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양당제가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시민당이 180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103석. 이 둘만 합쳐도 283석이다.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지역구 253석 중 더불어민주당은 163석을 차지했다. 미래통합당은 8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정의당은 1석을, 무소속이 5석을 점유했다. 비례대표에선 거대 양당의 편법이 먹혀들었다. 비례대표 47석 중 미래한국당이 19석,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가져가, 11석만이 소수정당에게 남겨졌다. 위성정당이란 꼼수가 승리한 것이다.

또다시 소환된 양당제

전국 지도로 정당판세를 보면 빨강과 파랑으로 동서가 선명하게 갈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서울·경기권과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이, 강원도와 영남은 미래통합당이 접수했다. 지난 제20대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호남 지역도 다시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지역주의 구도가 깨진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전통적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북구·강서구갑) △박재호(남구을) △최인호(사하구갑) △김두관(경남 양산을) △김정호(경남 김해을)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높고 견고한 지역주의 벽을 넘지 못한 이가 더 많았다. 김부겸(대구 수성갑), 김영춘(부산 부산진갑) 후보 등이 분투했지만 결국 낙선했다.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다. 진보 텃밭 호남 지역에 출마한 이들 또한 지역주의를 극복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희망이 보이는 지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7곳에만 후보를 배출했던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에는 대구, 경북의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미래통합당도 호남 지역구 중 절반 정도에 후보자를 냈다. 이전의 무(無)공천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역주의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영남을 내줬지만,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슈퍼여당’이 됐다. 전체 의석 5분의 3을 넘어서는 거대 여당이 탄생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로 전례가 없다. 개헌을 뺀 입법활동에서 여당은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따라서 겉으로는 국회가 크게 둘로 나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의회권력은 민주당에게 쥐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임기 2년여를 남겨둔 문재인 정부가 국정 동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빛바랜 선거법 개정

비례대표 투표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소수정당의 진입을 원활하게 해줄 거라던 <공직선거법>(이하 선거법) 개정안은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부대신문> 제1598호(2020년 4월 7일자) 참조」 비례대표 47석 중 36석, 절반을 훌쩍 넘은 의석을 거대 양당이 가져갔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33.8%의 득표로 19석을,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33.3%의 득표로 17석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정의당이 9.6%의 득표로 5석 △국민의당이 6.7%의 득표로 3석을 △열린민주당이 5.4%의 득표로 3석을 가져갔다. 더불어민주당과 사실상 같은 계열로 여겨지는 열린민주당의 의석까지 합하면 여당은 20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한 상태다. 

이는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을 좌절시켰다. 미래통합당은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이라 밝히더니, 결국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던 더불어민주당도 망설이다 결국 같은 길을 선택했다. 꼼수에 꼼수로 대응한 것이다.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 규범들’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말했다. 각각 정치적 상대를 공존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법을 집행하는 데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관습을 뜻한다. 스티븐 교수는 이것들이 민주주의가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게 하는 가드레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그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이 흔들렸다. 정치적 상대에 대한 존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제도의 취지를 지키는 사람은 바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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