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동물 봉사 동아리
디딤돌 김서현 회장 인터뷰
-매주 보호소 찾아 봉사 활동
-"삶 개선할 수 있어 큰 의미"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만들겠다는 부산시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보호소는 주인을 기다리는 동물들로 북적인다. 현재 부산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모두 민간 위탁 보호소로 향한다. 보호소에 도착한 동물들은 열흘 간의 공고 기간 동안 원주인이 찾아오지 않을 시 ‘유기 동물’로 분류된다. 그중 건강 상태나 행동이 ‘우수한’ 일부 동물만이 입양센터로 보내진다. 그렇지 못한 개체는 열악한 보호소 환경에서 기약 없이 머무른다.

유기 동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힘쓰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 대학 유기 동물 봉사 중앙동아리 ‘디딤돌’이다. 디딤돌 회장 김서현(음악학, 21) 씨는 부원들과 함께 매주 주말마다 유기 동물 보호소에 방문해 버려진 동물들을 보살핀다. 보호소에 방문한 디딤돌 부원들은 케이지와 바닥을 닦고 유기견들과 산책한다. 지난 8월 11일 <채널PNU>는 유기 동물 보호에 힘쓰는 디딤돌의 봉사 현장을 취재하고 김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방학 중 디딤돌 김 회장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김소영 영상제작팀 부장]
방학 중 디딤돌 김 회장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김소영 영상제작팀 부장]

△봉사 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봉사 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신입생 때 있었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유기견에게 밥을 주기 위해 케이지를 열었더니 회색 푸들 형제가 있었어요. 한 마리는 애처롭게 울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눈을 뜬 채 누워있었죠. 밥을 먹으라고 흔들었으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에 손을 대보니 숨을 쉬고 있지 않았습니다. 한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이었어요.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나왔습니다. 뛰어가서 직원 분께 말씀드렸지만 직원 분은 덤덤하게 반응하며 다른 아이들부터 밥을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날로 유기 동물들의 현실을 깊이 체감했습니다.

△학업으로 바쁠 텐데 매주 봉사하는 이유가 있나요.

-처음 동아리에 들어온 건 호기심이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첫 봉사활동에서 한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을 목격하고 꺼져가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측은함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했습니다. 이후 봉사를 통해 버려진 생명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면 이런 봉사 활동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봉사를 계속해서 하는 거창한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것만으로 제게는 매우 큰 의미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힘든 점이 있다면요.

-보호소 봉사는 생각보다 매우 힘들고 까다롭습니다. 케이지 청소, 바닥 청소, 유기견 산책 등 체력 소모가 큰 활동이죠. 사람에게 상처받은 동물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봉사를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물릴 때도 있어요. 일이 힘드니, 봉사자는 계속 줄고 일손은 자꾸 부족하죠. 어떤 날엔 봉사자가 아예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유기 동물 문제의 심각성도 체감하시는 편인가요.

-그렇죠. 몇몇 아이들이 입양돼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나도 새로운 유기 동물들이 계속해서 그 자리를 채웁니다. 오늘 하루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유기 동물들이 좋은 보호자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닌 거죠. 노력해도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무력감이나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할 때면 봉사하고자 하는 열정이나 연민만으로는 꾸준히 봉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보호자가 입양한 동물을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동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하는 거예요. 반려동물 유기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명백한 동물보호법 위반입니다. 그렇게 버려진 반려동물의 대부분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굶주림, 질병, 사고 등으로 몸이 약해져 죽음에 이릅니다. 하지만 현재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너무 약한 실정입니다.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펫숍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죠.

△동물을 쉽게 ‘구매’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이 가능할까요.

-선호하는 품종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은 마음에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이들을 펫숍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아이들이 어떻게 ‘생산’됐는지를 정확히 인지해야 해요. 그 동물들은 번식장에서 ‘대량생산’됩니다. 번식장은 수많은 강아지가 관리되지 않은 좁은 케이지에 갇혀 평생 교미를 반복하고 새끼를 낳는 공간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강아지들은 어미젖도 먹지 못하고 곧바로 펫숍으로 이송돼요. 펫숍에서 입양되지 아이들은 다시 번식장으로 옮겨져 부모와 똑같은 생을 살게 되는 거죠. 사람의 이기심 때문에 이런 번식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펫숍에 지불한 비용은 번식견을 탈출할 수 없게 하는 족쇄가 됩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인식을 바르게 가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기보단 유기 동물을 입양하는 것이 좋겠죠.

△유기 동물에 대한 인식은 어떤 식으로 변해야 할까요.

-유기 동물들은 건강이나 성격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부분 유기 동물 센터에 있는 동물들을 측은히만 여기는데, 그 동물의 시선에서 봤을 때 동물들은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거 같진 않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아이들도 결국 사람을 좋아하고 따릅니다. 유기 동물을 그저 비뚤어진 동물이라고 생각하기보단 사랑으로 주변 사람들이나 동물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동물권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유기 동물 인식 개선에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유기 동물 보호 봉사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유기 동물 봉사에는 직업과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봉사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적인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어요. ‘디딤돌’은 버려진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동물 보호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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