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의 양심을 이유로 병역 이행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평화를 유지하고자 살생할 수 없다는 종교적 혹은 개인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모든 자연을 황폐화하는 전쟁을 거부한다’는 생태주의와 ‘남성성을 강요하는 군대문화’에 저항하는 성소수자들도 존재한다. 병무청이 발표한 자료는 우리나라에서 2013년부터 지난 5월까지 2,756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고 집계하고 있고, 그중 99%가 종교적인 신념으로 집총을 거부하고 있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려는 ‘병역기피자’와 달리 이들은 ‘양심’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다. 이때 쓰이는 ‘양심’은 일상에서 통용되는 의미가 아닌 법적 용어다. <헌법>은 양심을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한 마음’이라고 규정한다. 
현재 <병역법>은 비전투 분야의 현역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군복무 대신 징역을 살고 있다. 병무청이 발표한 위의 자료에는 2,756명 중에 1,776명이 징역을 선고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17년 전, 우리미래당 오태양 비대위원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병역을 거부했다. 이를 계기로, 병역거부자 문제는 특정 종교문제가 아닌 인권문제로 우리 사회에 대두됐다. 처음으로 병역거부자에 대한 논제를 던진 오태양 비대위원장을 만나봤다.

세상에 병역거부를 외치다

그는 이전부터 인권문제와 평화에 관심이 많았다. 또한 ‘생명을 해치지 말라’고 말하는 불교 신자이기도 하다.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대학생 때 평화 운동과 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했다. 그는 병역거부자들의 신념이나 소신이 병역거부 판결과정에서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는 “기계적으로 내려진 판결로 많은 사람들이 3년간 감옥에 가야 했고, 이는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라고 이런 상황을 지적했다. 

이후 그는 병역거부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병역거부는 그의 고민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참여해야 하는 4주간의 군사 훈련이 그의 신념과 맞지 않은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그는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선택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병역거부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단체의 대표였던 이석태 변호사도 이를 우려하고 만류할 정도였다. 병역 거부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불이익 그리고 전과자가 되는 현실이 가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병역거부자의 문제가 특정 종교의 문제가 아닌 인권 의제로서 사회에 비치길 바랐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

‘병역거부’의 꼬리표, 편견

군 면제나 특혜를 바라고 병역을 거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난 고생했는데 너희는 왜 안 하냐’라는 시선이 병역거부자들에게 매일 같이 쏟아진다. 그는 이런 상황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방의 의무가 신성하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청년들은 2년간 나라를 위해 봉사하지만 그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 병역거부자들도 똑같이 고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그들을 향한 악의적인 시선으로 이어진다. 그는 “병역거부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상대가 이해되지 않더라도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병역거부자 중에는 입대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입대 후 비전투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을 수용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현재 <병역법> 상 어떤 형태의 군 복무를 하던지 4주간의 기초 군사 훈련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병역거부자들은 기초 군사훈련을 피할 수 없어 자발적으로 감옥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는 교사를 꿈꿨지만 임용고시를 볼 수 없었다. 병역거부 선언 이후 실형을 선고받으며 5년간 공무담임권 응시를 포기했다. 그의 지인 중에는 현직 교사로 일하다가 병역거부를 하면서 파면당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교사라는 진로에 대한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후회는 없다”라며 “다음에도 선택해야 한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공존을 향해

그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병역거부자들은 국방의 의무 자체를 거부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양심적’이라는 용어에서도 오해를 받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는 게 양심적이면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비양심적이냐’라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이에 지난 17년 동안 오태양 비대위원장은 병역거부자의 진심을 알리면서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체복무제도와 관련한 논의가 입법 통과 직전까지 진행됐지만 끝을 맺지 못했다. 그 후 다음 정부에서는 해당 논의가 오히려 후퇴해 거의 백지상태가 되면서 그를 좌절시켰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는 그가 바라던 모습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온 것이다. 그는 대체복무제 마련을 통해 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감옥을 가는 일이 없어지길 바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관용과 공존의식이 마련되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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