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의 페이스북은 소란스러웠다‘. 뉴스피드’에는 수많은‘ 낚시’ 글들이 하루 종일노출됐다. 당연한 일이었다. 특정 콘텐츠를 친구로 설정한 사용자, 즉 페친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는‘ 좋아요’ 기능은 만우절 장난에 최적화 돼 있었다. 우리나라 페이스북 사용자가 천만여 명에 이르렀으니 그 파급력도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의 만우절 장난은 모두 웃어 넘겼다. 지나치게 난무하는 거짓말들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이에 무감하게 만들었다.

비단 만우절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단지 그 수가 적었을 뿐, 평소에도 만우절 장난은 계속됐다. 좌건 우건 서로‘ 사냥’을 위해 페이스북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고 댓글은‘ 선동’이라는 단어가 도배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정치적인 글들이 난무하고‘ SNS 유언비어 바로잡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마따나 글의 진위여부를 다투는 댓글 전쟁도 계속되고 있다‘. 좋아요’의 확장성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페친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려주고 싶어 안달난 듯 버튼을 클릭해댄다. 사용자들은 이를 원치 않아도 볼 수밖에 없다. 반강제적으로 이 장면을 목격한 사용자들은 자연스레‘ 전쟁터’로 발을 들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전쟁이 사용자들을 불신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지의 진위여부를 의심하는 마음은 페친들을 의심하는 마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거짓말’이라 생각되는 글을‘ 좋아’하는 페친들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본디 SNS의 순기능을 친구들 간의 소통이라 한다면, 이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허나 그 소통의 관계가 다툼으로 변질된 것이안타까울 따름이다.‘ 좋아요’를 한번 클릭할 때마다 페친들의 불신은 늘어만 가고, 이것이 반복되며 서로에 대한 신뢰는 사라져가고 있다. 개인화된 사회에서 이를 해결할 소통의 장으로 주목받았었던 페이스북이 무너져가고 있다.

편리하게 소통을 즐길 수 있는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정신적 안식처인 동시에 또 하나의 사회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표출하고자 하는 것은, 표현욕 강한 인간의 본능으로 미뤄봤을 때 당연하다. 다만 이것이 스스로의 목을 옥죄었다. 소통을 원하던 이들은 무언가를 좋아함으로써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다. 스스로 만든 불신의 피해자가 돼버린 것이다. 이제는 되물릴 수도 없다. 서로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가‘ 좋아요’를 클릭함으로써 유도하는데 이를 어찌 막을 수 있겠나. 6·4지방선거를 앞둔 정치판에서도 그 확장성에 주목해 페이스북에 목을 맨다하니 그 파급효과도 너무나 커져버렸다. 스스로 불신하는 페이스북은 스스로를 죽이고 있다.

실제 사회에서도 페이스북에서도, 불신은 일상이 됐다. 만우절의 의심도 특별하지 않았다. 여느 날과 같이 일상적으로 의심했고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무감했다. 이제는 반복되는 의심에 무덤덤해져 페이스북을 의심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결국엔 오늘도 내일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다. 365일 만우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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