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배경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인류가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 되는 미래 사회다. 죽어가는 지구를 대신할 행성을 찾아 미지의 우주로 떠나는 우주비행사들에게 브랜드 박사는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Dylan Thomas)의 시를 한 편 읽어준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필자는 지난 2월부터 ‘기후 유권자’에 관해 취재하며 인터넷 검색창에 하루에도 몇 번씩 ‘기후 위기’를 검색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사는 지구는 죽어가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관측됐고 이에 따른 재난과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에게도 어두운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구의 온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올라가고 있다. 이에 필자를 비롯한 청년들 역시 위기의식을 느꼈다. 최근에는 SNS에서 음식을 포장할 때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자는 ‘용기내 챌린지’가 유행했고,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 텀블러를 들고 커피전문점에 가는 등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작은 행동들에도 불구하고 공장에서는 쉴 새 없이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하루에도 수백만 톤의 폐수가 방류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위기감은 불안감, 그리고 무력감으로 변해갔다.

지난해 5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가 발표한 ‘2023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조사’에 따르면 44개국의 약 2만 3,000명의 MZ세대 응답자 중 약 60%가 지난 한 달 동안 환경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벌어질 미래의 위기에 대한 두려움, 문제의 심각성을 느낌에도 이 거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괴리감, 이 상황에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무력함. 청년들은 이 모든 감정을 겪고 있고, 필자 또한 그랬다.

그러나 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희망의 씨앗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기후 투표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후 투표의 주체인 기후 유권자는 기후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선거의 중요한 이슈로 고려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정치적 입장을 가리는 기준이 경제나 일자리 등이었지만, 이제는 기후 위기가 또 다른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여야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총선 10대 공약에도 기후 위기 대응이 대원칙으로 제시되었다.

지구는 언젠가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자연의 흐름에 비해 우리 개인의 영향력은 작을지라도, 우리는 행동하여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후 유권자를 비롯한 많은 청년이 빛이 꺼져가는 현실에 분노하며, 그 분노를 변화로 이끌 수 있길 바란다.

김태이 효원헤럴드 국장
김태이 효원헤럴드 국장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