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대책으로 꼽힌 현장 투표도
-시공간 부족한 것으로 파악돼
-선거 코앞에 두고 선거인단 범위 조정
-주먹구구식 운영에 비판 커져

우리 대학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가 안일하게 선거규정을 개정한 탓에 학생 투표의 가치가 추락(<채널PNU> 2024년 1월 30일 보도)했다는 소식이 학생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총장선거를 코앞에 두고 학생 선거인단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한 학생이 아닌 전체 학생으로 규정된 결과다. 이런 가운데 유일한 대책으로 꼽히는 현장 투표마저 몇 천명에 달하는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조차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정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행한 제22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 운영 방식. [유승현 기자]
금정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행한 제22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 운영 방식. [유승현 기자]

1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총장 선거에서는 사전에 선거인 명부로 등록한 학생 표에 더해 현장에서 학생 표의 추가 모집을 독려한다. 지난 1월 22일 총추위가 법적 검토를 통해 학생 선거인을 기존 선거인 명부 등록자(5,905명)에서 전체 학생(23,439명)으로 재획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10%로 합의한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실질적인 가치를 계산했을 때, 2~3%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채널PNU> 2024년 1월 30일 보도).

이에 우리 대학 총학과 교수회는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을 최대치까지 올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현장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을 지난 1월 29일 <채널PNU>와의 통화에서 내놨다. 최대한 많은 학생을 현장 투표에 동원하는 것이 학생 선거권 보장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현장투표가 이뤄질 공간이다. 오는 2월 6일 운영될 현장 투표소는 부산캠 경암체육관 한 곳이다.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학생들의 접근성이 높지 않은 데다 양산캠과 밀양캠 학생들의 현장 투표가 현질적으로 어렵다. 선거가 방학 중에 이뤄져 부산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들의 선거권 행사도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김정구(정보컴퓨터공학) 교수회장은 “(학생들의 접근)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총선 등 여러 일정을 고려하다 보니 이때(2월 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시간적인 제약도 큰 문제다. 2만 명에 달하는 학생이 현장 투표에 참여한다 해도 1시간 내에 투표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 총장 선거는 결선 투표 방식으로 △1차 투표(정오~오후 1시) △ 2차 투표(오후 2시 30분~3시 30분) △결선 투표(오후 5시~6시)의 세 차례를 거친다. 1차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만 2차 투표에 참여할 수 있고, 2차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만 결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결국 1차 투표 시간인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의 1시간 내에 모든 현장 투표 참여 학생들이 투표를 마쳐야 하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당일 현장 투표가 가능한 최대 인원을 3,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채널PNU> 2024년 1월 30일 보도). 다만 3,000명이 현장에서 참여해도 기존 셈법의 1/3 수준인데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현장 투표에서 이용 가능한 기표대는 10개에 불과하다. 3,000명의 동원을 위해선 선거인 한 명이 12초 안에 투표를 마쳐야 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제기되지만 시기가 너무 늦어 뾰족한 해결책의 마련도 어렵다. 투표를 5일 앞둔 시점에서 결정돼 있는 법적 운영 사항들을 뒤집긴 어렵기 때문이다. 김 교수회장은 “금정구 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소를 몇 개 더 만들면 안 되겠느냐고 얘기해 봤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변경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현장 투표 여건이 학생 선거권을 보장할 수 없는 형태인 셈이다.

애초 학생 선거인단의 범위를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재설정한 것부터 문제란 지적도 인다. 교수회가 선거인단 범위의 재설정을 통보한 건 지난 1월 22일으로 선거를 고작 13일 남긴 시점이다. 학생 선거인 범위의 확대가 미리 결정됐다면 사전 선거인 명부 등록에 더 적극적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총학은 지난 지난 1월 16일부터 1월 18일까지 선거인 명부 등록을 마감했으나 교수회가 범위 재설정을 통보한 이후 지난 1월 23일부터 24일까지 급히 학생 선거인을 추가 모집한 바 있다(<채널PNU 2024년 1월 23일 보도>).

현재로선 현장 투표에 대한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다수의 학생들이 현장 투표를 인지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사전 선거인 명부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이 현장에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지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총학은 여전히 아무런 대응이나 현장 참여 독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대학 학생들 사이에선 총추위의 주먹구구식 운영과 결정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총장 선거에 학생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A 씨는 “기사가 아니었으면 (선거인 획정 상황을)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학생 B 씨는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냐”며 “학생들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 알립니다.

기사 발행 이후 총추위 측의 정확한 인원수 공개로 기사 본문에 기재된 수치를 일부 수정(2024년 2월 5일 기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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