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신문 1641호의 1면은 하나 같이 묵직한 학내 사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비판은 학내 거버넌스의 핵심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양질의 기사였다. 특히 학생사회의 투표권 비율이 급락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별도의 기사를 보도함으로써 전체 신문의 초점을 뚜렷이 했다. 총장을 발행인으로 두고 있는 학보사임에도 과감하고 필요했던 시도였다. 나아가 학생회의 비리 의혹을 다룬 기사 역시 유의미했다. 기사 전체를 담아내야 하기에 항상 골머리를 앓게 되는 ‘부제’ 역시 핵심을 잘 짚었다.이외에도 캠퍼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는 삶의 매 순간이 ‘선거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매일 선거 관련 뉴스가 나오고 선거벽보와 현수막이 길거리에 나붙은 지금,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일상의 한 켠을 차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유세차 소음 때문에 짜증이 날 때도 있고, 자꾸 명함을 건네며 인사해서 귀찮다고 생각할 때도 많을테지만, 이렇게 조금은 ‘시끄럽고 귀찮은’ 선거는 우리가 ‘주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태어나면서부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감흥을 크게 느끼지
지난해 KBO리그의 시즌이 끝난 뒤 바쁜 일정들을 소화해냈다. 롯데자이언츠의 마무리 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대부분의 훈련 일정들을 방문해 콘텐츠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촬영을 돕기 위해 따라온 동료에게는 다소 힘든 일정이었지만, 롯데자이언츠를 좋아하는 내게는 그야말로 ‘덕업일치’의 연속이었다.본격적으로 롯데자이언츠의 콘텐츠를 만들기 전, 내가 주로하고 있던 생각은 사실 대부분의 팬과 다르지 않았다.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은 훈련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경기 패배 때마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곁에서 지켜본 선수들의
전례 없는 기상 재해가 지구촌을 휩쓸고 해수면 온도가 관측 이래 사상 최고를 갱신하는 요즘 탄소배출을 줄이는 재생에너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햇빛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발전의 보급이 확대되며 전세계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는 추세다. 인류는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식량을 얻고 화석연료에 화학에너지 형태로 저장된 태양에너지로 문명을 일구었지만 이젠 햇빛을 직접 전기로 변환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태양광 발전에는 반도체의 광기전 효과가 사용된다. 이는 햇빛을 흡수한 고체 속에서 전류가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알렉산더 페인의 ‘바튼 아카데미’(2023)는 ‘죽은 시인의 사회’(1989)을 비틀어놓은 재해석이다. 상류계급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제(師弟) 지간의 드라마라는 플롯의 근간은 같다. 다만 진취적이고 의욕 넘치며 보수적인 학풍에 저항하던 키팅 선생과 달리 ‘왕눈깔’ 폴 허넘(폴 지아매티)은 철지난 라틴어 격언을 입에 달고 살며 학교의 전통과 규율을 지킴에 있어선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보수주의자이고, 방학 동안 기숙사에 홀로 남게 되어 그가 보살펴야 할 학생 앵거스 털리(도미닉 세사)는 수업에 불성실하고 반항적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배경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인류가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 되는 미래 사회다. 죽어가는 지구를 대신할 행성을 찾아 미지의 우주로 떠나는 우주비행사들에게 브랜드 박사는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Dylan Thomas)의 시를 한 편 읽어준다.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필자는 지난 2월부터 ‘기후
‘나라의 흥망은 자유롭게 말할 권리에 달렸다.’( 中)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재위 기간 줄곧 강조한 메시지를 후손들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나라가 흥하기 위해선 언로(言路)를 열고 누구나 간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왕 중심제인 조선에서도 자유롭게 말할 권리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국가의 최고 법으로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국민은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보호받고 있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지난 2월 16일 카이스트(KAIST)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입학을 앞둔 2022년 겨울, 나는 부산대학교 언론사가 진행하는 교육을 청강하는 기회를 우연히 얻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신문과 방송에 관심이 많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터라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매회 전현직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교육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동시에 새로웠다. 마치 다른 세계를 마주한 느낌이었다.그렇게 매서운 찬바람을 맞아가며 문창회관을 오간 경험은 나를 부산대언론사 수습기자의 길로 이끌었다. 지원서를 제출하는 버튼엔 망설임이 없었다. 면접을 거쳐 수습기자로 합격해 편집국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지난겨울에
3월 23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날이다. 그동안 꼭 가을야구에 진출하겠다며 수없이 팬들을 속여왔던 롯데자이언츠지만 올해는 팬들의 기대감이 조금은 남다른 상황이다.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명장 ‘김태형 감독’이 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믿음직한 감독의 존재 덕분일까. 자이언츠 선수들의 마음가짐 역시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훌륭한 코칭 스태프와 투지 넘치는 선수들만이 가을야구 진출의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위기 상황 시 좋은 선수들을 빠르게
봄 기운이 싱그럽게 퍼지는 3월, 흙 속에서 움트는 새싹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약동하는 봄은 우리의 발길을 산으로 이끌곤 한다. 새순으로 단장한 산자락을 거쳐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리면 어느덧 정상이다. 사방이 시원스레 트인 대기로 내지른 야호 소리에 맞은편 산이 맞장구치며 잔잔한 반향이 이어진다.이제 시선을 따라 첩첩 둘러싸인 산들을 가만히 응시해 보자. 봄 햇살 아래 놓인 산들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경험적으로 가까운 산은 선명한 녹색과 깨끗한 윤곽을 뽐내지만 멀리 있는 산은 다소 탁하거나 흐려 보이고 약간의 푸른색 색조를 띤다
