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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기레기’, 우리들의 프레임[인터뷰] 태준식 영화감독
  • 이광영 기자
  • 승인 2014.05.19 16:52
  • 호수 1483
  • 댓글 1
   
 

‘2014년 언론자유지수’ 57위.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은 스스로를 정론지라 부르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오보를 기정사실화시키고 펜대를 휘두른다. 거대한 자본 앞에 생산되는 끊임없는 거짓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일명 조중동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 영화. <슬기로운 해법>의 태준식 감독을 만나봤다.

“개봉을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태준식 감독. 전국 19개 관에서 영화가 상영되지만 그는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았다. 독립영화 시장의 구조 때문이다. "시장 자체가 왜곡돼 일반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영화 개봉 당일이었지만 태 감독은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큐멘터리(이하 다큐)를 하는 사람이니까 극장에 걸리는 것 이 영광이긴 한데, 사실 그닥 기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해법을 갈구하기까지

△필모그라피를 보니 대부분 노동 혹은 인물 다큐 위주더라. <슬기로운 해법>의 경우 주제나 내용, 구성 면에서 전작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어쩌다가 언론을 다루게 됐나?

꼭 노동 다큐만 하는 사람은 아닌데, 하다 보니 그런 작업을 주로 하게 됐다. 이런 질문부터 나오더라‘. 왜 노동자들 싸움 많이 다루던 애가 이런 것을 다루느냐’고. 사실 나는 무엇이든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소하다든지 새로운 영역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감이라든지, 그런 것은 없었다. 나는 다큐멘터리스트이고, 다큐멘터리스트는 사회적 사건에 대해 발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무엇’을 다루는지에 대한 구분점은 따로 두지 않는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이하 노뉴단)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꽤 오랫동안 활동했다고 들었는데, 이런 경험이 이번 영화 제작에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스스로가 언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직접적인 언론인이라 볼 수는 없겠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다루고 있는 입장에서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뉴단에 머물 당시 미디어 민주주의에 관련된 활동도 주된 활동 중 하나였다. 이번 작품을 만들며 언론에 대한 생각을 연결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김규항과의 인터뷰에서 ‘시스템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독립영화 제작 환경에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언론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을 드러냈는데, 당시의 인터뷰 내용처럼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억지로 버텼다(웃음). 제작사는 물론 시민들의 후원이 있어 절대적으로 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작업 환경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독립 다큐를 만들어내는 조건은 이 정도가 한계라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도와준 제작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인터뷰이들도 마찬가지. 당연히 출연료를 드렸어야 하는 건데 드리지 못했다. 물론 달라고 하시는 분도 없었지만. 모두 작품 자체에 공감해주셨기에 기꺼이 출연해주셨다. 반나절 이상을 투자해야 가능한 인터뷰였는데, 굉장한 도움을 받았다.

△언론 문제라는 커다란 담론을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러고 보니 이를 직접적으로 다룬 최초의 독립 영화인 듯하다. 왜 지금까지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의문이 생긴다

사회적인 공기라고 이야기들 하지 않나. 너무나도 흔하고 일상적인 존재였기에,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이야기 하고 비아냥대고 욕하고 또 체념하고. 그래서 문제 자체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미디어, 언론이 돼야 하는데 스스로가 치부를 드러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미디어비평이 산발적으로 존재하긴 했으나 지금은 유명무실. 파편적으로 문제제기하는 정도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먹물근성이다. 자신이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거지. 되묻고 싶다. 이 문제를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까? 그런 생각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인 것 같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보수, 반동, 꼴통, 우익들이 대상은 아니었다. 그 사람들까지 설득시킬 힘은 내게 없다. 그냥 건강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을 위해 만들었다. 언론 문제를 많이들 얘기하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한 시민들. 당연히 의문을 갖지 않을까? 그 의문을 풀어준다기보다 해답을 찾아가는 데 있어 이 작품이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런 시민들이 많이들 봐주셨으면 한다.

진영논리와 독립영화

△ 시민들이 타깃이라면 ‘대중성’도 중요하지 않나? 독립 다큐에서 대중성을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한데, 편향된 시선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더라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노무현이라는 인물의 비극성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언론이 권력을 남용하며 펜대를 휘둘러 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에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나름대로는 최대한 절제했다. 아주 감정적으로 다루지도 않았고, 아무 의미 없다는 식으로 다루지도 않았다.

인터뷰이들이 한쪽 진영에 치우쳤다는 평도 있더라. 그런데 일반 시민들이 홍세화가 누군지, 주진우가 누군지 알까? 물론 이름은 들어봤겠지.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라 생각한다. 조갑제 등의 인사에게도 인터뷰 요청을 시도했다. 사정이 있어 거절하긴 했지만. 사실 이들이 다 같은 진영이라 보기도 힘들다. 더 세분화해서 나누면 끝도 없으니까.

