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날이다. 그동안 꼭 가을야구에 진출하겠다며 수없이 팬들을 속여왔던 롯데자이언츠지만 올해는 팬들의 기대감이 조금은 남다른 상황이다.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명장 ‘김태형 감독’이 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믿음직한 감독의 존재 덕분일까. 자이언츠 선수들의 마음가짐 역시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훌륭한 코칭 스태프와 투지 넘치는 선수들만이 가을야구 진출의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위기 상황 시 좋은 선수들을 빠르게
2021년 리저렉션편까지 만들어진 영화 ‘매트릭스’(1999년 개봉) 1편에서 주인공 네오는 행복한 가상 현실을 유지하게 해주는 ‘파란 약’과 고통스럽지만 진짜 현실을 직면하는 ‘빨간 약’ 중 후자를 선택합니다. ‘빨간 약’을 먹은 네오는 자신이 그동안 기계에 의해 사육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길에 나서게 됩니다.비장애인으로 43년, 기자로 16년간 살았던 제가 비자발적으로 ‘빨간 약’을 먹게 된 순간은 2020년 여름이었습니다. 2015년 처음 혈액암이 발병한 이후 두 번의 재발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4년 만에 회사에 복귀
상황 1. A는 a를 양육한다. A와 a는 함께 식당에 갔다. a가 식당에서 뛰어다니자 A가 “뛰면 안 돼!”라고 소리쳤다. a는 그 말을 듣고 뛰지 않았다.상황 2. A는 혼자 미술관에 갔다. A가 작품을 만지려고 하자 미술관 직원 B가 “만지면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A는 그 말을 듣고 만지지 않았다.이 두 상황은 근대 이후 일상생활과 인간관계에 미세하게 침투하고 있는 미시 권력의 형태를 보여 준다. 종교와 국가의 영역에 집중되어 있던 근대 이전의 권력은 15세기 이후 근대의 합리적 이성이라는 힘을 통해 보편적 진리와 타당한
최근 몇 년 동안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면서 동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실시하는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2021년 결과에 따르면 국민 25%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에는 동물이 나오는 컨텐츠가 넘쳐나고 관련 산업의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동물의 처우가 그만큼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유실·유기동물의 숫자는 2021년 기준 11만8천 마리를 넘었고 이 중 절반이 보호소에서 죽거나 안락사 당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2022년부터 동물학대 처벌 기준이 3년 이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ENA드라마 9화 중)작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던 인기 드라마에 나온 선언문이다. 방영 당시 출연했던 배우와 더불어 그 스토리까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에피소드이다. ‘어린이 해방본부 총사령관’이 당최 무엇을 어떻게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꽤나 근사한 직책처럼 들린다. 어떻게 보면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저 대사는, 그조차 어른들이
보도 위를 구르는 색색 단풍잎 속에서 문득 이곳이 고생대의 숲이었음을 기억해낸다. 우리의 삶은 과거 선택들이 적층된 서로 다른 무한대의 겹으로 중첩되어 있다. 빛과 물질이 ‘입자면서 동시에 파동’임을 입증한 양자역학의 개념처럼 말이다. 한 장면에 무수한 풍경들이 공존하고 동시에 여러 가능성이 작동한다. 몸 안의 DNA가 가진 무수한 시공의 겹, 그것이 생명의 결이다.모든 사건은 기실 무한한 적층을 이루며 도도히 흘러간다. 동시에 존재하며 부재하는 시간과 공간, 그 속에 굽이치며 방향과 깊이를 만드는 물결을 우리는 삶이라고 부른다.
몇 년 전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메달리스트는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건물주가 되는 것입니다.” 이 사례보다 한국사회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인터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건물주가 될 수는 없다. 모두가 서울대에 갈 수 없듯이, 모두가 공무원이, 교사가 될 수 없듯이 모두가 건물주가 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냉엄한 현실이다.나는 부산대 앞에서 10년간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다. 배제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 모이는 소통의 장소, 배움의 장소, 놀이의 장소를 만들
"결혼은 어떻게 하나요?"주변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면, 거의 반드시 듣는 질문이다. 특히,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인 것 같기도 하다. "결혼할 사람을 보면 정말 느낌이 딱 오나요?"라고 묻기도 하고, "남은 인생을 결정하는 선택인데 그걸 어떻게 해요?"라며 막막해하기도 한다.과거에는 결혼이라는 게 적당한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는 일에 가까웠다면, 요즘에는 할지 말지부터 고민되는 문제가 되었다. 결혼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더라도, 몇 살쯤에 할지도 천차만별이다. 결혼 적
필자는 그 유명한 586세대다. 그런데 이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이라는 이라는 말에는 차별이 내재해 있다. 이 단어에는 학번이라는 학력 차별적 요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은 ‘586’이라는 말에서 배제된다.그런데 자칭 타칭 민주화 세대로 불리는, 이 차별적 단어의 주인공인 ‘586세대’가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기득권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스스로를 양심세력으로 규정한 이들이 ‘학력차별’을 조장하고, 학력차별을 당연시하고, 학력차별을 위장하고 있다. 대학서열화의 첨단에 586이 있다
지난 8월 20일 기장 오시리아역 부근 쇼 플렉스 건립부지에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특별음악회’가 열렸다.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4천여 명의 관객이 주최 측이 나눠준 비옷을 입고 관람했다. 궂은 날씨 탓에 열악한 야외공연이었지만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유키구라모토, 가수 소향 등 최고의 예술가가 무대에 올랐다. 관객 대부분은 우산이 있었지만 주변인의 관람에 방해될까 비옷만 입은 채 2시간의 공연을 즐기는 것을 바라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진흙 바닥에 옷이 젖어도 자리를 지키며 관람하는 수많은 부산 사람들 속에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나는 만학도에 가까웠다. 120여명의 전교생 중에서 나이 많기로 열 손가락 안에는 들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학교 생활의 목표가 있다면, 가능한 한 청춘남녀의 학교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다니는 일이었다. 상대방이 나이가 많건 어리건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고, 누구에게나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예의를 갖추려고 애썼다.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나만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20대들도 그렇게 지내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섣불리 형이나
글쓰기에 대한 책을 출간한 이후, 관련된 강의에서 거의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되나요?”이다. 그러면 나는 항상 먼저 ‘작가’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따라 어떻게 되는지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작가의 정의는 비교적 명확했다. 신문이나 잡지 지면 등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던 시절에는, 일단 등단을 통해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거나 신문 등에 칼럼을 실어서 글을 ‘공표’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작가가 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혹은 출판이 비교적 까다로웠던 시절에는 출판 자체
우리 시대에 SNS는 수많은 사람들의 애증의 대상이다. SNS에서는 연예인이나 샐럽 등 인플루언서의 삶을 어디에서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자기의 삶도 아름답게 전시할 수 있다. 나아가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면 실제 인생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소소한 홍보 영업을 할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한 업계의 스타가 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여행지나 맛집, 상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만 본다면, SNS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그러나 SNS가 주는 불행감이나 우울감 또한 적지 않다. 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