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우리 대학의 가장 큰 변화는 캠퍼스였다. 차정인 총장 취임 후 캠퍼스 전역에 걸쳐 조경 정비·건물 리모델링 공사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차정인 총장의 캠퍼스 전략에서 비롯됐다. 캠퍼스 중심부를 녹지화해 학교를 공원처럼 만드는 것이다. 차 총장은 여러 시상식마다 축사에서 “철골 주차장 건립을 취소하고 그 자리를 숲으로 두도록 지시했다”는 사례를 언급할 정도로 캠퍼스를 가꾸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다. 총장의 이러한 전략을 집대성한 캠퍼스 설계도가 ‘캠퍼스 마스터플랜’이다. 향후 10년간 캠퍼스의 모든 건물을 허물고, 짓고, 리모델링하며 조경을 가꾸는 계획은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최근에 진행한 공사도 모두 마스터플랜의 한 조각인 셈이다.

국제신문 등에 보도된 2022년 5월 기준 마스터플랜 조감도. '공원화'를 위해 캠퍼스 중심부 노후 건축물 다수를 철거하고 미리내골 수로를 정문에 연결할 예정이었지만, 자연과학관 철거계획을 제외하고 모두 취소됐다. [전형서 전문기자]
국제신문 등에 보도된 2022년 5월 기준 마스터플랜 조감도. '공원화'를 위해 캠퍼스 중심부 노후 건축물 다수를 철거하고 미리내골 수로를 정문에 연결할 예정이었지만, 자연과학관 철거계획을 제외하고 모두 취소됐다. [전형서 전문기자]

대학본부 역시 지난해부터 이를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마스터플랜은 통상 4년에 한 번 개정되는데, 최종 개정이 2018년이었으니 지난해가 발표될 차례였다. 지난해 5월에는 8월 마스터플랜 발표를 앞두고 <국제신문> 등 지역 일간지에도 ‘개발주의를 이긴 인문주의’라며 크게 보도됐다. 비슷한 시기 <채널PNU>와 대학본부의 홍보지 역시 이에 대해 총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총장은 캠퍼스 중심부를 녹지화하는 계획을 마스터플랜에 반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발표는 올해 3월로 7개월이나 연기됐다. 기자는 그 시기에 맞춰 보도하려 지난 12월부터 석 달간 취재에 매달렸지만, 그조차도 발표가 연기됐다. 담당 부서에선 수정 가능성으로 인해 보도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10월 말 현재까지도 그 기사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마스터플랜은 글로컬대학30 반영 등 세부 수정을 이유로 재연기에 재연기를 거듭했다. 손에 잡힐 듯 하면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기이한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근거 문서가 없이 홍보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간 이어진 총장의 인터뷰와 기사를 통해 마스터플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상당수가 공개됐다. 그럼에도 문서화·공식화 되지 않았다. 한 대학의 향후 10년 간 캠퍼스 개발 계획이 총장 개인의 머릿속 생각의 지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이 문서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일관된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해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총장 임기는 4년이지만 캠퍼스 개발 계획은 10년 뒤를 보고 수립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총장이 교체되었을 때 당장 공개되지 않은 계획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 근거 문서가 공개되면 이를 바탕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와 합의(consensus)가 형성된다. 이를 기반으로 총장 개인에 좌우되지 않는 정책 기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각론은 바뀔 수 있지만 총론이 우왕좌왕하면 혼란상을 낳는다.

물론 대학본부 역시 마스터플랜을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하는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강조됐던 ‘녹지화’는 대폭 축소됐다. 작년 8월 공개 예정이던 마스터플랜에선 미리내골 물을 끌어다 정문에 흐르게 하고, △문창회관 △제1·2 물리관 △자연과학관 △지구관 △샛벌회관 모두를 철거해 녹지로 둘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연과학관 철거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취소됐다. ‘눈치’를 봐야 할 곳도 많다. 대학본부는 학교를 반 갈라 지나가는 도로인 금샘로 문제로 부산시·금정구와 씨름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의회가 특수학교 건립을 인질로 잡았고, 첨단과학관 공사 중단도 인질이었다는 의혹이 있다. 이랬던 갈등이 지난 3월 금정구와 MOU 체결로 ‘응급처치’ 되었으니, 학교로썬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현 정부의 지원 1천억 원이 걸린 ‘글로컬대학 30’ 선정까지 고려해야 하니 고차원 방정식의 덫에 걸린 셈이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해진다고 시책을 설명할 의무가 사라지진 않는다. 시책의 중요성만큼 학내 구성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이유도 크다. 차 총장은 지난해 5월 <채널PNU> 인터뷰에서 “캠퍼스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총장의 중요한 소임 중 하나”라고 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는 이미 학생·교수·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캠퍼스를 통해 평가받고 있다. ‘에브리타임’ 등 학생 커뮤니티에는 “캠퍼스가 예뻐지니까 학교가 더 좋게 느껴진다”며 학내 행정에 관심 없는 학생들조차 캠퍼스의 변화를 응원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그가 공들인 캠퍼스의 변화가 해프닝으로 남지 않고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형서 취재팀 전문기자
               전형서 취재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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