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PNU 설문조사 결과
-MOU 계기로 관심 증가
-체결 실효성 의문 여전
-학교 측 "별다른 교류 없어"

우리 대학이 지난 2월 부산 금정구와 맺은 ‘금샘로 개설공사 업무협약’ 이후 우리 대학 구성원들의 금샘로 착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학내 구성원들의 대다수는 현 상태의 공사에는 협조할 수 없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이들은 일관되게 학내 피해 최소화를 가장 중시했다. 

<채널PNU>가 지난 3월 9일부터 21일까지 졸업생을 포함한 우리 대학 구성원 1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45명(82.4%)은 ‘현 상태 그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우리 대학이 절대로 협조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123명(69.9%)은 △굴착식으로 변경 시 협조 88명(50.0%) △우회도로로 변경 시 협조 35명(19.9%) 등 공법이 변경된다면 조건부 협조하는 것에 찬성했다. 22명(12.5%)은 부산시와 금정구민의 여론에 배치되더라도 어떠한 방식을 막론하고 금샘로 공사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채널PNU>가 지난 3월 9일부터 21일까지 졸업생을 포함한 우리 대학 구성원 1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c)유다원 기자

■“피해 없어야 협조”

공법 변경 시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중복 답변 가능)에는 학내 피해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한다고 답했다. △진동·소음 등으로 인한 학내 학습권 침해 109명(61.9%) △학내 건물 균열 등 캠퍼스 시설 피해 93명(52.8%) △캠퍼스 분단으로 인한 학생들의 이동권 침해 81명(46.0%) 등 학내 구성원들의 권리 침해를 크게 우려했다. 환경 파괴의 최소화나 지역 주민의 교통 편리성에 대한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각 33명·18.8%, 13명·7.4%)도 있었다. 

MOU 체결을 통해 기대하는 변화 역시 학내 피해 최소화를 포함한 우리 대학의 수혜(80명·45.5%)가 압도적이었다. 이외에도 △공법 변경 42명(23.9%) △공사의 신속한 진행 40명(22.7%) △부산시·금정구 등 지자체와 관계 진전 12명(6.8%)이 뒤따랐다.

학생들은 공사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사 진행 시 입을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이다. 장문석(사회학, 22) 씨는 “물론 개통이 되어야 하는 건 안다”면서도 △대학생활원 거주 학생들의 주거권 침해 △공사로 인한 지속적인 소음 △학내 공사 자체의 불합리성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학내에서 벌어진 시위 사례를 들며 “고정적으로 같은 소음을 계속 듣고 산다면 굉장히 스트레스가 생길 것 같다”며 “공법 변경이 있을 때 조건부 협조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원생 A 씨는 “안 그래도 캠퍼스의 오르막 경사 때문에 학교 다니기 불편한데 (공사 시작 시점에 입학한 학생들은) 입학해서 졸업까지 공사만 하다 끝난다는 사실을 알면 입학을 꺼려할 것 같다”며 “제발 착공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MOU 실효성 있나

이번 MOU 체결은 학내 구성원에게 금샘로의 존재를 알리고 관심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MOU 체결로 금샘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44명(81.8%)이 금샘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과거 금샘로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다는 응답자는 108명(61.4%)에 불과했다. 그중 관심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3명(30.1%)으로 학내 구성원 상당수가 금샘로 문제에 대해 모르거나 무관심했다.

MOU 체결의 실효성이나 적법성을 의심하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176명 중 86명(48.9%)은 이번 MOU가 학내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청취 없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이번 MOU 체결로 인해 유의미한 변화나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71명(40.3%)에 그쳤다. 39명(22.1%)은 ‘변화가 없을 것 같다’, 66명(37.5%)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B(영어영문학, 20) 씨는 “학생들의 의견 없이 결정한 것 같다“며 “학생들을 위한 캠퍼스라면 대학본부와 금정구의 합의가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정보컴퓨터공학, 18) 씨는 “학생 전체 투표가 필요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OU 체결 의도에 대한 의문도 인다. 최 모(법학, 졸업) 씨는 “지금 와서 MOU 체결하는 게 정말 공사를 할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첨단과학관 문제를 일단 회피하려고 ‘꼬롬하게(꺼림칙하게)’ 행동하는 게 대학으로서 마땅한 자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협조할 마음이 없으면 MOU를 체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았을 것”이라며 학교 결정을 비판했다. 장문석(사회학, 22) 씨도 “(MOU에 포함된 내용도) 형식적인 내용뿐이고, 회의도 두 달에 한 번뿐”이라며 “1년에 6번 회의할 거면 보여 주기 식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정구의회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D(더불어민주당) 구의원은 <채널PNU>와의 통화에서 “구청장님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선언적인 문구들로만 이뤄진 MOU가 유의미한 효과가 있겠냐”며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에 대한 내용이 없어 (구의회 내에서도) 비공식적으로는 ‘알맹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공사를 시작하는 줄 아시는 구민들이 많아 과하게 홍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양측이 일단 양보했지만, 대학과 구의회 양측 모두 불만족스러운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대학과 구는 지난 2월 9일 MOU를 체결한 후 아직까지 특별한 교류가 없는 상황이다. 대학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논의할 의제나 정례 회동 일정 등을 포함해 정해진 것이 없다. 장덕현 기획처장은 <채널PNU>와의 통화에서 “양측 모두 바쁘다 보니 지난 MOU 체결 이후로는 별다른 만남이 없었다”며 “시와 먼저 논의해 보고, 좀 더 입장이 정리된 후에 구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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