부산대 북문에서 큰 길을 따라 내려가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새 카페 헤세이티로 발길이 멈추곤 했다. 입간판을 내걸고 있던 상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이 곳은 들르는 날이면 나른한 햇살을 쬐며 하품하는 고양이 헤세와 놀아주고, 책장에 수두룩하게 꽂혀있던 인문학 장서들을 꺼내 읽거나 지인과 담소하는 걸로 소일하던 장소였다. 인문학 공동체 활동의 거점으로 출발했다가 운영난에 부딪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든 살려내고자 지킴이 노릇을 자처한 분들의 뜻과 노력으로 수년을 더 버텼다. 그리고 사라졌다.‘나의 올드 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는 결국 ‘유치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간 필자를 포함한 소속 학생기자들에게도 관계 기관으로부터 여러 질문이 들어왔다. 엑스포 유치에 대한 부산 ‘미래 세대’의 의견이 궁금하다는 거였다. 곧 사회로의 진출을 앞둔 우리는 대부분 엑스포 유치를 통해 소멸하는 부산에서 청년들이 나아갈 수 있는 입지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엑스포가 창출할 여러 효과로 부산에서 터를 잡고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엑스포가 유치되면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나요?” 카페에 방문해 음료를 주문하면 자동응답기 같은 질문이 따라온다.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잔을 이용할 수 없다는 명제는 어느덧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듯했다. 그렇게 2018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일회용품과의 전쟁’은 숱한 연기와 계도를 거쳐 시행만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철회로 우리의 테이블에 다시 종이컵이 나타나고 플라스틱 빨대가 허용됐다. ‘일회용 사회’의 부활이다.필자는 지난 4월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414기후정의파업의 현장을 취재했다. 당시 거리는 기후 변화의 심각함에
지난해 이맘때쯤 제55대 총학생회 Shall:We가 당선되며, 1년간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던 총학생회 체제가 막을 내렸다. 본지는 새로 들어선 Shall:We가 대학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내건 ‘소통홍보국 신설’ 등의 공약에 자연스레 주목했다. 학생회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던 시절, 총학생회와 소통을 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지난 1년 내내 Shall:We와의 소통은 삐걱거림의 연속이었다.당초 언론과의 대응을 맹점으로 신설된 소통홍보국 내 언론대응팀은 총학생회와 학내 언론의 가교 역할을
영화 (2023)의 도입부는 간결하고 소박하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여고생들을 내려다보던 카메라는 교실로 들어와서는 창가 자리에 홀로 있는 세미(박혜수)를 비춘다. 이때 세미의 뒷모습은 배경에 장치된 거울 속에 비치고 있다. 여기에는 영화 전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제시될 모티브가 엄격한 논리와 설계 하에 배치되어 있다. 창문 밖의 풍경에서 교실 안으로 넘어오면서 영화는 사각의 틀, 즉 어떤 폐쇄적인 상황에 가두어진 이들의 고립과 소외를 다룸과 동시에 창문을 경계로 그어진 이편과 저편, 나누어진 두 세계의 단절에 대한 이야기
2021년 12월 25일, 과학자들을 한껏 들뜨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였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흥분한 건,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다. 바로 그날,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에 있는 유럽 우주국 소속 우주 센터에 지구에서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라그랑주 점’을 향하여 로켓 아리안 5호를 쏘아 올린 것이다. 이 로켓에는 1990년에 지구궤도를 돌면서 우주의 신비를 우리에게 전해줬던 허블 망원경을 대체할 새로운 망원경이 실려 있었다. 이름은 ‘제임스웹’ 망원경이었다.라그랑주 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곳으로
2년째 대학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 가장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슈는 ‘공영방송의 위기’다. 현 정부는 공영방송에 대한 민영화 기조를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인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안을 강행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요즘 공영방송 채널에 관심도 없고 TV도 잘 보지 않는데 왜 의무적으로 내야하느냐’고 말한다. 공영방송의 주요 경쟁자인 민영 언론들은 공영방송을 대표하는 방송사로 일컬어지는 영국 BBC도 수신료 폐지를 검토한다며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BBC가
지난 3년간 우리 대학의 가장 큰 변화는 캠퍼스였다. 차정인 총장 취임 후 캠퍼스 전역에 걸쳐 조경 정비·건물 리모델링 공사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차정인 총장의 캠퍼스 전략에서 비롯됐다. 캠퍼스 중심부를 녹지화해 학교를 공원처럼 만드는 것이다. 차 총장은 여러 시상식마다 축사에서 “철골 주차장 건립을 취소하고 그 자리를 숲으로 두도록 지시했다”는 사례를 언급할 정도로 캠퍼스를 가꾸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다. 총장의 이러한 전략을 집대성한 캠퍼스 설계도가 ‘캠퍼스 마스터플랜’이다. 향후 10년간 캠퍼스의 모든
2021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비와 생활고를 감당하지 못한 청년은 아버지를 퇴원시킨 후 방치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 사건은 장애나 질병 등이 있는 가족 성원을 돌보는 아동 및 청소년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존재했지만, 사회적으로 가시화되지 않아 ‘숨겨진 집단’ 혹은 ‘잊힌 최전선’으로 비유되는 이들에 대한 존재를 비로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중증 질환이나 장애, 정신 질환 등을 겪고 있는 가족을 돌보거나 그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동, 청소년, 청년을 ‘가족돌봄청년(young
올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2023)이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한 편, 소라 네오의 다큐멘터리 (2023)(이 제목은 ‘Back To The Basic’ 앨범에 수록된 4번 트랙 ‘Opus’에서 따온 것이다)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전자가 음악감독으로서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 1952~2023)가 참여한 작품이라면, 후자는 생애 마지막 연주를 담은 흑백의 콘서트 필름이다. 2018년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의 무대에서 (1983)의 테마곡을 피아노 독주하던 모습을, 병색이 완연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