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역의 길 건너에 있어서 이름이 ‘길건너’인 게스트하우스. 지난 18일 하루 동안 묵은 길건너 게스트하우스는 젊은 호스트의 감각이 살아있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교류가 펼쳐지는 곳이었다.
  독특한 교류의 장은 체크인 전인 아침부터 시작된다. 순천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으려는 찰나, 휴대폰에 70여 명이 있는 단체 채팅창에 초대되었다는 알림이 울렸다. 채팅창에 초대된 모든 사람은 당일 순천 ‘길건너 게스트하우스(이하 길건너)’에 묵는 게스트들이었다. 처음 대화는 길건너를 쉽게 찾아오는 방법, 숙소 이용 시 주의사항 등의 안내로 시작됐다. 이후 채팅창엔 ‘자전거 빌리는 곳 있나요?’, ‘순대국밥 제일 맛있는 곳 어딘가요? 같이 먹으러 가실 분!’ 등의 게스트와 호스트, 게스트들끼리의 대화가 이어졌다.
  숙소 입구의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철도 역사처럼 꾸며놓은 인테리어다. 손님을 맞는 카운터를 지나 ‘길건너 휴게실’이란 커뮤니티 공간이 게스트를 반긴다. 긴 테이블과 이층침대가 놓인 이 공간에 게스트들은 편히 앉거나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배정받은 객실로 올라가는 계단과 복도도 역사처럼 꾸며져 있었다. 길건너 이원기 대표는 “여행을 갈 때 기차를 타면 설레듯, 길건너에서도 같은 기분을 느끼길 바란 것”이라고 말했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보인 객실의 문에는 ‘203호’, ‘304’호 대신 ‘미쳤나방’, ‘감방’ 같은 이름이 붙어있어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침대에 짐을 풀어놓고 다시 채팅창을 보니 ‘순천 야간투어’와 ‘친목파티’에 대한 공지가 올라왔다. 순천 야간투어는 해가 진 후 할 일이 없는 여행자들을 위해 이원기 대표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오후 8시 승합차를 탄 게스트들은 현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문화의 거리 △철도관사마을 △죽도봉 공원 등 순천의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야간투어에 참여한 송재윤(경기도 의정부시, 26) 씨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야경 속 이야기들을 유래, 역사 등의 설명과 같이 들어서 풍부한 여행이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잠실에서 온 20살 이채연 씨의 사연입니다. 웬수인 동창이랑 여행 왔어요…”라는 라디오 음성이 들렸다. 매일 저녁 진행되는 생방송 <꿈깨는 라디오>의 소리였다. 당일 묵는 게스트의 사연과 신청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는 커뮤니티룸 뿐만 아니라 각 객실의 스피커를 통해 전달된다. 이광석(대전시, 23) 씨는 “바로 옆에서 묵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라디오 방송이 진행되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길건너의 독특한 교류는 밤에 열리는 친목파티에서 진미를 느낄 수 있다. 40명이 참여한 파티는 게스트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레크레이션을 진행한다. 테이블마다 조를 편성하고, △절대음감 게임 △2초 전주 듣고 노래 맞추기 등을 진행하다 보면 어색한 분위기는 어느샌가 풀려있다. 또한 순천바로알기 골든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원기 대표는 “여행객들이 왜 순천에 왔는지 알고 가길 바랐다”고 전했다.
  야간투어부터 친목파티까지 차별화된 프로그램에 게스트들은 다시 순천을 와도 길건너를 찾게 된다고 한다. 길건너가 있어서 순천에 왔다는 오예지(서울시, 24)씨는 “라디오나 야간투어 같은 프로그램은 정말 남다른 교류의 장”이라며 “처음 왔을 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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