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5일, 과학자들을 한껏 들뜨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였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흥분한 건,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다. 바로 그날,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에 있는 유럽 우주국 소속 우주 센터에 지구에서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라그랑주 점’을 향하여 로켓 아리안 5호를 쏘아 올린 것이다. 이 로켓에는 1990년에 지구궤도를 돌면서 우주의 신비를 우리에게 전해줬던 허블 망원경을 대체할 새로운 망원경이 실려 있었다. 이름은 ‘제임스웹’ 망원경이었다.

라그랑주 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곳으로 제임스웹 망원경이 그곳에 도착하면, 지구와 함께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며 별과 은하의 사진을 찍게 될 것이었다. 이 차세대 망원경은 1995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근적외선 망원경을 짓는 데만 100억 달러가 들었다. 한화로는 10조 원이 넘는 돈이 들었으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다. 라그랑주 점에 무사히 도달한 제임스웹 망원경은 2022년 7월부터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생생한 우주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왔다.

이미 허블 망원경이 우주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좁쌀만큼이나 작은 영역을 찍은 적이 있었다. 사진에는 별처럼 보이는 점들이 찍혀 있었는데 그것들 하나하나가 은하였다(왼쪽 사진). 제임스웹 망원경이 찍은 사진에서는 이 은하의 모습이 허블로 찍은 사진보다 훨씬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오른쪽). 이 사진으로 우주에는 2,000억 개의 은하가 있고, 2,000해 개의 별이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조’ 다음이 ‘경’, ‘경’ 다음이 ‘해’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우주의 가장 깊숙한 곳, 가장 비밀스러운 곳을 보여주었다. 워낙 놀라운 결과라 2022년 7월 11일,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Joe Biden)이 백악관에서 직접 이 사진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군집한 은하들의 질량 덕에 이 은하들이 중력 렌즈 역할을 하면서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발견된 은하 중에는 빅뱅에 의해 우주가 시작된 지 3억 년 정도 지났을 때 생겨난 오랜 은하도 있었다. 그야말로 이 은하는 우주의 새벽녘에 만들어진 별들의 모임인 셈이다.

제임스웹 망원경이 보여준 오랜 은하의 모습은 어쩌면 지금까지 은하를 설명하던 이론을 완전히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어느 천체물리학자의 말처럼 제임스웹 망원경은 지금까지 세워진 이론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패러다임을 깨기 위한 기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에서 제임스웹 망원경은 진정한 의미의 타임머신이다. 빅뱅 이후 3분이 지났을 때 우주가 팽창하면서 점점 식어가면서 헬륨이 생기고 가벼운 원자핵이 탄생했다. 그리고 40만 년쯤 지나 처음으로 원자가 만들어지고, 1억 년쯤 지나 첫 번째 별이 생겨났다. 그리고 별들이 모여 첫 번째 은하를 이뤘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어떻게 은하가 생겨났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조금 더 분명한 답을 내려줄 것이다.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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