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 여부와 재학 캠퍼스 등
-때 아닌 자격 비난·조롱 난무
-"공약 등 건설적 논의 필요"

우리 대학 총학생회 선거 출마자에 대한 조롱과 비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군필 여부나 재학 캠퍼스 등 선거와 무관한 논쟁이 난무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월 9일 우리 대학 제56대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기호 1번 선거본부(선본) ‘다원’과 기호 2번 선본 ‘PN:ew’가 출사표를 던졌다. 6년 만에 성사된 경선에 우리 대학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후보의 자격을 두고 때 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밀양캠퍼스 소속의 기호 1번 부후보 한성익(IT응용공학, 19) 씨를 ‘밀캠’, 군복무 이력이 없는 기호 2번 정후보 이창준(지질환경과학, 22) 씨를 ‘미필’로 지칭하며 두 후보를 조롱하기 시작한 것이다.

꾸준히 논쟁이 제기되는 모습. [출처: 에브리타임 갈무리]
꾸준히 논쟁이 제기되는 모습. [출처: 에브리타임 갈무리]

후보자 등록 이후 에브리타임에는 △‘밀양대가 부산대 총학을 왜 함?’ △‘미필 vs. 밀캠 매치 대단하다’ △‘미필이 총학회장해도 탈 안나냐’ 등 양 후보의 자격을 둘러싼 논쟁이 다수의 호응을 얻으며 벌어졌다. 댓글에서도 △사회대 뽑지 마셈 제발 △자연대는 뭐냐 △운동권 있냐 등 후보의 정책적 방향과 공약에 대한 언급은 없이 양 후보에 대한 날 선 비난과 조롱만이 오갔다. 지난 11월 16일 이후 선거 유세가 진행될수록 해당 주제를 언급하는 글의 빈도가 높아지고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 등 비난의 강도가 거세졌다.

이러한 논쟁에 동조하는 반응도 보인다.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추천수가 매번 수십 개를 넘어가고 댓글에서는 양 후보에 대한 추측 식의 비난 섞인 이야기가 오갔다. 유권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후보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나오면 불과 수 십초 안에 해당 후보에 대한 비판과 비방의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후보에 대한 마구잡이식 음해성 발언이나 행동을 일컫는 흑색선전과 후보에 대한 악의적인 폭로 등을 일컫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혼재하는 형국이다. A(해양학, 22) 씨는 “후보가 둘이 되다보니 괜한 트집으로 싸움을 만드는 것 같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러한 악의적 내용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모두가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밀양 캠퍼스 출신의 후보가 어떻게 총학이 될 수 있냐는 게시물에는 ‘왜 하면 안되냐’는 답글이 달리고 후보의 군 이력을 비난하는 경우에는 ‘군필이 아니라더라도 자질이 있으면 되지 않냐’ 등 건설적인 논의를 요구하는 답변이 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금세 각 후보에 대한 갖은 비방과 조롱을 멈추지는 못했다. 손영기(IT응용공학, 21) 씨는 “양 후보가 모두 캠퍼스의 소통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한 것 같다”면서도 “자격 논란에 가려져 후보자가 제시하는 건설적인 미래가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렇듯 총학 선거의 흐름이 네거티브 캠페인과 흑색광고로 넘어가는 원인은 △기성 정치의 반영 △코로나로 인한 학생 자치의 공백 등으로 지목됐다. 기성 정치권의 흑색선전 등을 학생들이 모방하고, 더군다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생 자치의 공백이 생기면서 민주적인 학생 자치의 전달을 막았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 김진영(정치외교학) 교수는 “선거는 무작정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닌 학생회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건설적인 방안과 정책을 제시하는 잔치와 같아야 한다”며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형태로 여론이 진행되는 것에 유권자도 스스로 성찰하고 (네거티브 여론이) 없어지도록 자정작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