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9월 11일, 이들은 도전을 멈췄다.’ 연휴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전, 기사의 한 구절이 가슴을 울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팀 해체 소식이었다.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좌절이 되는 프로 스포츠계. 구단은 실패한 선수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은 갈 곳을 잃고 만다. 때문에 경쟁에서 낙오된 선수들에게,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을 내밀었던 원더스의 해체는 충격이었다. 이들은 또다시 기회를 잃었다.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에게 관심 받지 못하는 식물은 숨 쉴 기회를 잃는다. 짝사랑 상대에게 관심 받지 못하면 연애 대상이 될 수 없다. 관심을 끌지 못하면 기회를 박탈당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시시한 이야기다.

 

  우리학교에도 무관심이 관통했다. 학내를 떠도는 여러 사안들이 무관심에 허덕이고 있다. 이번 학기부터 시행되는 공간비용채산제. 들어본 적은 있는가? 시행 전부터 그 효용성이나 부작용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제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매일같이 드나드는 캠퍼스의 얼굴, 정문. 그 외관에 한 번쯤 의아했을 법도 한데, 성형 계획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드물다. 단지 열성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극소수만이 위안을 줄 뿐이다. 사용하는 건물을 보수해 준다 손을 내밀어도 심드렁하다. 낡았다며 불만을 토로하던 이들은, 정작 귀찮다며 외면할 뿐이다. 관심 좀 가져달라 아무리 외쳐대도, 그 외침이 미리내를 거쳐 캠퍼스를 떠돌아도, 돌아오는 건 대답 없는 메아리다.

 

  무관심이 기회를 잠식하고 있다. 높은 밀집도에 터져나갈 것 같은 캠퍼스. 어쩌면 공간비용채산제가 이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어영부영 흘러가는 이대로는 학교의 골칫덩어리가 될 것이다. 정문개선사업? 꽉 막힌 정문의 모습은‘ 흉물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메이크오버’의 떡밥이 눈앞에 놓여 있지만 그저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오히려 이 떡밥을 내다 차버릴 기세, 취소의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우리학교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건물은 무관심에 길을 잃었다. 새 단장의 기회가 나침반 없이 표류하고 있다. 당신도 모르는 새 학교를 개선할 기회는 사라져가고 있다. 스스로가 기회를 야금야금 좀먹고 있는 것이다.

 

  박지성과 히딩크를 생각해보자. 왜소한 체구로 프로 구단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박지성. 이 숨겨져 있던 원석을 히딩크가 발견해 국가대표로 발탁, 월드컵 신화를 써내려간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덕분에 박지성은, 알다시피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만약 박지성이 히딩크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학교도 마찬가지다. 개선의 목소리가 박지성처럼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녀도, 당신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원석에 머물 뿐이다. 지금 우리는,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다. 갈 길을 잃은 원더스의 선수들을 생각해보라. 도전을 멈춰야 했던 그들의 눈물 속에서 학교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흔한 이야기는 재미없기 마련이다. 당신들의 학교다. 시시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지는 말자. 당신도 신화를 써내려갈 수있다. 마치 박지성과 히딩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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