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9일 금샘로 개설 업무협약
-합의체 구성해 격월 1회 논의하기로
-"공사 피해 어떻게 보상할 건지" 불안
-학교 "구민 의견 청취 차원일 뿐" 해명

부산캠퍼스 내 금샘로 개설에 소극적이던 우리 대학이 정기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하면서 학내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난 2월 9일 대학본부에서 차정인 총장(왼쪽)과 김재윤 금정구청장이 업무협약식을 마친 후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금정구 제공]
지난 2월 9일 대학본부에서 차정인 총장(왼쪽)과 김재윤 금정구청장이 업무협약식을 마친 후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금정구 제공]

우리 대학은 지난 2월 9일 오후 대학본부 제1회의실에서 부산 금정구와 ‘산성터널 접속도로(금샘로) 개설공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차정인 총장과 김재윤 금정구청장이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우리 대학과 금정구가 격월간 한 번씩 금샘로 개설공사에 관해 회의를 여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 대외협력부총장과 기획처장, 금정구 부구청장과 안전도시국장으로 협의체를 구성한다. 우리 대학은 학내 논의 과정을 구에 제공하고, 구는 부산시에 예산 확보 및 착공 준비 등 업무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금샘로는 우리 대학 남문 앞 금강식물원에서부터 캠퍼스 내부를 거쳐 남산동까지 연결하는 3.8km의 산복도로로, 현재 우리 대학 캠퍼스 내부 구간 850m(미술관 앞~진리관 앞)를 제외하고는 전 구간이 완공됐다.

우리 대학은 2016년 캠퍼스 내 금샘로 착공을 앞두고 ‘공법’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해 왔다. 지상에서 흙을 파내 공사하는 ‘개착식’ 공법은 학내 구성원의 안전과 학습권 보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부산시와 금정구는 우리 대학이 1997년 개착식 공법을 상호 합의했다는 이유로 기존 공법을 고집했다. 하지만 공법이 합의됐던 1997년에는 금샘로 부지에 건물이 적었지만 약 20년이 지난 2016년 캠퍼스는 금샘로 부지에까지 확장된 데다 공사에 영향받을 수 있는 연구시설이 많이 들어섰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2016년 캠퍼스 바로 앞인 대진전자통신고 앞 구간을 끝으로 공사는 중단되고 이듬해 6월 우리 대학 △교수 △학생 △교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금샘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결성되어 계획 변경안을 제시했다. 비대위는 캠퍼스 내에서 땅을 파지 않고도 공사할 수 있도록 지하에서부터 뚫고 들어오는 ‘굴착식’으로 공법을 변경하거나 경암체육관 뒤편 학교 부지 외부로 우회도로 건설 등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과도한 비용 △지나치게 길어지는 진출입로 △인근 주민 반대 등의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우리 대학의 갑작스런 금샘로 개설 MOU 체결에 학내 구성원들은 불만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A(기계공학, 17) 씨는 “금샘로 개통에 따른 혜택은 학생들이 아닌 주민들이 누리게 되는 것 아니냐”며 공법 선택에 있어 학교를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가 지연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공사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 줄 건지 따져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장문석(사회학, 22) 씨는 “구정(區政) 홍보 현수막 걸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며 전시행정을 위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부산 인구 감소세도 심한 마당에 금샘로가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교통 혼잡 해결이라는 명분을 잃은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우리 대학 측은 이번 MOU로 상황이 진전되거나 즉시 착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장덕현 기획처장은 “금샘로 공사는 부산시 재정으로 시공하는 것이기에 우리 대학과 시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공법을 비롯한 실제 내용은 금정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MOU가 체결된 이유에 대해선 “금샘로는 1970년대 동의된 도시계획시설”이라며 “구민의 이야기를 청취하는 차원에서 구청의 요구를 승낙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법·부지 등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선 “부산시 측에 학내 교육·연구 활동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답신을 바탕으로 학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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