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리그(Ivy League)’ 미국 동부 지역에 있는 8개 명문대학을 일컫는 말이다. '아 이비(Ivy)'는 미국의 오래된 대학에 담쟁이 덩굴로 덮인 건물이 많은 데서 비롯했다. 담쟁이 덩굴이 아이비 리그를 상징하는 것이다. 대학에는 그 대학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대에도 아고라광장이 있다 이곳은 1970년대 후반부터 재학생들의 집회 장소로 자리 잡았다. 이후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고대 그리스의 토론의 장인 ‘ 아고라’로 불려졌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모두 기념될만한, 기억될만한 상징물이 그 대학의 위상을 높이 고 있다. 제각기 나름의 역사성을 지닌 채 대학을 상징한다.

시야를 좁혀보자. 우리학교는 어떠한가? 우리는 ‘상징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쉬이 답할 수 없다. 물론 우리학교에도 상징물은 존재했다. 효원인의 기억에 오롯이 새겨져있던 곳이 있었다. 시계탑이다. 단순한 콘크리트 조형물이 아니었다. 건설 당시에는 많은 비판에 부딪혔으나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역 사성을 지니게 됐다. 부산대학교의 상징물로 거듭나 근 40년간 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흔적을 감췄다. 상징을 담보로 몰역사성을 부채 받았다. 무분별한 대학상업화의 상징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이를 만회하려는 굳은 의지인지, 학교에 서는 정문개선사업과 동시에 시계탑을 대신 할 상징조형물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 우리 나라 최고의 건축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해놓은 상태다. 우리는 새로운 상징물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호 <부대신문> 2면에서는 정문개선사 업에 대한 학내구성원의 반응을 살펴봤다. 교수사회는 정문 설계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문에만 논점이 맞춰져있고, 상징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학생사회는 더하다.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총학생회가 나서기는커녕 정문개선사업 사실을 아예 모르는 학생도 많다. 한국외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학교의 상징물 설치에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친일파 설립자의 동상이 학교의 상징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학생들도 많이 가세했다. 부러울 정도다. 지금 우리는 학교의 상징물에 대해 학생사회조차 무관심한 상황에서, '모교의 상징’을 타인에게 오롯이 위탁해버렸다. 몰역사성에 무너져버린 과거의 상징물이 채 잊히기도 전에.

상징물에는 ‘메모리얼’이 있어야하지만 ‘아카이브’도 있어야한다. 기념과 기억이 공존해야 한다.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구상하는 상징물이니, 이제는 기억만 추가하면 된다. 역사성을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 느냐고? 그렇다면 미래에라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에펠탑조차 건설 당시에는 ‘흉물 스럽다’는 이유로 반대의 벽에 부딪혔었다. 하지만 당당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리 잡지 않았는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쌓여 역사성을 갖춘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기억이 쌓일 수 있어야 한다. 외부의 도움을 받아 설계하더라도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제는 스스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한 번의 실수를 경험했다. 이를 답습하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자. 모교를 거니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 해보라. 당신이 걸었던 이곳은 새벅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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