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면서 동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실시하는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2021년 결과에 따르면 국민 25%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에는 동물이 나오는 컨텐츠가 넘쳐나고 관련 산업의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동물의 처우가 그만큼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유실·유기동물의 숫자는 2021년 기준 11만8천 마리를 넘었고 이 중 절반이 보호소에서 죽거나 안락사 당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2022년부터 동물학대 처벌 기준이 3년 이하의 징역, 3천 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었지만 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의 익명성 뒤에 숨어 길고양이 학대 영상을 공유하거나,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을 악용해 ‘보호소’를 사칭하는 신종 펫샵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나 사회적 인식은 비례해서 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물 유기나 학대는 다른 사회적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한다. 유기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동물 소유자의 책임 인식일 것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어웨어가 가 지난해 11월 국민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8퍼센트가 유기동물 발생 이유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책임 인식 부족’을 꼽았다. 동물의 특성과 양육 방법, 반려동물을 기르는데 드는 비용과 노력 등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지 않고 동물을 기르는 것은 양육을 포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 기본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사전교육 이수제를 도입해 양육자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동물학대의 경우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예방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나 도구, 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 일부 유형의 행위를 동물학대로 열거하고 있어 그 범위가 제한적이다. 또한 죽음, 상해 등 물리적 학대가 발생한 경우에만 학대로 인정하고 있어 동물이 고통을 겪고 있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손을 쓰기 어렵다.

또 다른 맹점은 동물 학대자가 동물을 기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동물학대로 처벌받은 사람이 동물을 기르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소유자에게 학대를 당한 동물이라도 소유자가 보호비용을 부담하고 반환을 요구하는 경우 소유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동물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정도 미흡하다. 반려동물 생산업 영업 기준만 보아도 개, 고양이 75마리 당 1명의 인력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공장형 번식장을 허가하는 구조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개, 고양이들이 경매장을 거쳐 펫샵으로 유통되는 구조는 그 과정에서 동물복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고, 동물을 물건처럼 쉽게 사고 팔고 버리는 풍조의 원인이 된다. 최근 양평에서 한 남성이 개 1,200마리 이상을 굶겨 죽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해당 남성은 경매장에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 동물들을 돈을 받고 수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 유기나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엄벌’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처벌 기준만 높여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동물복지는 학대를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정상적인 행동을 나타낼 수 있는, ‘살 만한 삶(Life worth living)’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돌봄의 의무(duty of care)’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사람의 관리 하에 있는 동물이라면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복지 기준을 수립하고, 동물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돌봄 의무를 다 하도록 할 때 동물유기나 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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