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더 바빌론 비’에 출연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메타버스에 대해 “설득력 있는 활용 사례가 없다”며 비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해 62.8%에서 올해 47.2%로 지난 1년 사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열리며 주목받은 메타버스는 최근 곳곳에서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 메타버스는 ‘전례 없는 혁신적인 신기술’이 아니다. 이미 예전부터 비슷한 형태로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에 유행했던 플랫폼, 싸이월드도 본인을 투영한 아바타를 기반으로 미니홈피를 꾸미는 일종의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실제 인간과 혼동할 정도로 고퀄리티의 가상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단 점에서도 주목받았지만 1998년부터 사이버 가수 ‘아담’이 데뷔해 음반 20만 장을 판매하고, 광고에도 출연하는 등 이미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핫한 제페토, 본디는 우리가 어릴 적 했던 캐릭터 의상 코디하기 게임과 비슷하다. 즉, 메타버스는 과거의 것을 재현하는 데 불과하다.

이용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사람들은 가상 콘텐츠가 현실 세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현실감 있는 구현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어설프고 불편했다. 화상회의 속 아바타는 사람처럼 섬세한 행동과 표정을 표현하지 못했다.

메타버스로 정보를 제공한다 해서 전달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취업박람회를 열었는데, VR맵으로 구현된 박람회장을 방향키를 조정하며 돌아다닐 수 있고, 부스에 입장하면 화면에 해당 기업 채용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이 재생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냥 영상 링크를 띄워 주는 것과 뭐가 다르냐’, ‘마우스로 방향 바꿔야 해서 오히려 불편하고 피로하기만 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제도적 한계점도 해결되지 못했다. 의료계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술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술 부작용 위험을 줄이고 의대생 교육에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의료 메타버스가 크게 발전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의료는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 신기술에 불과한 메타버스를 온전히 믿을 수 없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은 메타버스를 ‘미래의 인터넷’이라며 ‘메타버스 없는 미래는 상상 불가능’, ‘메타버스 시대가 열린다’고 과대평가했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기계에게 조종당하길 원치 않는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챗GPT와 관련한 보도를 보며 메타버스를 혁신적인 기술로 포장하던 언론 보도가 떠오르는 건 그래서다. 인간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결과물이 될 순 없다. 이제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혁신 기술이 탄생했다며 열광하는 언론 보도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취재팀 신유준 기자
취재팀 신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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