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기장 오시리아역 부근 쇼 플렉스 건립부지에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특별음악회’가 열렸다.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4천여 명의 관객이 주최 측이 나눠준 비옷을 입고 관람했다. 궂은 날씨 탓에 열악한 야외공연이었지만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유키구라모토, 가수 소향 등 최고의 예술가가 무대에 올랐다. 관객 대부분은 우산이 있었지만 주변인의 관람에 방해될까 비옷만 입은 채 2시간의 공연을 즐기는 것을 바라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진흙 바닥에 옷이 젖어도 자리를 지키며 관람하는 수많은 부산 사람들 속에서 ‘문화 불모지 부산’이란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금정문화재단은 ‘흐르는 도시, 잠시 멈춤’이란 주제로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부산대역 부근 온천천 변 일원에서 금정거리예술축제가 아닌 ‘부산국제공연예술제’(Busan Performing Arts Festival)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성대히 펼칠 예정이다.

참여국은 프랑스, 일본, 우크라이나, 베트남, 러시아, 캄보디아 등 6개국 참가와 국내외 31개 작품이 공연된다. 해외 초청공연으로는 프랑스 Cie H.M.G 팀이 서커스 공연을 펼치고, 해외 교류 공연으로 일본 극단 SEAMI의 Even Though 작품과 우크라이나 공연단체는 전쟁의 아픔을 문화예술로 전하는 전령사 역할을 하며 공연한다. 그 외 국내 초청작 6개 작품과 지역예술인 특화 공연, 국내 13개 참가작이 3일 동안 플리마켓과 함께 화려하게 펼쳐진다. 금정문화재단은 축제의 주제와 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일상생활에서 여유를 가지고 문화예술로 멈춤이 금정구민과 나아가 부산 시민의 삶에 쉼표와 같은 활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최선을 다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두의 공연처럼 세계적으로 유명인이 펼치는 공연이 아닐지라도 예술가들이 혼신을 다해 열연하는 한 작품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진정으로 축제를 즐기는 관객들의 마음가짐이 최고의 축제 속에 최고의 공연, 최고의 관객으로 스스로 격을 높여가는 문화도시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가는 물론 청년들의 문화를 생각할 때 연령대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청년들의 문화가 아니라 청년은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청년 문화일 것이다. 반대로 청년이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문화는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다는 것이 아닌 기성세대의 문화를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문화를 이해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각 세대의 문화를 인정함으로 서로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여 각자의 문화를 계승하며 장을 펼쳐나가는 것이 과거 문화 현재 문화 미래문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부산국제공연예술제로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함께 즐기는 문화의 힘이 드러나면 좋겠다. 문화예술은 엄마 뱃속에서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휴식처럼 우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 문화는 기술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문화인 것을 인식하고 주위에 쏟아져 있는 많은 문화예술을 삶의 현장에서 잠시 멈춤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문화를 찾고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이홍길 금정문화재단 상임이사
이홍길 금정문화재단 상임이사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