절이 가슴을 울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팀 해체 소식이었다.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좌절이 되는 프로 스포츠계. 구단은 실패한 선수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은 갈 곳을 잃고 만다. 때문에 경쟁에서 낙오된 선수들에게,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을 내밀었던 원더스의 해체는 충격이었다. 이들은 또다시 기회를 잃었다.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에게 관심 받지 못하는 식물은 숨
-정희준 스포츠칼럼니스트 “사실 ‘연아 빠’들은 김연아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 거야. 글은 읽지도 않고 비판했다는 사실만으로 날 욕하는 거죠” 거침없는 말투. 정희준 칼럼니스트는 인터뷰 내내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조금 센 듯한 그의 발언에도, 선한 인상과 부드러운 목소리 때문인지 결코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감화되며 설득 아닌 설득에 넘어가고 있었다. 정희준의 칼럼을 읽기 시작했을 때처럼. 정희준 칼럼니스트는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특히 스포츠계에서 쉬쉬하는
“어서 와요” 익숙한 목소리가 기자를 반겼다. 의 강백호, 의 루피, 의 손오공, 의 코난, 의 이누야샤까지. 주인공이란 주인공은 죄다 연기한 강수진 성우의 목소리였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목소리에, 초면에도 친숙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 , 등이 큰 인기를 끌며 ‘더빙도 괜찮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이와 함께‘목소리로 연기하는’ 성우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환경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열악한 작업 환경과 적은 수익, 일부 성우에
‘바보’가 등장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대처하며 비겁함과 무능력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대책 또한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다. 국민들의 조롱만이 늘어났다. 필자는 이를 지켜보며 내 생에 두 번은 볼 수 없을 것이라 감탄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추한 민낯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었다. 똑같은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우리학교 대학본부와 총학생회의 모습이다. 문창회관 성추행 사건에 대처하는 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지난해 기숙사 성폭행
‘2014년 언론자유지수’ 57위.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은 스스로를 정론지라 부르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오보를 기정사실화시키고 펜대를 휘두른다. 거대한 자본 앞에 생산되는 끊임없는 거짓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 일명 조중동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 영화. 의 태준식 감독을 만나봤다.“개봉을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태준식 감독. 전국 19개 관에서 영화가 상영되지만 그는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았다. 독립영화 시장의 구조 때문이다. "시장 자
‘아이비 리그(Ivy League)’ 미국 동부 지역에 있는 8개 명문대학을 일컫는 말이다. '아 이비(Ivy)'는 미국의 오래된 대학에 담쟁이 덩굴로 덮인 건물이 많은 데서 비롯했다. 담쟁이 덩굴이 아이비 리그를 상징하는 것이다. 대학에는 그 대학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대에도 아고라광장이 있다 이곳은 1970년대 후반부터 재학생들의 집회 장소로 자리 잡았다. 이후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고대 그리스의 토론의 장인 ‘ 아고라’로 불려졌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모두 기념될만한,
문화유산을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두들기는’ 사람.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의 첫인상은 언론에서 비춰진 모습과는 달랐다. ‘밥 먹었느냐’며 간식을 챙겨주는 그의 모습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황평우 소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단단히 마음먹고 간 기자가 당황할 정도로.되돌아보고, 돌아오다황평우 소장은‘ 현대자동차 입사 1년차 영업왕’ 출신이다.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문화유산정책 전문가인 그의 직업은 놀랍게도 자동차 판매원이었다. 황평우 소장은 대학을 중퇴하고 한 재야단체에서 활동했다. 잠시 인
만우절의 페이스북은 소란스러웠다‘. 뉴스피드’에는 수많은‘ 낚시’ 글들이 하루 종일노출됐다. 당연한 일이었다. 특정 콘텐츠를 친구로 설정한 사용자, 즉 페친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는‘ 좋아요’ 기능은 만우절 장난에 최적화 돼 있었다. 우리나라 페이스북 사용자가 천만여 명에 이르렀으니 그 파급력도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의 만우절 장난은 모두 웃어 넘겼다. 지나치게 난무하는 거짓말들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이에 무감하게 만들었다.비단 만우절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단지 그 수가 적었을 뿐, 평소에도 만우절 장난은 계속됐
한준희 위원은 인터뷰 내내 헛기침을 하며 음료를 들이켰다. “오늘 목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아요” 모 프로그램에서‘ 목 건강 위험도 1위’를 기록한 이력이 있는 한 위원은 일주일에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바쁜 스케줄에 진료를 미루다가 치아 13개를 치료했다던가, 단순 아토피로 생각해 방치하다가 후에 대상포진임을 알았다던가. 건강을 챙길 시간도 없이 일에 매진하고 있다. 약속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한 한 위원. KBS 본사 신관 로비에서 마주한 그는 인터뷰가 끝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말을 쏟아냈다.축구, 떼려야 뗄
인문학도는 무얼 하며 먹고사나. 미래의 선택지는 넓으나 취업의 문턱은 좁기만 해 도무지 정답을 찾을 수 없다. 인문학 덕에 세상을 보는 시야는 넓어졌지만 미래는 캄캄하기만 하다. 주위의 인문학도들은 일찌감치 좁은 길을 비집고 들어간다. 제 살길 찾기 위해 혈안이다. 유유자적 대학생활을 보내던 인문학도들은 커다란 세상의 벽 앞에, 가던 길 되돌아와 남들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사회는 냉정하다.‘ 4대그룹’ 신입사원 채용에서 인문계 합격자 비율이 20%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경쟁률도 이공계에 비해 아홉 배가 넘는다. 모 그
20대를 주목하기 전까지신부가 되기를 꿈꿨던 그는 신학을 전공했다. 신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흥미를 느꼈지만 종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사회학으로 가장 분석하기 좋은 학문이 신학”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와 같은 종교적 주술에 갇혀있는 현상을 하나의 메카니즘으로 파악하는데 있어 신학 공부는 큰 도움이 됐다.종교에 회의를 느끼면서부터 자연스레 사회학을 접하기 시작했다. 복수전공 제도를 통해 사회학을 공부하던 그는 교수의 추천을 받아 대학원에 응시하게 됐다. 대학원을 다니던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