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주소 받는 데만 4주 소요
-전출입 신고하려 '오픈런' 하기도
-느린 행정 처리에 유학생들 "답답"

교환학생에 대한 A to Z! 교환학생의 일상을 전하는 톡파원입니다. 

이번 톡파원은 2023학년도 2학기 독일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채널PNU> 소속 두 명의 기자가 각각 '에어랑엔-뉘른베르크 대학(University of Erlangen-Nuremberg)'과 '레겐스부르크 대학(University of Regensburg)'에서의 이모저모를 담아냅니다. 본 기획은 우리 대학 해외 교환 프로그램의 사소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온 지 약 4개월째, 본 기자는 불법 체류의 위기에 처했다. 입국 90일 이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독일 행정당국의 ‘느린 업무처리’로 제때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것이다.

지난 11월 20일 오전 7시 30분(현지 시각), 아직 문을 열지도 않은 독일 에어랑엔 지역의 시청 앞에는 3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학생 비자 △운전 면허 △전출입 신고 등 행정 처리를 위해서 ‘오픈 런’에 뛰어든 것이다. 이날 학생 비자 발급을 위해 줄을 선 교환학생 Tahir Raza 씨는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시청 메일로 서류를 보냈지만, 이메일 답장을 두 달째 받지 못했다”며 “오후에는 사람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집에서 일찍 나와 줄을 섰다”고 전했다.

시청 업무 시작 30분 전, 시청 입구 모습. [김현희 기자]
시청 업무 시작 30분 전, 시청 입구 모습. [김현희 기자]
외국인청 사무실 앞에서 본인의 차례가 오기까지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김현희 기자]
외국인청 사무실 앞에서 본인의 차례가 오기까지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김현희 기자]

본 기자 역시 독일의 느린 행정 처리 문제를 체감했다. 교환학생은 한국이나 독일 현지에서 ‘테어민(termin)’이라는 비자 발급 미팅을 잡아야 한다. 출국 전 한국에서 테어민을 잡지 못했던 기자는 어쩔 수 없이 무비자 상태로 출국했다. 하지만 독일에서 테어민을 잡는 과정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안멜둥(Anmeldung)’이라는 전입 신고와 서류 검토 과정 등을 거쳐야 했는데 곳곳에서 ‘느린 행정’이라는 암초를 만나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안멜둥을 한 뒤에도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에어랑엔 시청의 안내에 따르면, 서류를 보낼 메일 주소를 받는 데만 무려 4주가 걸린다. 이후도 문제다. 본 기자의 경우 서류를 전송하고 테어민이 잡히기까지 7주가 소요됐는데 테어민 이후 비자 발급까지도 최대 6주가 걸릴 수 있어 6개월 교환학생을 위한 학생 비자를 발급받는 데만 17주, 즉 ‘4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답답함에 테어민이 잡히기까지 시청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기다리는 것”, “모든 것이 괜찮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유학생 대부분은 비자 발급에 문제를 겪고 있었다. 비자 발급 기한인 90일을 넘겨 공식적으로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학생들도 많았다. 다만 이는 독일 관청 자체의 문제로 불법 체류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는 없다. FAU(에어랑엔-뉘른베르크 대학)에 재학 중인 Raza 씨는 “주위에 비자가 빨리 발급되지 않아 무비자로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고 밝혔다. Chimamkpam 씨도 “비자 문제로 시청 운영 시간에 맞춰 수업을 빠지고 몇 차례 시청에 가봤지만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뿐이었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은 독일의 행정 처리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직접 만남만을 고집하고 업무가 유연하지 않아 처리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정혜승(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21) 씨는 “번호표를 뽑고 1시간씩 대기한 뒤 창구에서 받을 수 있었던 건 고작 메일 주소가 적힌 종이 한 장이 전부였다”며 “직원들은 메일 주소를 건네주는 것 외에 비자에 대한 어떠한 질문에도 담당 부서가 아니라 해줄 수 있는 답변이 없다는 말만 건넸다”고 말했다.

관청이 이용자들이 처한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에어랑엔 시청에서 비자를 담당하는 외국인청의 근무 시간은 △월요일 오전 8시~정오와 오후 2시~4시 30분 △화요일 오전 8시~정오 △수요일 휴무 △목요일 오전 8시~오후 1시 △금요일 오전 8시~정오다. 오전 8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은 방문이 어려운 셈이다. 외국인청임에도 전화 상담은 독일어로만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다. 정 씨는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없냐는 물음에 영어 문의 사항은 메일로 접수하라는 답변을 받고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에어랑엔 주의 시청 행정 처리를 기준으로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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