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언론연합 편집국장 좌담회

   
 
1년 전, 다섯 명의 대학언론 편집국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이 서로 공감하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대화의 주제는 ‘대학언론의 위기와 발전방향’. 머리를 맞댄 결과,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냈다. 바로 대학언론의 지역단위 연대다. 인력난, 재정난 등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은 물론, 심도있는 토론과 공감대 형성 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즉 연대의 활성화가 각 신문사 모두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윈윈효과’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수개월 후‘. 부산대학언론연합’이 탄생했다. 전임편집국장들의 인계를 통해 이어진 모임이 결실을 맺었다. 정기적인 교류와 전체 구성원 모임, 공동취재 및 기획도 실천했다. 지금은 동명대학교, 동아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도 가세해 부산지역 7개 대학언론이 연대를 이뤘다. 형태를 갖추고 덩치도 커졌다. 그렇다면 대학언론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제시된 지역단위 연대,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1년이 지난 지금, 부산대학언론연합의 편집국장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부경대신문> 이송희 편집국장,  <동명대신문> 김보현 편집국장

 

 

 

 

 

 

여전히 어렵다

여전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인력난은 해결되지 않았다. 늘어난 경우도 있었지만, 버거운 것은 마찬가지다. 각 학교마다 발행횟수, 지면 수 등 조건은 다르다. 그럼에도 적정 인원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송희 편집국장은 “인력이 부족해 항상 힘들다”며 “돌려막기 식으로 버티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부산외대의 경우도 극심한 인력난에 정상적인 임기 순환이 불가능한 상태다.

외부 압력을 받는 곳도 있었다. 부경대는 주간교수가 기사 제목, 내용에 대해 지적하고 제한한다. 영자신문은 동아리로의 전환까지 제안 받았다. 동아대도 마찬가지다. 김지은 편집국장은 “압박에 못 이겨 자체검열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비판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말이 이들의 처지를 대변해준다. 

   
<부대신문> 이광영 편집국장

 

   
<부산외대신문> 김덕현 편집국장

 

 

  

 

 

 

 낮은 인지도, 악순환의 반복

열악한 환경에서 발행되는 신문. 힘들지만 독자들의 활발한 반응에서 힘을 얻는다. 신문의 주요 독자층은 교직원. 업무에 직접적인 사안을 주로 다루다보니,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김덕현 편집국장은 “교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는 편”이라며 “총장은 신문을 스크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편집국장들 역시 이에 동의했다.

아쉬운 점은 하나, 학생들의 무관심이다. 학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들의 관심도가 교직원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김보현 편집국장은“ 신문을 보는 학생들의 비율은 1%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은 있었다. 홈페이지와 SNS를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안은주 편집국장은“ SNS에 제목을 먼저 게재하며 발행 날짜를 알린다거나, 퀴즈를 올려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대, 부경대, 해양대 등은 신입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입학식 때 신문을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얻기는 힘들었다.

인지도는 영향력과 비례한다. 이에 따라 신문사의 활동 여건이 확연히 달라진다. 낮은 인지도는 외부의 압박, 재정적 지원 부족 등의 문제를 가져온다. 기자들이 위축되는 경우도 많다. 활동이 힘들어지고 신문의 질은 떨어진다. 수준 낮은 신문에 독자들은 더욱 외면한다. 김지은 편집국장은“ 대학언론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인지도가 없으면 재정도 없고, 재정이 없으면 인지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한국해양대신문> 이동건 편집국장, <동아대신문> 김지은 편집국장, <부산교대신문> 안은주 편집국장

 

 

 

 

 

 

   

결국, ‘엄살’이다

지역단위 대학언론 연대를 해결책이라 제시한 지 1년. 그럼에도 어려움은 여전했다. 왜일까?

이들은 스스로의 활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광영 편집국장은 “처음 모였을 때는 거창하게 무엇이라도 할 것처럼 얘기했지만, 정작 함께한 일은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산대학언론연합이 공동으로 취재한 것은 딱 하나, 지난 6월 있었던 제6회 지방선거 관련 기획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각자의 발행에 쫓겨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의견이 모이기 어려웠다. 이송희 편집국장은 “내부에서도 활동 자체에 대한 의견이 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문제가 큰 원인이었다. 발행주기는 물론 기자 역량과 관심이슈, 학교 간의 거리도 차이가 크다. 이동건 편집국장은 “공동의 회칙이나 주기적 만남이 이뤄지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작은 것부터 ‘지역’까지

지역단위 대학언론 연대는 결성했다. 한발짝 전진한 것이다. 하지만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 더욱 많다. 우선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덕현 편집국장은 “연대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다루는 소재 면에서도 많은 말이 오갔다. 이송희 편집국장은 “가벼운 소재를 통해 시작해 점점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은 편집국장 역시 “‘우리학교는 이런데, 다른 학교는 어떤가’라는 사소한 호기심이 오히려 학생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결론은 학생 독자의 관심도였다. 무관심한 학생이 많은 만큼, 잠재적 독자가 많다는 것이다.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도와 비례하지 않느냐는 얘기부터, 학생사회의 변화를 대학언론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설전이 이어졌다. 취업과 가십에 힘을 쏟아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잇따랐다. 그리고 긴 대화 끝에 나온 단어, 바로 ‘지역’이었다. 지역적인 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광영 편집국장은 “대학언론이 ‘왜 지역을 다루느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성언론은 지역에 전혀 관심이 없기에, 이를 다루는 것이 대학언론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이다”고 주장했다. 이동건 편집국장 역시 “학생들이 관심은 있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며 “지역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에서 하나의 단위가 되기까지 1년. 짧다면 짧고, 길다하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걸음마를 뗐다는 점이다. 1년 전의 그들이 내린 결론이 당장의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시발점이었다. 1년 전처럼, 또 지금처럼. ‘또 다른 대안’이 제시되는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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