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영업 관리 강화 방안' 전문가 제언
-모견 등록번호 부여·입양 전 교육 등 호평
-민간 보호소에 파양 창구 마련엔 '갸우뚱'
-"행안부·기재부 등 유관 부서 협업 있어야"

동물 생산업장이 기르는 개를 정부에 등록하는 ‘생산업 부모견 등록제’가 도입된다. 또 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면서 동물을 판매하는 ‘신종 펫샵’을 처벌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추진된다. 팔리지 않는 개를 학대시켜 죽게 만들거나 고액의 돈을 받고 파양동물을 받아 학대 유기하는 등 최근 대두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이 같은 세부 과제를 담은 ‘반려동물영업 관리 강화 방안’을 지난 8월 30일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13개 세부과제를 종합해 △반려동물 생산·판매 구조 전환 △보호소 위장 변칙 영업 근절 △영업장 사육 동물 학대 처벌 및 관리 강화 △불법영업 집중 단속 및 교육·상담 강화의 4대 전략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농식품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초점에 맞춰져 있어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채널PNU>는 농식품부가 내놓은 방안을 두고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와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의 제언을 들었다.

지난 8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반려동물영업 관리 강화 방안' 인포그래픽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지난 8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반려동물영업 관리 강화 방안' 인포그래픽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이형주 대표와 채일택 팀장은 먼저 자견뿐만 아니라 모견에게도 등록번호를 부여하는 제도 도입이 반려동물영업을 관리하는 현 체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반려동물 생산업이 운영됐음에도 어떤 시설에서 몇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생산에 동원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 팀장은 “현재 지자체에 제출되는 생산·판매 실적을 확인하면 서로 맞지 않은 일이 있다”며 “생산이 30만 마리인데 판매는 70만 마리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두 전문가는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 제도화 소식도 반겼다. 농식품부는 동물보호센터를 통한 예비 반려인 대상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자녀 대상으로 펫티켓 교육과정을 연계 홍보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논평에서 “입양 전 교육은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입양과 파양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제도”라고 평했다. 채 팀장은 “애견 생후 3개월이 사회화에 대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전문가는 ‘신종 펫숍’을 처벌하는 법을 마련하겠다는 농식품부의 계획도 호평했다. 신종 펫숍은 보호소를 사칭해 고액의 책임비를 받고 파양 수요를 받고, 무료 입양으로 고객을 유인한 뒤 고가의 품종견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며 이익을 챙겨 사회적 문제가 됐다. 심지어 파양 동물을 생매장하거나 방치한 신종 펫숍이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채 팀장은 “파양비를 몇 백 많게는 몇 천 단위까지 받지만, 동물을 받은 이후는 관리 사각지대나 다름없다”며 “파양 산업에 대한 영업에 어떠한 규제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현재 동물보호소라는 명칭을 쓰려고 할 때 아무 규제가 없다”며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유성구 소재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번식견.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8월 14일 대구 소재 불법 번식장을 고발하며 불법 번식장의 동물 학대가 매우 심각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대전 유성구 소재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번식견.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8월 14일 대구 소재 불법 번식장을 고발하며 불법 번식장의 동물 학대가 매우 심각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 8월 12일 대전 유성구의 불법 번식장 2개소에서 540여 마리의 번식견이 구조됐다. 전문가들은 불법 번식장의 현황이 아직까지 파악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 8월 12일 대전 유성구의 불법 번식장 2개소에서 540여 마리의 번식견이 구조됐다. 전문가들은 불법 번식장의 현황이 아직까지 파악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다만 이들은 실제 보호소가 파양된 동물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농식품부는 신종펫숍으로 향하던 파양 수요를 민간 보호소로 돌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일부 주 △영국 △독일 등은 민간동물보호시설이 파양 동물을 기부금을 받고 수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파양상담 채널을 마련하고 파양을 공식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현 구조로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식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물 학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중장기적으로 기존의 번식장-경매장-펫숍의 판매 구조에서 ‘브리더 중심의 생산-판매 구조’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농식품부 발표를 보면 △벨기에 △핀란드 △독일 △영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의 펫숍 판매를 금지하고 브리더의 직접 판매만 허용하고 있다. 채 팀장은 “여러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동물 복지 훼손이 나아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량 생산을 용인하고 있는 구조에 있다”며 “브리더 분양도 동물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답이라고 생각치는 않지만 생산-판매를 해야 한다면 브리더에게 동물 복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이번 방안의 중심이 구조 전환과 개선이 아니라 ‘현황 파악’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총평이다. 공장식 번식장 퇴출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문제들에 대한 농식품부의 노력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이 대표와 채 팀장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대표는 논평에서 ‘대량 생산 자체를 용인하지 않는 구조로 전환보다는 관리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가장 아쉬운 한계로 꼽았다. 이 대표는 “어떤 부처에서 나오는 계획도 완벽한 계획은 없다”며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계획이 실현되려면 정책뿐만 아니라 인력이나 예산도 현실에 맞게 같이 편성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채 팀장에 따르면 현재 지자체 동물보호과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채 팀장은 "현장 점검만 해도 구마다 100개소~200개소가 있는데 동물보호관은 업무가 현장 점검이 끝이 아니다"라며 "(인력 상황을 보면) 실제로 정책이 이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행안부에서 인력도 배정해 주고 그에 따른 예산도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기재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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