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준공된 상태로 6개월간 방치
-공사 재개 기약할 수 없어 큰 혼란
-금샘로 업무협약 맺자마자 재개돼
-비공식적인 협상카드였단 뒷말 무성

우리 대학이 체결한 ‘금샘로 업무협약’이 ‘첨단과학관 공사 지연’을 풀기 위한 타개책이었단 의혹이 제기된다. 부산 금정구가 첨단과학관을 볼모로 우리 대학을 금샘로 착공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1일 공사가 중단된 우리 대학 첨단과학관 현장. 지난해 12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98% 준공된 상태로 공사가 중지돼 학내 구성원이 혼란을 빚고 학사 일정에 큰 차질이 생겼다. [임하은 부대신문 국장]
지난 1월 11일 공사가 중단된 우리 대학 첨단과학관 현장. 지난해 12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98% 준공된 상태로 공사가 중지돼 학내 구성원이 혼란을 빚고 학사 일정에 큰 차질이 생겼다. [임하은 부대신문 국장]

구는 지난 2월 22일 우리 대학 첨단과학관에 내린 공사 중지 명령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일 구가 첨단과학관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지 6개월 만이다. 관련 논의는 지난 2월 10일 시작됐다. 우리 대학이 구와 금샘로 개설 공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다음 날이다. 

첨단과학관은 지상 10층 연면적 10,729.72㎡ 규모로, 생명 3과(△생명과학과 △미생물학과 △분자생물학과)가 이용할 새 건물이다. 늦어도 지난해 12월 완공돼 지난 1~2월에 생명 3과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생명 3과는 1970년 지어진 낡은 자연과학관을 이용하며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1일 구가 첨단과학관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며 차질을 빚게 됐다. 우리 대학이 첨단과학관이 포함된 구역의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실시계획인가)를 촉박하게 연장 신청하면서 공사 가능 기한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당초 실시계획인가는 2021년 12월 31일까지였지만 우리 대학은 당해 12월 29일에 연장을 신청했다.

해당 신청이 승인되지 않자 우리 대학은 지난해 4월 변경된 실시계획인가를 새로 신청했다. 그러나 구는 이조차 승인하지 않고 △2022년 11월 10일 △2022년 11월 29일 △2022년 12월 9일에 걸쳐 3차 보완을 요구했다. 우리 대학은 1차와 2차 보완 요청에 각각 7일과 3일 만에 회신하는 등 신속하게 응답했지만 또 다른 자료 보완을 요청받았다. 우리 대학 관계자는 “구가 원하는 대로 자료를 정상적으로 준비해 보완했다”며 “특별한 하자 없으면 허가가 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는 단순히 행정 조처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도시계획법에 따라 첨단과학관이 포함된 구역의 실시계획인가는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구청 담당자는 “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기존 실시계획인가는 실효화된 것”이라며 “새로운 실시계획인가를 받으려면 시초부터 현재까지 진행돼 왔던 사업에 대한 서류가 필요한데 부산대가 그 자료를 구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약 없는 이사에 학사 일정 혼란

공사 중지 명령 당시 첨단과학관은 이미 98%의 공정률을 달성해 △전기 △수도 △가스 인입만 남은 상황이었다. 공사가 반년 넘게 중단되자 관련 학과 구성원 사이에서는 △안정적인 연구 환경 조성 불능 △노후한 자연과학관 이용에 따른 안전 우려 △교육 연구 및 학습권 침해 △이전 예산 불용 위험 및 향후 예산 곤란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A(분자생물학, 22) 씨는 “부실한 건물에서 곧 더 나은 시설로 옮겨간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는데 막상 예고했던 시기가 왔는데도 또다시 연기하는 바람에 뒤통수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 대상 학과 공간으로 퇴거 예정인 해양학과 이승현(19) 학생회장도 “옛날부터 군대 갔다 오면 무조건 딴 데(첨단과학관) 지어져 있으니 이사 갈 거라고 했다”며 “왜 빨리 안 가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 올해는 갈 거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손문일(미생물학) 조교수는 "연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사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개인 소속의 연구실을 구축하는 데 있어 연구 장비 구매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데, 정확한 이사 시기가 잡히질 않아 혼란이 컸다"고 말했다. 정동주(해양학) 조교수는 “신임 교수의 경우, 4년 내 실적을 바탕으로 승진이 되는데 일 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실험실이 구축돼야 실험한 걸 데이터로 만들어서 논문을 쓰거나 대학원생을 받을 수 있는데 전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사 재개 시점을 알 수 없었단 점이었다. 첨단과학관 준공이 미뤄지니 올해 철거 예정이었던 자연과학관 철거 시기도 확언할 수 없게 됐다. 자연과학대학 최재민 행정실장은 “한 학기 동안 수업을 어디서 할지, 교수 실험실은 어디에 배치할지 모두 방중에 정해 놔야 한다”며 “첨단과학관에서 수업하는 것을 전제하고 세팅하고 있는데, 공사가 무기한 중단되면서 완전히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협약 2주 만에 공사 재개

뚜렷한 타개책 없이 학내 불편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짙어지자 첨단과학관을 볼모로 금샘로 건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었다. 2017년 구는 자유관 건축 허가 조건에 금샘로 논의를 협상카드로 내걸어 자유관 착공이 4개월간 지연되기도 했다(<부대신문> 2017년 2월 27일 자 보도). 지난해 특수학교 설립과정에서도 부산시의회가 ‘금샘로 개설을 위한 적극적 협의’ 없이는 안 된다는 조건을 붙여 난항을 겪기도 했다(<국제신문> 2022년 10월 12일 자 보도).

실제로 우리 대학이 금샘로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직후 반년 넘게 깜깜무소식이던 첨단과학관 공사 중단 건이 빠르게 진전됐다. 우리 대학은 업무협약 다음 날(2월 10일) 곧바로 구청 담당자와 회의할 수 있었다. 이후 구는 지난 2월 22일 실시계획인가 변경을 승인하며 첨단과학관 공사 재개를 고시했다. 공사는 2월 24일 공식 재개됐다.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주 만이다.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은 해당 의혹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쉬쉬하는 분위기다. 정황은 뚜렷하지만 구가 이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취재원들은 금샘로와 첨단과학관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취재원은 "우리 대학은 이미 3차까지 보완해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들었다”며 “결국 구가 첨단과학관 공사 중단 건을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취재원도 “첨단과학관으로 부산대를 압박하면 금샘로 건에 대해 조금 호의적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구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강경하게 선을 그었다. 구청 담당자는 “첨단과학관 공사 중단과 부산대 실시계획인가 건은 관련이 없다”며 “금샘로 관련해서는 당초 인가가 나왔을 때부터 구청이 적극적으로 협조했기에 지금 실시계획과 엮어서 나온 내용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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