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반려동물 시대라지만
-한해 동물 유기 10만 마리 넘어
-'동물=물건' 법체계상 한계 뚜렷
-"미국 등 선진 사례 도입 필요"

‘생산되고, 판매되고, 구매되고, 버려지고’ 물건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와 공존하는 동물의 이야기다. 천만 반려인구 시대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반려동물 콘텐츠가 쏟아진다. 이를 두고 ‘개 팔자’ 그리고 ‘냥 팔자’가 상팔자라지만, ‘선택받지 못한’ 동물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지난 8월 13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22 반려동물 보호 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 동물의 수는 11만 마리를 상회한다. 그중 27.5%만이 재입양됐고, 43.7%는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았다.

지난 8월 19일 고성군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개최한 '찾아가는 유기동물 입양제' 행사. 유기견이 철장 속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다민 기자]
지난 8월 19일 고성군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개최한 '찾아가는 유기동물 입양제' 행사. 유기견이 철장 속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다민 기자]
지난 8월 7일 펫숍에서 강아지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김소영 기자]
지난 8월 7일 펫숍에서 강아지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김소영 기자]

■거리 헤매는 10만 마리 동물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거리를 헤매다 구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통계상 △2019년(135,791마리) △2020년(130,401마리) △2021년(118,273마리) △2022년(113,440마리)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집계됐으나, 최전선에서 유기 동물들을 마주하는 종사자들은 감소를 체감하지 못한단 반응이다. 이에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꾸준히 인력난을 호소한다. 우리 대학 유기 동물 봉사 동아리 ‘디딤돌’의 회장 김서현(음악학, 21) 씨는 “실제 현장의 유기 동물은 늘고 있지만 봉사자는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심인섭 대표는 “유기 동물 감소 추세는 처음 듣는 소리”라며 “10년 전부터 부산에서 활동을 개시했는데 체감상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부산시는 지난 해 유기묘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두 번째로 유기묘가 많이 나오는 지역으로 집계된 것이다. 지난 해 부산시의 유기묘 발생 수는 전체 3만 건 중 10.2%를 차지했다. 16.1%를 기록한 경기도 다음이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회장 [김소영 기자]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회장 [김소영 기자]

■국가 묵인 하에 ‘물건’이 된 동물

전문가들은 동물 유기의 근본적 원인으로 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문화를 지적한다. 펫숍에서 큰 절차 없이 무턱대고 동물을 구매한 사람들이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동물을 버린단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은 ‘펫숍’에서 공공연한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펫숍에서 판매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개농장’이나 ‘번식장’으로 불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불법 번식을 통해 유통된다. 심 대표는 “백화점에 가도, 마트에 가도, 오일장에 가도, 심지어 집 밖을 나가지 않고도 반려동물을 구매할 수 있다”며 “그러니 한쪽에서 계속 구조를 해도 한쪽에서는 계속 버리는 밑 빠진 독 상태”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법체계상으로도 동물은 물건이다. 지난 4월, 여야 원내대표는 동물을 법령상 ‘물건’으로 간주하지 않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 5월 동물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해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신 지난 4월 개정 동물보호법의 시행으로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처벌이 과태료 처분에서 벌금형으로 강화됐지만 처벌 수위가 여전히 약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4월 전국에서 활동하는 15개 동물보호단체는 국회 앞에서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 4월 전국에서 활동하는 15개 동물보호단체는 국회 앞에서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서 동물의 매매 행위를 부추기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현재 동물보호법을 관장하는 농식품부에서 번식장과 펫숍 업자를 지원해야 할 ‘축산업 종사 농민’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생산하는 번식장이 잇따라 고발되고 있어 문제다. 심 대표는 “펫숍 규제는 유기 동물 입양이 보편적인 입양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는 동물 수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독일 △영국 △캐나다 일부 △미국 일부 주 등의 선진국에선 영리성 펫숍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기동물보호센터 현황 및 운영에 관한 연구(2013)’ 논문에 따르면 독일에서 반려동물 입양 대부분은 ‘티어하임(tierheim)’이라는 하나의 동물 보호소 입양 체계 하에 이뤄진다. BBC 코리아의 지난 8월 22일 보도를 보면 영국은 2018년부터 6개월 미만의 반려동물을 유기센터나 가정 입양을 통해서만 입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도 번식장에서 행해지는 동물 학대 방지와 동물권 존중을 이유로 지난 해 12월부터 펫숍에서 동물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다음해 12월부터 뉴욕주의 펫숍은 유기 동물과 예비 양육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동물은 생명" 커지는 목소리

동물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유기 동물의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부산시에서는 유기 동물 입양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는 5곳의 민간 위탁 유기 동물 보호소가 운영 중이다. 구조된 동물들은 위탁 보호소로 옮겨진 뒤 10일간의 공고 기간 동안 원주인을 기다린다. 원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동물들은 시에서 소유권을 취득해 입양 보낸다. 현재 부산시는 보호소나 입양 센터에서 유기 동물을 입양한 견주에게 15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심 대표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자체 보호소를 통해 입양하거나 믿을 수 있는 민간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심 대표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일은 크나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입양은 최소 15년에서 20년 동안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며 “양육자는 그동안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을 제공할 책임이 있으며 동물이 아플 때 동물 병원에서 수백만 원을 결제할 수 있는 경제력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충동적인 입양을 하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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