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기준 미달돼 투표 기간 연장
-선거 무산될 위험 커 불안 확산
-시대착오적 규정이란 지적 일어
-“학생자치 활성화위해 완화해야”

올해도 학생회 선거에 학생들의 무관심이 이어진 가운데 절반 이상 투표해야 선거가 유효하다는 세칙이 시대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할 시 선거가 무산됨을 명시하고 있다. [출처: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갈무리]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할 시 선거가 무산됨을 명시하고 있다. [출처: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갈무리]

30일(어제) 우리 대학 학생지원시스템을 보면 지난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우리 대학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선거 결과, 다수의 단위가 투표율 50%를 채우지 못했다. 총학생회 투표율은 6년 만의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47.436%(오후 6시 20분 기준)에 그쳤다. 학생회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단위는 총 94개 중 40개다. 이에 선관위는 1일(오늘) 오후 7시까지 투표 기간을 연장했다.

우리 대학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세칙)’ 제58조에 따르면 전체 선거권자의 절반 이상이 투표하지 않으면 선거를 무효로 한다. 이에 따라 1일(오늘) 오후 7시까지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한다면 선거가 무산된다. 현 상태로면 총학생회를 포함한 40개의 단위가 무산 위기에 놓인 것이다. 선거가 무산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된다.

학생들은 행사한 투표권이 무효가 될까 불안감을 표했다. A 씨는 “지금의 투표율로는 분명 출범하지 못하는 회장단도 생길 것”이라며 “사업 추진 저하,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의 공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불안한 것은 출마한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불어불문학과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김유민(불어불문학, 23) 씨는 “학과를 대표하는 학생회를 뽑는 선거에서 절반도 안 되는 투표율이 나오고 있다”며 “(당선되더라도) 내년 업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투표율이 저조한 건 대학 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 탓이다. 취업난 가중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활성화 등으로 대학 사회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줄다 보니 학생회 투표 참여 역시 낮다는 것이다. 강현규(경영학, 21) 씨는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 자체가 저조하고, 학생회를 불신하는 기조도 있는 것 같다”며 “경영대 선거는 늘 저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은 타 대학도 마찬가지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지난 11월 18일 투표율이 24.4%를 기록, 개표 요건에 미치지 못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지난해 충북대학교는 투표율 부족으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것에 이어, 보궐선거에서도 투표율 부족으로 선거가 무산됐다.

이에 투표 참여자 수가 유권자의 절반을 넘어야 선거가 유효하다는 세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시대와 동떨어진 과도한 기준이 선거 불확실성을 키우고 출마 후보와 투표 참여자에게 불리한 환경으로 작용해 오히려 학생 자치 활성화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B(경제학, 20) 씨는 “후보가 대표성과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지금의 양상은 후보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올해 학생회 선거를 총괄하는 중앙선관위 역시 규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지만,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했다. 중앙선관위 이준호(교육학, 19) 부위원장은 “2019년에 총학생회칙 전부개정 과정에서 선거 관련 개정에 특히나 의견 조율이 안 돼 개정에 실패했었다”며 “아직 우리 대학 학우분들은 50%에 공감대가 모이고 있는 것 같아 선거 관련 규정을 개정할 때에 중앙선관위나 중앙운영위원회에서만 결정할 게 아니라 많은 학우의 의견을 듣고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얻어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운동 방식에 ‘카카오톡’이 제외되는 등 제약이 과도했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개정된 총학생회 선거운동규칙 가운데 온라인 선거운동 매체에서 카카오톡이 삭제됨에 따라 총학생회 출마자들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에서 선거 유세를 할 수 없었다. 

기호 1번 ‘다원’ 이장은(정치외교학, 19) 정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약이 되는 부분들이 있어 학우분들께 더 다가가지 못한 것 같다”며 “더 다양한 방식을 도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기호 2번 ‘PNew’ 이창준(지질환경과학, 22) 정후보는 “지난 총학생회 선거의 경우 단선임에도 불구하고 50%를 넘었었다”며 “(이번 선거가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카카오톡’이 금지되는 등 다소 제약이 있어 학우분들을 만날 기회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씨는 “(투표율이 저조한 것에는) 총학생회 선거를 먼저 진행해야만 단과대, 학부 순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며 “무효표도 없이 투표를 진행한 것은 유권자가 선거권을 자유롭게 펼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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