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 A는 a를 양육한다. A와 a는 함께 식당에 갔다. a가 식당에서 뛰어다니자 A가 “뛰면 안 돼!”라고 소리쳤다. a는 그 말을 듣고 뛰지 않았다.

상황 2. A는 혼자 미술관에 갔다. A가 작품을 만지려고 하자 미술관 직원 B가 “만지면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A는 그 말을 듣고 만지지 않았다.

이 두 상황은 근대 이후 일상생활과 인간관계에 미세하게 침투하고 있는 미시 권력의 형태를 보여 준다. 종교와 국가의 영역에 집중되어 있던 근대 이전의 권력은 15세기 이후 근대의 합리적 이성이라는 힘을 통해 보편적 진리와 타당한 원칙을 정립하고 일종의 자기 통치 기술(자기-반성적 인간)의 형태로 탈-집중화하며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근대의 시대 정신은 종교나 국가의 영역에 속해 있던 권력을 해체하고 이성적 존재인 인간에게 재분배함으로써 인간을 역사 진보의 주체로 인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문제는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 진리와 타당한 원칙 그리고 그에 기반한 자기 통치 기술이 자신을 보편타당의 정상으로 삼는 동시에 보편타당의 타자를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사회 통치 기술, 즉 권력의 형태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권력은 언제나 복종을 내재한다. 자기-반성적 인간을 통한 자유와 해방의 실행이라는 근대의 야심 찬 기획은 일종의 권력으로 전환함으로써 복종의 주체를 요구했다.

권력의 형태로 전환한 근대의 기획은 비-정상을 하나의 존재 형태로 인정함으로써만 실행할 수 있었다. 비-정상은 정상의 긴장감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 형태였다. 비-정상이라는 타자의 계기가 없이 정상은 추상적이고 공허할 따름이기에, 정상은 자신을 구체화하는 계기로서의 비-정상을 인정했다. 근대의 기획은 결국 비-정상이라는 타자를 인정함으로써만 가능할 수 있었다.

권력의 실행을 위해서는 정상과 비-정상의 두 존재 형태에 위계를 부여해야 했다. 복종의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식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인식 가능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둘 중 누가 한 사회의 주체로 인정받을지를 결정하려 했다. 그렇기에 지식 소유자는 이 결정에 우월한 지위를 가지며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즉, 기준에 따른 결정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지식 소유자 자신이 있는 곳 바로 그곳에 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식과 결합한 권력은 누가 대상에 관해 더 잘 아느냐에 따라 행사된다.*

《포스트모던 어린이》는 어린이라는 존재 형태가 훈육의 대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편타당이라는 개념에 근거한 근대의 연속으로 이해하고 이러한 계몽적 사고가 봉착한 위기 상황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전시의 1부가 근대의 보편타당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어린이를 훈육이라는 개념으로 억압했는지에 대한 고찰이었다면 2부는 보편타당이라는 개념과의 거리를 두며 규칙과 규율의 해체에 대한 상상적 상황을 드러낸다. 거리두기를 통해 생겨날 엉성한 누락과 틈새. 포스트모던이라는 단어를 적당히 취함으로써 이미 보여지는 어수선함. 근대의 견고한 서사에서 오는 동시대의 열등감. 이 불안한 모순의 공간 속에서 어떠한 상황이나 사건도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반드시 효율로만 환원되지 않는 이 자유를 통해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가 된다. 그 다양한 가능성 중 어떤 실존 형태를 자신에게 부여할지는 물론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이다.

《포스트모던 어린이》라는 다소 기묘한 전시 제목을 규정하는 데 의식적인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그 의미를 다시 규정함으로써 또다시 특정한 존재 형태를 만들어 낼 거라는 불안 때문이다. 그 제목을 보았을 때 근원적으로 근대의 보편타당이라는 개념에 질문을 던지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나와 타자의 생각이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요구 또한 강제된 요구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전시가 마련한 근본적인 틀은 참고하되 그 근원적 질문에 관한 다양한 사유는 전시를 통해 직접 체험하고 토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1926-1984)의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1975)과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1924-1998)의 『포스트모던의 조건』(1979) 그리고 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의 『포스트모던의 테제들』(2012)의 큰 도움을 받았다.

부산현대미술관 최상호 학예연구사
부산현대미술관 최상호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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