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UNN신문사

일본의 대학언론은 죽었다. 학내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비판과 감시는커녕, 발행에도 어려움이 많다. 언론이 대학의 부속기관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상황만 놓고 봐도, 우리나라보다 더욱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의 지원금 역시 ‘부(동아리)’로 인정받아야만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학교에, 그리고 지역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대학언론이 존재한다. 바로 UNN신문사다. UNN신문사는 교토대학, 오사카대학, 간사이대학 등 관서지방 9개 대학언론연합이다. 지난 1991년, 이들 대학언론에게는 한 주식회사에서 대학생기자단으로 꾸려진 신문사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사업을 진행하던 중 회사가 파산 했으나, 이를 통해 모였던 학생들이 힘을 합쳐 연합을 발족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 한줄기의 빛이었다.

 

   
UNN신문사에 속한 각 대학언론의 신문이다

이들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활동한다. 소속대학 뉴스만이 아닌 다른 대학의 일은 물론, 지역과 사회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지역성을 살려 차별성과 독자성을 만들어낸다. 9개 대학언론이 각자의 신문을 발행하면서도, 연 5회의 공동지면 게재를 통해 연대활동을 이어간다. 구성원의 수가 늘어나고 지역의 범위가 넓어지며 다룰 수 있는 소재 또한 풍부해졌다. 이에 학생 독자들의 반응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20년을 달려온 UNN신문사, 여건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재정적 여건은 여전히 열악했고, 학교 간의 거리도 멀어 활동이 어렵다. 기자 개인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전혀 없었다. 100km가 넘는 거리의 학교와 사무실을 오가며 신문을 만든다. 하지만 대학언론의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 모두가 노력한다. 발행을 위해 기자들이 직접 광고를 청탁하러 다닌다. 기자들이 돈을 모아 편집국의 임대료를 지급한다. “공부를 매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취재 시간 배분이 가능하다”는 말에서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지역 상권의 광고 수주가 원활하게 이뤄졌고, 자연스레 재정적 자립이 가능해졌다. 물론 순익이 크지는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신문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독자들의 관심과 독립성을 획득한 것은, 분명 성공적인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상황은 다르다. 우리나라 대학언론은, 오히려 대학 부속기관이기에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된다. 하지만 충분히 눈여겨 볼만하다. ‘롤모델’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의 활동 속에 해결책이 숨어있지 않을까? 그들은 20년을 이어왔다. 따라한다고 당장 같아질 수는 없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엄살은 그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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