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책을 출간한 이후, 관련된 강의에서 거의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되나요?”이다. 그러면 나는 항상 먼저 ‘작가’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따라 어떻게 되는지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작가의 정의는 비교적 명확했다. 신문이나 잡지 지면 등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던 시절에는, 일단 등단을 통해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거나 신문 등에 칼럼을 실어서 글을 ‘공표’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작가가 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혹은 출판이 비교적 까다로웠던 시절에는 출판 자체로 작가의 반열에 들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상당수의 작가들은 등단하지 않았고, 언론사 등의 지면과도 무관하게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적지 않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언론 등에는 전혀 글을 싣지 않지만, 자신만의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개인 홈페이지 등에 글을 쓰기도 한다. 또한 그러한 글을 묶어 출간하기도 하며, 그럴 때 굳이 기성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독립출판을 하거나 아예 1인출판사를 차려서 출간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나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작가’란 그저 계속 글을 쓰되 그 글을 읽는 독자가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렇게 보면, 수많은 블로거들이나 SNS에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들 또한 작가라 불러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심지어 그런 작가들이 언론사에 꾸준히 기고하는 작가보다 더 많은 독자를 가진 경우도 흔하다. 굳이 책을 내고 싶다면, 스스로 출판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매우 잘 마련되어 있다. 원고가 있다면, 여러 군데 출판사에 투고해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출판사 관계자들이 책을 출간할 때는 책 자체의 내용도 보지만, 실제로 그 책을 사줄 독자층이 있는지를 중시한다. 블로그의 이웃이나 SNS의 팔로워, 구독자 등이 많이 있고, 원고도 나쁘지 않다면 출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과거에 작가들은 공모전 당선이나 지면에의 청탁을 기다렸다. 매체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연락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글을 써서 발표할 방법이 딱히 없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작가는 온갖 플랫폼에서 직접 독자를 만난다. 당장 오늘부터 웹소설 플랫폼에 글을 써서 독자를 확보할 수도 있고,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자기만의 글을 쌓아갈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는 작가가 특정 지면에 글을 실어야만 작가가 되는 시대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작가 스스로 지면을 매일 창조하면서 글을 써나갈 때, 그 자체로 공표가 되고, 작가가 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작가’라고 할 때의 기존에 통용되던 몇 가지 방식들은 유효한 면이 있다. SNS에서만 글을 쓰기 보다는, 그렇게 쓴 글들을 책으로 출간하여 유통한다면 도서관 등에서 ‘초청작가’로 강연을 해볼 수도 있고, 그러면 현실적으로 더 ‘작가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실은 경험도 통상적으로는 그를 더 ‘작가’라고 인정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러한 어떤 통념적인 인정이 우리 시대의 작가의 ‘핵심’이라고는 역시 보기 어렵다. 그보다 더 핵심적인 것은 역시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을 향해 매일 글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저마다 작가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정지우(‘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저자) 문화평론가·변호사
정지우(‘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저자)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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