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판트 제도' 해보니
-영수증으로 결제할 수 있어
-"점차 일회용품 안 쓰게 돼"

교환학생에 대한 A to Z! 교환학생의 일상을 전하는 톡파원입니다.

이번 톡파원은 2023학년도 2학기 독일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채널PNU> 소속 두 명의 기자가 각각 '에어랑엔-뉘른베르크 대학(University of Erlangen-Nuremberg)'과 '레겐스부르크 대학(University of Regensburg)'에서의 이모저모를 담아냅니다.

본 기획은 우리 대학 해외 교환 프로그램의 사소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자원순환을 위해 전 세계가 ‘탈 플라스틱’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2003년부터 전 지역에서 ‘판트(Pfand) 제도(일회용 폐기물 보증금제)’를 시행하며 탈 플라스틱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소위 ‘친환경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환경 문제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있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판트’란 독일어로 보증금이라는 뜻으로, 플라스틱이나 캔 등의 공병을 반환하면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된다. 마트에서 플라스틱이나 캔 용기로 된 상품을 살 때의 가격은 보증금을 포함한 가격인데, 이후 남은 빈 용기를 판트 기계(페트병 수거 전용 무인 회수기)에 넣으면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판트 기계는 독일 마트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2023학년도 2학기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파견된 <채널PNU> 톡파원 기자도 판트 제도를 활용해 폐기물 재활용을 실천해봤다.

■친환경·경제적인 ‘판트’

독일 에를랑겐의 ALDI(알디) 마트의 한 기계 앞. 지난 일주일간 모은 9병의 일회용 페트병을 반환하기 위해 빈 페트병을 들고 줄을 섰다. 늘어선 줄의 모습에 판트 제도가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 원활히 이용되고 있다는 것도 체감할 수 있었다. 기자는 페트병 9개를 모두 반환하여, 총 2.25유로(한화 3,208원)(한국 시간 9월 21일 정오기준)를 받았다.

플라스틱병과 캔을 모두 기계에 넣으니 판트 영수증이 출력됐다. 이 영수증이 보증금의 역할을 한다. 물품을 구매할 때 판트 기계에서 받은 영수증을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 꼭 물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계산대에서 현금으로 반환할 수 있다. 본 기자는 출력된 영수증을 사용해 2.19유로의 치즈(3,122.7원)와 0.69유로의 대파(983.7원)를 구매했다. 보증금이 차액 되니 실제로 내는 금액은 ‘0.63유로(898.1원)’밖에 되지 않았다.

판트 기계에 공병을 반환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김현희 기자]
판트 기계에 공병을 반환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김현희 기자]
판트 기계에서 받은 판트 영수증. [김현희 기자]
판트 기계에서 받은 판트 영수증. [김현희 기자]

판트 제도는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적인 제도로 꼽힌다. 재활용품을 모아 △쓰레기 매립 감소 △원활한 재활용 △음료병의 재사용 시스템 확보 등으로 환경에 기여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을 실생활 속에서 간편하게 ‘순환 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독일 포장시장연구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병 하나 당 재사용 횟수는 평균 40~50회로 공병 재사용률은 무려 9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에서도 판트를 하기 위해 음료를 다 마시고도 빈 페트병을 다시 가방에 넣어가는 사람과 빈 페트병과 캔을 찾아 모으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도에서 독일로 와 3년째 유학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Preet Patel(25)씨는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의 차원에서도 판트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2년간 사용한 플라스틱병을 열 손가락 안에 꼽았다. “결국 지불한 돈을 다시 돌려받는 시스템이지만, 환경을 보호할 수 있어 잘 활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이 있다 보니 재활용도 잘하게 됐고, 더 나아가 애초에 플라스틱병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됐다. 지난 2년간 사용한 플라스틱병이 10병이 채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트 제도 이용 시 주의할 점

다만 모든 페트병이나 캔이 환급되는 것은 아니다. 페트병이나 캔의 겉면을 보면 반환 가능 여부와 해당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15 CENT PFAND(15센트 보증금)’으로 가격이 직접적으로 적혀 있는 경우도 있지만, ‘MEHGRWEGLASCHE PFAND ZURüCK(여러 번 사용 가능한, 반환할 수 있는 병)’로 적혀 있는 경우도 많다. 가격의 명시 없이 글로만 반환 가능 여부가 적혀있는 경우,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버릴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환급액(보증금)은 △0.08유로 △0.15유로 △0.25유로까지 다양하게 책정돼 있다.

또한 반환받은 보증금은 판트를 한 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상호가 같은 매장이라도, 직접적으로 판트 기계를 이용한 한 매장이 아니라면 보증금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편 우리나라 서울시도 지난 7일,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종합대책’을 내세우며 △세종 △제주에 이어 2025년부터 일회용컵 사용 시 보증금 300원이 부과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할 것을 발표했다. △플라스틱 없는 건강한 일상 조성 △재활용품 분리배출 인프라 확충 △플라스틱 자원화 및 선순환 체계구축을 목표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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