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4일, 미국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는 역사상 최초로 중력파를 탐지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온 지 백 년이 지나서야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던 중력파가 관측된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내놓은 건 1915년이었다. 한해 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유도한 중력 방정식을 이용하여 중력파가 존재함을 예측했지만, 중력파의 세기가 워낙 약해 중력파를 발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물리학자들은 1960년대부터 중력파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중력파를 발견하기 위한 본격적인 계획은 1980년대 들어서 시작되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물리학자들은 중력파를 측정하려는 집념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라이고가 역사상 최초로 중력파를 탐지하기까지 엄청난 재원과 인력이 필요했다. 라이고는 미국 연구재단의 도움을 받아 미국 워싱턴주의 한퍼드 사이트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길이가 4km나 되는 기역(ㄱ)자처럼 생긴 레이저 간섭계를 건설했다. 라이고 실험에는 1,000명이 넘는 과학자와 25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14개 국가의 90여 대학과 연구소가 함께 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 비르고 간섭계를 지었다. 과학에서는 교차 검증이 꼭 필요한데, 덕분에 라이고에서 중력파를 관측하면 유럽에 있는 비르고 실험(Virgo Experiment)에서도 관측할 수 있었다.

2015년 9월 14일에 관측됐다는 뜻으로 이 중력파에는 GW150914라는 이름이 붙였다. 이 중력파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1억 3,000만 년 전, 공룡이 지배하던 백악기의 지구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늘에서는 익룡이 날아다니고 꽃이 처음으로 생겨나고 개미와 벌들이 등장할 때였다. 지구에서 1억 3,00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우주적 사건이 일어난 게 바로 그 시기였다.

당시 엄청나게 무거운 두 블랙홀이 서로 합체되면서 상상을 초월할 만한 에너지를 내놓았다. 블랙홀의 질량은 각각 태양보다 29~36배나 되었고, 거기서 나오는 중력파의 에너지는 태양의 질량이 모두 에너지로 바뀌었을 때보다 3배나 더 컸다. 태양보다도 질량이 무시무시하게 큰 초신성이 폭발하고 남은 잔해들은 중력으로 인해 다시 뭉친다. 뭉친 별의 질량이 태양 정도 되면, 백색 난쟁이별이 된다. 이런 점에서 태양의 종말은 백색 난쟁이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별은 중력과 전자들이 겪는 파울리 배타원리가 서로 팽팽하게 맞서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별의 질량이 태양보다 두 배 이상 크면 이 평형 상태는 무너지고 중성자별이 된다. 중성자별은 다시 중력과 중성자들이 따라야 하는 파울리 배타원리 때문에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별의 질량이 이보다 훨씬 무거우면, 이 평형마저 깨진다. 이런 별을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가수 윤하가 부른 노래 <사건의 지평선>에서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에서 태어난 별이 블랙홀이다. 2015년 9월 14일에 물리학자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관측한 것이 바로 두 블랙홀이 합체되면서 더 무거운 블랙홀이 된, 1억 3,000만 년 전의 사건인 것이다.

라이고와 비르고에서 관측한 중력파의 볼륨을 올리면 마치 새소리처럼 들린다. 물리학자들은 이제 우주를 볼 뿐만 아니라 듣기도 한다. 중력파는 두 블랙홀의 합체나 두 중성자별의 충돌만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중력파를 분석하면, 지구에 존재하는 원소 중에서 무거운 원소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려준다. 그런 점에서 중력파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려줄지도 모른다.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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