△확실히 상대적인 문제인 듯하다. 하지만 뚜렷한 서사 구조나 캐릭터 없이 인터뷰 중심의 구성을 취했다는 점은 대중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나는 내가 재미있으면 대중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굳이 마이클 무어처럼 카메라 앞에 나서서 얘기한다든가, 유머가 있어야 했다든가. 이런 얘기들은 단지 그 사람들의 개인적인 바람일거라 생각한다. 내 스타일상 그런 것은 좋아하지 않고, 애초에 이런 구성을 취한 것 자체가 대중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 해야 하나? 사실 이 작품에서는 대중성을 크게 고려하지는 않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욕망은 있지만, 그게 기준이 되진 않는다. 그게 독립영화다. 상업영화와는 다르지 않은가. 독립영화는 대중성이 있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독립영화의 특성 때문에 논쟁도 있다. 태 감독도 수 년 전 ‘독립영화가 소재주의에 함몰됐다’라는 주장에 대해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독립영화가 그 논조에 맞는 진영 내에서 생산, 소비, 평가된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독립영화라는 것이 진영의 도움을 받는 부분은 전혀 없다. 물론 창작자로서의 포지션이나 스탠스를 유지해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런 과정에서 진영의 도움을 받지도, 진영의 목소리에만 함몰된 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이 영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 는 것 같다.

△생산의 경우는 그렇더라도, 소비나 평가 부분은 부정할 수만은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 그런 문화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그 부분이 강화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정말 진영의 힘으로 어떤 하나의 작품을 밀어준 적이 있나? 이를 위한 진영의 문화가 존재하긴 했나? 그렇지 않다. 굉장히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서 그런 문화가 만들어졌다.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기에 더 문제다.

프레임 밖에서 언론을 말하다

△어찌됐건 결국 개봉일이 다가왔다. 영화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은데, 마침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언론이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특히 언론의 민낯이 드러났다고들 말한다. 언론이라는 것이 흔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도드라진 것 같다. 이러한 언론의 문제가 이 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것은 분명 아닐 테고, 그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사실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욕하고, 너무 쉽게 휘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기레기, 이 나쁜 놈들’하며 한마디 하면 스스로는 위안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언론이 바뀌지는 않는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작품에서 강조하며 얘기하려 했던 부분이다. 언론의 가장 비극적인 본질은 기업이라는 존재 형태에서 파생됐다고 생각한다. 어떤 언론이든 경영하고 이윤을 남기려면 자신들의 논조를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지 않으면 좋은 언론을 만들겠다는 말은 피상적인 것에 머물 뿐이다. 그래서 작품에서도 삼성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 어쩔 수 없는 문제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언론에게는 사명감이 있지 않은가. ‘진실’이라든가 ‘약자’라든가 하는. 그것부터 버려야 하지 않은가 싶다. 언론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페이지 클릭 수, 구독자 수, 판매 부수에 종속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게 오히려 기대감을 높이면서 언론에 더욱 실망하게 된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추상적인 가치들로 기대감을 높이다가 욕 얻어먹는다. 편을 가르자는 얘기는 아니고, 이것이 논조를 명확하게 찾는 길이라 생각한다.

△조중동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그렇게 욕을 많이 먹는 데도 지지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언론 권력과 정치, 자본 권력. 이들이 오랫동안 공생관계에 있으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잘 터득한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종편이다. 종편을 통해 종이신문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이를 위해 펜대를 잡고 엄청난 노력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아냥과 욕을 얻어먹지만 ‘상관없다’는 태도로 꿋꿋하게 행동했다. 조중동만을 보고 사실이라 생각하는,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접하지 못하는 이들도 든든한 기반이 됐을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조중동 외에 ‘양심적인 언론’이라 불리는 이들. 이들이 거짓담론의 세계를 그냥 무시하고 버려놨다는 것도 원인이 아닐까. 싸워서 ‘ 우리’의 영역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매체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레 흘러갔다는 점. 당연히 시민운동의 영역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중동이 활자화된 담론의 영역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 해결책이 있을까?

정말로 언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언론사를 만드는 것. 자신의 지역에서‘ 우리’들만의 담론을 장악할 수 있는 그런 방도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조중동만을 보고 그것이 진실인 냥, 자기네 이야기인 냥 하는 것. 이에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다른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 실력의 문제다. 때문에 지역 언론이 중요하다. <옥천신문>은 지역에서 <조선일보>보다 훨씬 많은 구독수를 기록하는, 지역에 뿌리내린 신문이잖은가. <경남도민일보>도 그렇고. 이 같은 지역 언론 이 많아져야 한다. 이들이 조중동의 근간부터 흔들 수 있지 않을까?

태준식 감독은 인터뷰 내내 ‘담아내지 못한 게 많다’고 되뇌었다“. 독립 다큐 진영에서의 사회 전체를 내려다보는 작업이 많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태 감독. 진영으로부터 벗어나 정치·사회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그만큼 사회를 바라보는 분명한 시선을 갖고, 많은 아이템을 쟁여놓은 그. “‘아, 지금은 이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움직이는 편이에요. 지금 당장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요” ‘죽을 때까지 작업을 해야 한다’는 태 감독. 아직 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이광영 기자  code0maize@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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