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사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가 온다] 그들의 선택이 인정받는 날을 위해
  • 백지호 기자
  • 승인 2018.09.02 03:30
  • 호수 1566
  • 댓글 0

현재 다양한 대체복무제도 안이 제기되고 있고, 일부 여론은 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용하는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는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지 알아봤다.

대안 없는 조항은 ‘위헌’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5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병역법> 제5조 1항은 병역 종류를 규정하는 조항으로, 해당 조항에서 인정되는 현역의 종류는 △군인 △의무경찰 △의무소방원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등으로 다양하다. 단, 모든 현역병은 4주간의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를 지적했다. 군사훈련이 포함되지 않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국회는 2019년까지 대체복무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그때까지 기존의 병역 종류에 기반을 둔 처벌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유효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이 판결에 강경선(한국방송통신대 법학)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자유 보장해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겪는 인권 침해를 해소하려면 대체복무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병역법> 제5조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개인이 인격적 확신을 갖고 있을 때 국가는 그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헌법> 제37조 2항에 명시돼 있다. 즉, 국가는 개인의 신념에 반하는 것을 강제적으로 요구할 때 다른 대안이 없는 지 충분히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갖고 있는 신념이 침해당하고 있었음에도 다른 대안을 만들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교도소에 수감해 왔다. 이러한 사실은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도 침해한다. 양심의 자유는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상황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비군사적인 업무로 국방의 의무에 기여할 대안을 얻지 못한 병역거부자에게 징역형을 부여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억압해 온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임재성 변호사는 “지금까지 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적 자유에 징역형으로 대응해 왔다”라며 “대체복무제도는 다양한 신념이 공존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된다”라고 전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대체복무제도를 규정하라고 권고해 왔다. △2006년 △2010년 △2011년 등 지속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 없이 처벌되는 것이 국제인권규약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2015년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누구든지 자신의 양심과 신념이 조화되지 않을 때 군복무의 면제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며 ‘국가는 군복무 대신 징벌적이지 않은 사회봉사 형태의 대체복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을 위협하지 않는다

대체복무제도가 넓은 의미의 국가 안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공공 업무에 종사한다면 이들을 교도소에 수용하는 것보다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된다면 집총으로 이행할 수 있는 병역 외 다양한 국방 업무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동원할 수 있다.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 김형남 팀장은 “총을 들고 병역에 임하는 것만이 국방의 의무가 아니다”라며 “살상무기를 들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방의 의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개선하는데도 대체복무제도가 기여할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2016년에 내놓은 <장병 의식 조사 보고서>에는 국방의 의무가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고 답한 장병이 48.7%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2014년 59.6%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는 현실과 맞지 않게 국방의 의무가 강제성을 띤 채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강경선 교수는 “권리와 자유가 극대화되지 못한 채 의무를 부과하면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라며 “대체복무제도로 다양하게 국방에 기여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과한다면 국방의 의무에 대한 피해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쉽지 않은 합의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에 시행한 <국민인권의식조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52.1%로 절반 이상이었다. 
  대체복무제도에 주된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병역에 특혜나 면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현재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현역 복무자들에게 상실감을 안길 수도 있다. 이에 우리미래당 오태양 비상대책위원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병역 기피자와는 다르다”라며 “이미 다양한 복무형태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4주간의 군사훈련을 포함하지 않는 대체복무도 형평성에 맞춰 현역 장병들의 상실감을 줄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개인적인 신념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개인이 갖는 고유한 마음의 영역으로 병역기피와 양심적 병역거부를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로 인해 대체복무제도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대법원 공개토론 자리에서 대법관과 검찰은 주관적인 양심이 <병역법>상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이미 법체계에서 가해자의 고의성 등 개인의 마음을 다양한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병역기피자가 현역과 형평성을 맞춘 대체복무제도에 지원할지도 의문이지만 지원하더라도 충분히 제도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첫걸음, 어떤 방향으로

 

대체복무제도 논의는 제도의 성격이 징벌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다. 지난달 22일 국방부는 ‘징벌적이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갖고 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비군사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기본 취지이기 때문이다. 김형남 팀장은 “대체복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교도소에 가고 있는 현실에 다른 선택지를 주는 것”이라며 “다른 처벌 용도로 사용된다면 유명무실한 제도다”라고 말했다.

다른 전제는 대체복무제도가 기존 현역 복무와 형평성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방의 의무로 인정하는 병역 업무보다 과도하게 쉬울 경우엔 사회적 합의를 마련할 수 없다.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는 “징벌적 목적이 아니어야 하는 것만큼 기존 현역과 형평성을 맞추는 것도 무시할 순 없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것들은 적절한 복무기간 설정으로 가능하다. 국제인권기준은 현역 복무의 1.5배가 적절하며 그 이상인 경우는 징벌적인 형태로 규정한다. 여론도 해당 비율에 동의하고 있다. 병무청이 작년 10월부터 11월까지 만 19세 이상의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응답이 67.8%로 가장 많았다. 현재 국방부는 기간을 현역병보다 1.5~2배로 하여 대체복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관련 시민단체는 복무기간이 1.5배 이상이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육군 현역병 21개월, 사회복무요원 24개월 등 현재 우리나라 현역병의 복무기간 자체가 과도하게 길기 때문이다. 오태양 비대위원장은 “복무 기간의 비율뿐만 아니라 절대량도 중요하다”라며 “외국보다 군 복무기간이 긴 상황에서 1.5배 이상은 과도하다”라고 전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할 업무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비전투적인 업무로서 공공에 기여할 수 있는 복무가 우선된다. 현재 국방부와 국회는 △소방 △교도소 △사회복지 △재난 구호 등의 업무를 검토하고 있다. 참여연대 홍정훈 활동가는 “비전투적인 분야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업무 강도나 낮은 임금 탓에 사회적으로 필요함에도 대중들이 꺼리는 업무를 맡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냈다. 국무총리 산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정 국가기관에 속할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맡는 업무가 다양하게 검토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대체복무제도에 필요한 수단으로 대상자 수를 제한하거나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 등이 논의돼야 한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도 시행 초기에 인원이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600~700명의 인원 제한을 고려한다. 또한 △종교인 △심리전문가 △법조인 등 외부 민간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도 조직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재성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대체복무가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면 제한과 규제는 완화될 것으로 본다”라며 “다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분명히 이러한 제한요건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결을 반기고 있다

백지호 기자  kkin4u0@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지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