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고 구단 '리브 샌드박스' 인터뷰
-전국 최초로 부산시와 연고제 협약
-"지역 연고제 도입은 숙명적 결정"
-"여러 지역 오가며 경기하게 되길"

‘리브 샌드박스’는 국내 e스포츠 구단 중 최초로 부산시와 지역 연고제 협약을 맺고 작년 7월 14일부터 부산을 연고지로 활동하고 있다. 리브 샌드박스는 부산 e스포츠 경기장 아레나(BRENA, 브레나)를 홈구장으로 팬뷰잉 파티, 박싱 데이 등의 행사를 개최하는 등 부산의 연고 구단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채널PNU’는 지난 10월 24일 e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리브 샌드박스 김인호 팀장(이하 김 팀장)과 권윤영 매니저(불어불문학 16, 졸업)(이하 권 매니저)를 우리 대학에서 직접 만나 리브 샌드박스와 지역 연고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리브 샌드박스 권윤영 매니저와 김인호 팀장(왼쪽부터)  [전형서 기자]
리브 샌드박스 권윤영 매니저와 김인호 팀장(왼쪽부터) [전형서 기자]

△국내 최초로 e스포츠에 지역 연고제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 팀장: 우선 게임이라는 문화가 스포츠로 넘어가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게임이라는 단어보단 e스포츠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 야구나 축구와 같은 다른 사례들과 비교해 봤을 때, 스포츠의 가장 큰 특징은 연고지를 기반으로 하고, 지역성을 가지는 것이다. 게임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스포츠 산업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로컬라이징(지역화)이 꼭 필요하기에, 지역 연고제는 숙명적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도시를 후보군으로 뒀을 것 같은데, 부산을 연고지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 팀장: 지역 연고지를 결정할 때 지자체가 게임 산업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팬덤층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도시인지 고려했다. 지역 팬들을 팬덤으로 끌어들였을 때 우리도 원하고, 지역 팬들도 즐거워할 수 있는 ‘윈윈’ 포인트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부산이 가장 적합하겠다고 생각해 최종 선정 후 부산으로 내려오게 됐다.

△‘국제신문’(지난 10월 24일자)과의 인터뷰에서 정희윤 단장이 “롯데 자이언츠 같은 구단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었다. 

-김 팀장: 그렇다. 리브 샌드박스는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아이파크 다음으로 부산을 연고지로 삼은 세 번째 구단이다. 롯데 자이언츠, 부산 아이파크 관계자들과 만나 소통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가장 막내 연고 구단으로서 그분들이 쌓아왔던 전처를 잘 따라가는 게 목표다.

△부산을 연고지로 하고 부산을 본사에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회는 수도권에서 열리고, 인프라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권 매니저: 부산을 연고지로 삼은 후, 원래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선수단 전원과 직원 모두 부산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나 카트라이더 팀의 경우, 오프라인 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리는데 오프라인 경기장이 모두 수도권에 있다. 한 주에 한두 경기는 무조건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까지 부산으로 내려오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 반면, 온라인으로 대회를 진행하는 레인보우 식스 팀이나 와일드리프트 팀은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팀을 창단하거나 대회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지역 연고지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연고지를 도입할 당시, 부산에서 게임단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역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곤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나.

-권 매니저: 레인보우 식스 팀이나 와일드리프트 팀은 실제로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오프라인 이벤트를 한 적이 없지만, 내년에는 레인보우 식스 팀의 팬 이벤트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지역 연고제 도입 후, 구단 운영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김 팀장: 첫 지역 연고제를 실시하다 보니 지자체와 시민,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부산에 내려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로 서울에서 열렸던 팬미팅을 부산에서도 개최하는 것이었다. 지난 10월 8일 ‘카트라이더 단체 결승전 뷰잉 파티’를 부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진행했다. 약 200명 정도의 부산 팬들이 오셨는데, 부산에서 열려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많이들 말해 주시더라. 지금은 팬들을 위해 ‘박싱데이’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 연고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김 팀장: 인력 수급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지역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e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았지만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들은 많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산대학교, 동아대학교와 MOU를 맺어 지역인재를 수급했다.

-권 매니저: 다른 e스포츠 팀들이 모두 서울에 있지 않나. 선수들이 계속 서울에서 지내오다가 부산으로 내려오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어려워하기도 했던 것 같다.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도입이 e스포츠 전반적인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 팀장: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면 게임 산업이지 스포츠 산업이 아니라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 영국의 EPL과 미국의 MLB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성공한 스포츠는 지역성을 가지고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게임 산업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스포츠화시키려면 지역 연고제는 필수적인 것 같다.
또, e스포츠를 두고 소수의 프로게이머만 먹고 살고 나머지는 매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생활 스포츠’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한민국같이 생활 스포츠를 육성 기관을 잘 갖추고 있는 곳이 없다. 페이커 선수도 말했지만, PC방이 전국에 다 깔려 있어 생활 스포츠의 거점의 육성 기관이 될 수 있다. 과몰입이나 중독을 예방하며 건강하게 생활 스포츠화 시킨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대중적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직접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이 ‘생활 스포츠’화를 위한 노력인가.

-김 팀장: 맞다. 구단으로서 프로게이머를 육성하고, 게임을 대중화시키는 것이 큰 목표다. 현재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게임 코치 아카데미라는 회사와 협력해 부산 e스포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또, 프로게이머의 경우 서울에 가야 해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위해 부산에서 직접 유망주를 육성하고 있다. 
생활 e스포츠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직장인과 학생의 동아리 베이스를 바탕으로 대중적 저변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흥미를 느껴야 직업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때문에, 이 두 과정이 투트랙으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을 위해 정부·지자체, e스포츠 구단이 각각 해야 할 노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 팀장: 본사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e스포츠를 관장하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밀접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안타까운 점은 기업적 차원에서의 e스포츠의 이해도가 있으면 호의적인데, 대부분의 공무원분들은 e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의 공무원분들이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다른 지자체들도 다른 구단을 유치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권 매니저: 현재 전국적으로 e스포츠 경기장이 지어지고 있다. 관련 지자체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게임사에서도 같이 노력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롤파크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모든 경기가 이루어지지만, 레인보우 식스 같은 경우 결승전을 대전 경기장에서 진행한다. 이처럼 미래에는 여러 지역을 오가면서 경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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