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이란 무엇일까? 영어로는 피직스(Physics)라고 부르는 물리학의 어원은 헬라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헬라어 또는 고대 그리스어로 물리학은 피지케(φυσική)라는 단어에서 왔다. 그 뜻은 '자연의 지식'이다. 그러니까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담고 있는 뜻은 중국 남송 시대의 유학자인 주희(朱熹)가 <대학장구(大學章句)>에서 언급한 유교용어 격물치지(格物致知)와 맞닿아있다. 풀어서 말하면 '사물의 이치를 궁극까지 파헤쳐 지식을 극진한 데 이르도록 하는 것'이 물리학의 원래 뜻이다.

그러면 오늘날 물리학은 무엇을 연구할까? 물리학의 분야는 몹시 넓어서 짧은 지면에 다 담기 어렵지만, 분야를 뭉뚱그려 '입자물리학, 핵물리학, 천체물리학, 응집물질물리학, 통계물리학, 원자 및 분자물리학, 광학'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분류가 엄밀한 건 아니다. 서로 겹치기도 하고 타 분야에서 나온 이론이나 실험을 서로 사용하기도 한다. 입자물리학이나 핵물리학은 환원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에 천착하지만, 통계물리학이나 응집물질물리학처럼 원자나 분자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모여 있을 때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을 다루는 분야도 있다. 오늘날에는 사회 현상과 경제학, 생물학도 물리학의 대상이 되기도 하므로, 물리학은 경제학이나 사회학, 생물학이나 심리학과도 연관된다. 

이 글에서는 오늘날 입자물리학과 핵물리학, 천체물리학에서 무엇을 연구하는지 짧게 소개하려고 한다. 이 세 분야는 우주를 서로 다른 위치에 바라보는 세 사람에 빗대 '세 사람의 물리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분야에서 연구하는 물리학자들 마음속에는 커다란 질문 세 가지가 있다. 그 질문은 고갱이 그린 유명한 그림 “D'où venons-nous? Que sommes-nous? Où allons-nous?”에서 찾을 수 있다. 불어로 된 세 질문은 고갱이 그린 그림의 왼쪽 위에 쓰여 있다. 이 질문을 번역하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고 적을 수 있겠다.

고갱은 열한 살 때부터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프랑스 오를레앙 외곽에 있는 가톨릭 신학교를 다녔다. 가톨릭 교리 수업은 오를레앙 주교가 가르쳤는데, 그는 이 수업에서 한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 세 가지를 들었다. 고갱은 훗날 기독교에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이 세 질문만큼은 그의 마음속에 깊이 담아 두었다. 고갱은 예술의 목적이 작품을 통해 이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에 있다고 여겼다. 프랑스를 떠나 타히티로 간 고갱은 1896년에 이 위대한 예술 작품을 그렸다. 이 그림은 현재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걸려 있다. 

이 세 가지 질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관심 가질만한 질문이다. 인문학자나 철학자도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물리학자도 마찬가지로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궁구한다. 이 질문은 워낙 근원적이라 쉽게 답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해답의 근처에 가는 데 필요한 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든다.

이번 2학기의 <과학 한 잔+>에서는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려고 물리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두 번째 글에서는 부산대 물리학과에서도 참여하고 있는 거대강입자 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가 파헤치는 물질의 근원을 다루고, 세 번째 글에서는 10억 년 전에 우주가 남긴 메아리를 찾아낸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글에서는 2022년 성탄절에 우주로 쏘아 올린 제임스웹 망원경이 우리에게 전하는 우주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세 가지 이야기에서 모두 고갱이 던진 세 가지 질문에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답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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