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대 학생들, 24~25일 동맹 휴업
-채널PNU 자체 설문 조사, 우리 대학 학생 73% 통합 반대
-기획평가과 "불리한 통합 아니다"

우리 대학과 부산교육대학교(부산교대)가 '글로컬대학30(글로컬대)' 사업의 첫 삽을 함께 떴지만 학생 반발은 여전하다. 양 대학 간 논의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3일 부산교육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부산교대 학생들이 대학본부의 통합 결정을 반대하며 24~25일 전면 휴업을 선포하고 있다. [최선우 기자]
지난 5월 23일 부산교육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부산교대 학생들이 대학본부의 통합 결정을 반대하며 24~25일 전면 휴업을 선포하고 있다. [최선우 기자]
지난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관련 학내 설문조사. (c)최선우 기자
지난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관련 학내 설문조사. (c)최선우 기자

지난 17일 부산교대는 교수회의에서 우리 대학과의 글로컬대 사업 공동 지원을 결정했다. 부산교대 측의 공동 지원 결정으로 본격적인 통합 수순을 밟게 됐으나 부산교대 학생 전원이 24~25일 이틀간 수업을 거부하는 등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인다.

■부산교대, 수업까지 거부하며 "통합 안 돼"

부산교대 학생들은 반대 의지의 표명으로 전면 휴업에 돌입했다. 부산교대 방인성(윤리교육, 21)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월 23일 기자회견에서 “학생을 무시하는 교수진들에 학생 의지를 보여 주겠다”며 24일과 25일 전체 학생 동맹 휴업을 선포했다. 부산교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추가적으로 학내·외 대응을 진행했고 시민 성명을 받아 글로컬대 사업 지원 마감일인 지난 5월 31일 부산시에 의견을 제출할 계획을 밝혔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학생 의견을 듣지 않았단 것이다. 부산교대 비대위에 따르면, 부산교대 대학본부는 지난해 11월 ‘부산교대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교환회’에서 5번의 오프라인 간담회와 온라인 소통 창구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지만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글로컬대 공동 지원으로 통합 논의 재개 이후 5월 3일 일방적인 공지만 한 뒤 17일 가결됐다고 한다. 부산교대 박홍형(사회교육, 23) 씨는 “시대적 흐름으로 통합 자체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일방적인 통보와 학생들의 반발에도 학교는 무시로 일관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 비대위원장도 “글로컬대 사업 지원을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학우들이 온전히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컬대 사업 지원 자체도 의문스럽단 입장이다. 사업 예산이 교육 혁신을 위한 목적으로 온전히 사용되지 않는단 것이다. 특히 글로컬대 사업이 대학의 ‘내외적 벽 허물기’를 기조로 추진되기에 차후 유‧초‧중등(특수) 교원 양성 과정의 벽도 허물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방 비대위원장은 “교수회의 자료를 보면 글로컬대 사업 선정 시 얻게 되는 1,500억가량의 예산은 단순 건물 증축과 해외 연수 등에 치중돼 있다”며 “시스템적으로 교육의 혁신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산교대 학생들은 현재 글로컬대 사업 본지정 좌절을 최종 목표로 행동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 간 합의와 소통 의지가 글로컬대 본지정에 중요 평가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학생 반발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방 비대위원장은 “학교 본부의 의제 자체를 바꾸고 의지를 꺾기엔 부족한 대응이지만 우리의 움직임은 분명 교육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우리 대학 학생들도 이번 통합을 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널PNU>가 지난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부산대·교대 통합 관련 학내 의견 조사'(571명 참여)에 따르면 73.7%(421명)가 통합 결정을 반대했다. 더불어 설문 참여자의 77.9%(445명)는 우리 대학에 불리한 통합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글로컬대 사업으로 얻는 예산의 상당 부분이 부산교대에 사용됨을 지적하며 “부산교대에만 이득이고 부산대와 부산대생이 이득 보는 것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사범대학 재학생 A 씨는 “거제동으로 캠퍼스를 옮긴 후 사범대 수업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며 “물리교육과나 화학교육과 같은 학과는 실험 시설이 필요한데, 장전캠이 제공하던 수업 환경을 부산교대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설문을 통해 밝혔다.

글로컬대 선정을 위해 통합의 방식을 채택한 것에도 의문이 잇따른다. 글로컬대 사업 자체는 도움이 되지만 통합하지 않았어도 선정됐을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로 설문 참여자의 58.3%(333명)가 글로컬대 사업이 우리 대학에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했지만, 74.2%(424명)은 통합하지 않았어도 사업 선정에 무리가 없었을 거라고 답했다. 이에 우리 대학 기획평가과는 <채널PNU>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 대학 내부에서도 대학 간 통폐합과 융복합 교육 과정 운영을 주요 방향성으로 꼽고 있어 통합이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상호간 복수전공 논의도 주요 쟁점이다. 부산교대는 통합 조건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의 초등교원 자격을 위한 복수전공 금지를 내걸었지만 우리 대학은 제재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설문 참여자 51.3%(293명)는 ‘부산교대 학생들도 우리 대학의 일반과 복수전공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형평성을 위해 최소 우리 대학 사범대학 학생의 복수전공이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우리 대학 사범대학은 대학본부에 구성원 의견 수렴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사범대 이전 등의 문제로 내부 우려와 불안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범대학 학생들이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글로컬대 사업과 통합 관련 정보를 전파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사범대학 최용권(국어교육, 21) 학생회장은 “모든 학우가 글로컬 대학 사업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며 “모두의 발전을 위한 고민과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요섭(국어교육, 20) 총학생회장은 “24일 글로컬사업 설명회 후 학내 의견을 모아 총학생회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학본부, "불리한 통합 아냐"

대학본부는 이번 통합이 우리에게 전혀 불리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부산교대에 집중될 글로컬대 사업 예산을 제외하고도 국립대 간 통합 지원 예산과 기타 국비 지원 시설비 등이 있어 장전‧양산‧밀양 캠퍼스에도 충분한 투자가 가능하단 입장이다. 지난 5월 24일 기획처가 주최한 ‘글로컬대학 사업 추진 설명회’에서 장덕현 기획처장은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통합”이라며 “통합이 되고 나면 현재 부산교대 거제동 캠퍼스도 우리 대학이 되기 때문에 글로컬대 예산 사용도 우리 스스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상호간 복수 전공은 어려울 전망이다. 초등 교사 수급이 불안한 현 상황을 고려해 우리 대학 학생들이 초등교육을 복수전공하는 것은 학칙으로 금지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학칙을 마련할 근거가 없단 것이 기획처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