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BK21 명사 특강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강연
-"창조 영역에서도 AI와 경쟁"
-"자신만의 것 찾을 수 있어야"
-"호기심 유발 훈련 교육 필요"

“AI와 경쟁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어야 한다.”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미래 세대 청년들에게 던진 결론이다.

지난 9월 8일 우리 대학 대학원혁신실은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를 초청해 대학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2023 BK21 GRAND 명사 특강’을 열었다. '열두 발자국 – 뇌과학에서 얻는 삶의 통찰'을 주제로 한 이날 특강에는 30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참석했다. 지난 2022년 KAIST에 새롭게 설립된 뇌인지과학과의 초대 학과장인 정 교수는 다양한 강연과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최신 과학 트렌드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 우리 대학 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어떻게 융합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승현 기자]
지난 9월 8일 우리 대학 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어떻게 융합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승현 기자]
지난 9월 8일 우리 대학 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뇌과학에서 얻는 삶의 통찰'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유승현 기자]
지난 9월 8일 우리 대학 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뇌과학에서 얻는 삶의 통찰'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유승현 기자]

■필수불가결한 인공지능

인공지능(AI)은 이제 단순히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최적의 효율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정 교수는 이 말과 함께 2020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알파고(AlphaGo)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최근 ‘알파폴드(Alpha-Fold)’라는 새로운 AI를 개발했다. 알파폴드는 염기서열을 통해 단백질 3D 구조를 예측해 기존 연구의 정확도를 뛰어넘었다. 정 교수는 “(이전의 연구 결과도)풍부한 경험과 과학적 통찰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 믿었는데, AI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을 만들어 냈다”며 “이제는 적당히 알고 인공지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제 AI가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AI는 사람의 의사 결정을 돕는 역할에 그쳤으나, 이제는 스스로 문제를 판단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과거 구글 AI는 단순히 사용자가 검색하는 내용과 가장 가까운 정보를 찾아주는 기능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생성형 AI’는 스스로 추론하며 사용자에게 가장 알맞은 정보와 내용을 추천한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이제 미래 세대의 마케팅은 사람이 아니라 ‘생성형 AI’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불평도, 휴식도, 파업도 하지 않는 AI’와 창작의 영역에서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산업 구조를 직면했다. 정 교수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DALL-E’나 ‘MIDJOURNY’ 등의 AI를 언급하며, 더 이상 사회는 사람에게 ‘AI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창작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은 지적 노동의 자동화와 대량 생산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며 “과거에는 20명이 했던 작업이라면, 이제는 대부분이 AI로 대체되고 6명 정도가 남은 작업을 보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물어진 현실과 디지털 경계

이어 정 교수는 지금의 세대가 ‘Atom(원자, 실제 세계)’과 ‘Bit(데이터 단위, 디지털 세계)’를 구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상 세계에도 현실처럼 자신의 자아상을 투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Atom과 Bit가 뒤섞인 세상에서 자라날 미래 세대에게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수많은 명품 회사가 가상 공간에 상품을 전시하기 시작해 이미 2조 달러에 달하는 시장이 만들어졌다”며 “요즘 사람들은 ‘디지털(Bit)’을 자신의 것이라고 인지하며, 그곳에 돈 쓰기를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8일 우리 대학에서 강연을 마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참석자들. [유승현 기자]
지난 9월 8일 우리 대학에서 강연을 마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참석자들. [유승현 기자]

이렇듯 제4차 산업혁명 속에선 Atom의 세계를 Bit가 대체하는 ‘지각 변동’이 발생한다. 창업에 필요한 자본의 비중은 작아지고, 기존과 전혀 다른 생산과 유통 구조가 생겨나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몇 대의 컴퓨터’만 있으면 웹사이트 하나의 시가 총액이 거대 기업과 견줄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를 두고 “제1차 산업혁명도, 제2차 산업혁명도 (산업 시대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름을 지었다”며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제껏 유례가 없던 ‘다가올 미래의 혁명’에 대한 선언”이라고 말했다.

■호기심을 기르는 훈련

정 교수는 앞으로의 사회에서 정보를 막힘없이 생성하는 일은 AI가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은 ‘주어진 시간 내에 머릿속에서 정보를 실수 없이 꺼내는 것’을 가르쳤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AI는 이 일을 보다 손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AI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회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질문들을 여러분에게 던진다”며 “여러분은 그럼에도 대체할 수 없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한국 교육에 대한 정 교수의 해답은 ‘호기심을 기르는 훈련’이었다. 질문을 하고 해답을 찾으면 뇌는 보상으로 도파민을 분비한다. 답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이득이 되는지에 관계없이 ‘질문-해결’의 구조만으로 사람은 기쁨을 느낀다. 이때 획득된 정보는 해마를 통해 장기기억으로 넘어갈 확률이 평소의 3배에 이른다. 정 교수는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지식에 대한 탐구 동기가 생기는 것이 인류 지성의 가장 위대한 점“이라며 “앞으로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는 이런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대학 대학원생을 위해 마련된 비교과 프로그램인 ‘2023 BK21 GRAND 명사 특강’은 학문 분야와 주제별로 3회에 걸쳐 전문가 초빙 강연을 개최한다. 이번 특강에는 김영하 작가(10월 18일)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10월 30일)이 각각 인문학과 국제 리더십을 주제로 우리 대학 강단에 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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