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BK21 명사 특강
-김영하 작가 강연
-"사회에 창의성은 필수적이지 않아"
-"창의성은 삶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능력"
-"예술을 통해 인생의 창의성 길러야"

“사람들에게 필요한 창의성은 ‘인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창의성’입니다” ‘예술과 창의성’을 주제로 우리 대학을 찾은 김영하 작가는 ‘사회의 발전을 위한 창의성’이 아닌 ‘개인의 행복을 위한 창의성’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18일 우리 대학 대학원혁신실은 대학 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김영하 작가를 초청해 ‘2023 BK21 GRAND 명사 특강’의 두 번째 강연을 진행했다. 유명한 작가의 초청 소식에 이날 특강에는 약 30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참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연극원 극작과 교수였던 김 작가는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각본 등을 집필했다.

​지난 10월 18일 우리 대학 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김영하 작가가 '예술과 창의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유승현 기자]
​지난 10월 18일 우리 대학 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김영하 작가가 '예술과 창의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유승현 기자]

■창의성은 사회 발전에 '필수'가 아니다

김 작가는 사회 발전을 위해선 창의성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회에서는 창의성과 동떨어진 윤리 의식이나 정치 감각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창의성의 스위치’를 끄고 살아가도 무방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끄고 사는 것이 나은 분야가 더 넓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인류는 몇만 년 동안 벼농사처럼 창의성을 별로 필요하지 않은 시기를 살아왔다”며 “사회를 굴러가게 만드는 동력은 창의성보다 윤리 의식, 정치 감각 또는 공감 능력”이라고 얘기했다.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다’는 사회적 통념 역시 생존자 편향의 오류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항상 생산적이고 유용한 것만 생성하는 ‘마법의 창의성’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진정한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를 더욱 많이 맛본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자신이 발표한 소설보다 실패해서 서랍에 넣어둔 소설이 5배 이상 많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는 “성공해서 아직도 남아있는 기업보단 ‘창의적’이었지만 실패한 기업들이 훨씬 많다”며 “오히려 실패한 창의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창의성의 생성 측면에서 인간보다 AI가 유리하다고도 덧붙였다. 웃긴 글을 쓰고 이상하게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누구도 AI를 비난하지 않기 때문에 더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창의성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생성형 AI가 등장함에 따라, 불과 몇 년 전까지 인공지능 시대엔 전문 지식이 필요한 직업군이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이 성행했던 것과 반대로 창의성에 있어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영역이 커졌다. 김 작가는 “창의성은 오히려 생성형 AI의 몫으로 돌아가고 우리가 자신에게서 발견해야 하는 능력은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능력이나 타인과의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아닐까”라며 질문을 던졌다.

지난 10월 18일 우리 대학 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김영하 작가가 '예술과 창의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유승현 기자]
지난 10월 18일 우리 대학 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김영하 작가가 '예술과 창의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유승현 기자]

■삶을 즐겁게 하는 인생의 창의성

김 작가는 창의성이 사회발전에 필수는 아니지만, 삶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라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에서 흥미로움을 느끼는데, 일어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바로 창의성의 영역이다. 그는 사람들이 틀 밖에서 사고하며 삶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인생의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불확실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창의적인 부분을 남겨둬야 어떤 삶을 살더라도 즐겁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은 타인과의 소통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상상력을 가지고 타인의 동기를 추정하는 사람은 상대의 의도나 감정을 헤아리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행동이 겉으로 볼 때는 단순하게 보여도 실제론 다양한 동기와 심리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상상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암기가 아니라 감정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에서 창의성을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예술 작품의 감상을 꼽았다. 우리는 성공한 영화나 뮤지컬을 볼 때 ‘저런 예술이 가능하구나’하는 자극을 받는데, 김 작가는 이를 ‘창의성의 안전한 아웃소싱’이라고 불렀다. 김 작가는 “누워서 영화를 보든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든 그것이 단순히 여유를 즐기는 일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인생의 창의성을 보완하는 과정이니 예술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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