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20일 사업설명회 열고
-졸업장부터 학사 구조까지 개편 설명
-양산캠, 바이오 헬스 거점지로 변신
-교대 통합 두고 학생 소통 부족 지적
-기초 학문 경시한다는 우려도 나와

부산에서 유일하게 정부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예비 지정(<채널PNU> 2023년 6월 21일 보도)된 우리 대학이 본지정 계획서의 주요 전략을 발표하며 남부권 서울대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계획서에는 △종합교원양성 체제 구축 △학문 간 벽 허물기 △에듀테크(Edu-tech) 사업 양성 등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일 우리 대학은 대학본부에서 ‘2023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신청 추진 관련 사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오는 10월 6일 본지정 계획서 제출을 앞두고 글로컬대 사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이날 우리 대학 차정인 총장과 장덕현 기획처장은 글로컬 대학 본지정을 위한 우리 대학의 세 가지 글로컬대 추진 전략을 언급하고 이에 따른 9개 전략 과제와 27개 세부 실행 과제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차정인 총장과 우리 대학 구성원 △부산시 교육청 관계자 △지역 산업체 관계자를 비롯해 우리 대학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교육대학교(부산교대) △박수자 총장과 부산교대 구성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유튜브 중계는 약 150명이 시청했다.

이날 차정인 총장은 개회 인사말을 마치고 글로컬 대학 사업 추진 과정과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정다민 기자]
이날 차정인 총장은 개회 인사말을 마치고 글로컬 대학 사업 추진 과정과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정다민 기자]
장덕현 기획처장이 9대 전략 과제와 27개 실행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다민 기자]
장덕현 기획처장이 9대 전략 과제와 27개 실행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다민 기자]

■2027년, 우리 대학 교대와 한 몸

설명회를 종합하면, 우리 대학은 부산교대와 2027년 통합을 목표한다. 우리 대학 사범대와 교대의 상호 간 복수전공 제한의 내용은 본지정 계획서를 비롯해 통합합의서와 학칙에 성문화된다. 차정인 총장은 통합으로 초등 교원의 독자성과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 요소도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총장은 “각 대학의 독자적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가 없을 것”이라며 “전문성도 오히려 종합대학에 들어옴으로써 풍부해지고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 반발은 여전한 해결 과제로 남았다. 이날 부산교대 방인성(윤리교육, 21) 비대위원장은 교대 학생 530명 가량이 답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여전히 70%가 통합에 반대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장 기획처장은 “교대는 아직까진 다른 대학 학생들이라 소통에 한계가 있다”며 “교대 측에 학생들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해 소통해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학생의 반대도 여전한 문제다. 지난 9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학부생 반대가 63.5%로 나온 것이다(<채널PNU> 9월 14일 보도). 관련 질문에 대해 장 기획처장은 "설명회가 끝나고 온라인으로 글로컬 사업에 대한 의견을 받을 예정"이라며 "실제 통합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남겨주신 의견을 바탕으로 양 대학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차 총장 설명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지금까지 글로컬 사업 추진에 대한 총 91번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확대 TF(△우리 대학 △부산교대 △부산시 △시교육청) -12회 △PNU 혁신 TF-53회 △부산교대TF-12회 △기획처↔사범대-17회)

■빈 공간 없는 대학 생활 역량 설계

설명회에서는 교육과정을 유연화하는 '펜토미노형 교육시스템' 구축 계획이 발표됐다. 여러 개의 조각들을 보드에 빈 공간이 없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배열하는 펜토미노 퍼즐과 같이 학생들이 자신만의 역량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겠단 것이다. 이에 맞춰 우리 대학은 △AI 활용 전공 교육 디자인 센터 △도약학기제 △졸업장 형식 개편 등 다양한 변화를 계획 중이다.

또한 졸업장은 개개인이 설계한 역량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바뀐다. 기존의 전공과 복수·부전공만 표시됐던 졸업장 대신에 학생이 이수한 △교과과정 △비교과과정 △일반 선택 △해외 연수 등이 표시되는 '스킬 리포트 형식'의 졸업장이 학생에게 주어진다.

그 밖에도 우리 대학은 학문 간 벽 허물기의 일환으로 융합적 교육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휴머니티’ 같이 한 가지 학과에서 담당할 수 없는 주제를 인문대학 단위로 다루는 등의 기회를 마련한다. 학생들이 여러 학과를 거쳐 융합적 교육을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우리 대학의 설명이다.

김요섭(국어교육학, 20) 학생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이날 설명회에선 약 30분 동안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정다민 기자]
김요섭(국어교육학, 20) 학생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이날 설명회에선 약 30분 동안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정다민 기자]

■교육을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환원

교육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계획도 추진 중이다. 우리 대학은 입학과 동시에 지역 인재로 채용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운영을 추진한다. 장 기획처장은 “기계·기술을 비롯한 방위 산업과 반도체에 관한 채용 연계형 학과가 글로컬 사업 기간 안에 마련되도록 노력 중”이라며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된 인재 양성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고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양산캠퍼스엔 수의대를 비롯해 첨단 의·생명 분야와 바이오 분야 학문단위가 집적된다. 소속이 다른 우리 대학 의·생명 분야와 바이오 분야를 연구 그룹으로 구성해 양산캠퍼스에 융합과학기술원 형태의 대학원을 설립한다. 또한 임상시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 대학 △병원 △치과 병원 △한방 병원과 협력해 글로컬 임상실습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장 기획처장은 “양산캠퍼스는 우리에게 가장 많은 기회를 보장하는 소중한 캠퍼스”라며 “지금 추진하고 있는 수의대 유치까지 실현된다면 양산캠퍼스는 인수공통 감염병을 포함한 의·생명 바이오 헬스 분야의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캠퍼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대학은 교육과 연구에만 집중하는 캠퍼스에서 나아가 축적한 자산을 지역사회에 개방해 산학·지자체 협력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대학의 성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지역 공동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이 설립되고 평생교육원을 연제캠퍼스로 이전해 지역 내 프리미엄 평생교육 브랜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에듀테크 기업들과의 산학연계 네트워크를 구축해 부산시를 세계적 에듀테크 메카로 육성한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한편 설명회에서는 이번 글로컬대 사업이 교대 통합과 산학 협력 프로그램에 너무 치중해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김정구(정보컴퓨터공학) 교수회장은 “우리 대학은 국립대학의 맏형이고 인문학 같은 기초 학문에 대한 역량 향상이 필요할 텐데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준규(한문학) 인문대학장은 “오늘 설명회의 내용은 기능주의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며 “부산시 산업에 도움 되는 학생들을 양성할 수는 있겠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성을 갖고 있는 학생을 양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 기획처장은 “국립대육성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초학문이나 인문학 분야를 지원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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