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중독 재활치료 시설 '다르크'
-중독자들 모여 재활 노력하지만
-정부 지원 전무하고 운영난 심각
-저해 시설로 규정돼 악화일로

이미 한 번 마약에 중독된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드물다. 이들이 24시간 쉴 수 있는 보금자리인 민간 약물 중독재활센터 다르크마저 지난 몇 개월 사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약물과 멀어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이들이 발 디딜 곳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다르크(DARC, 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는 일본에서 시작된 민간 약물 중독재활센터로 중독 치료를 위한 주거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약물과 알코올 등의 중독을 끊어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 일반적인 가정환경에서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2년 일본 다르크 회원들의 모금을 바탕으로 서울에 처음 문을 열었다.

지난 21일 김해 다르크 '리born-House'를 방문해 한부식 원장을 만났다. [유승현 기자]
지난 21일 김해 다르크 '리born-House'를 방문해 한부식 원장을 만났다. [유승현 기자]
국내에 몇 곳 없는 다르크마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c)김신영 기자
국내에 몇 곳 없는 다르크마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c)김신영 기자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최선

지난 2월 21일 <채널PNU>는 경남 김해 소재의 다르크 리born-House를 방문해 한부식(57) 원장을 만났다. 18년 전 자신도 마약에 빠졌던 한 원장은 국립부곡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중독재활복지학과를 나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2020년 과거 자신과 같이 갈 곳 없는 이들을 돕기 위해 다르크를 개소했다. 그는 “1년 동안 입원해 있다가 퇴원을 했더니 (중독자를) 받아주는 시설이 없어서 갈 데가 없었다”며 “힘들어서 아무도 시설을 안 만들려 한다면 우리(중독자)들이 이런 시설을 만들면 안 될까”하는 생각에서 다르크를 열었다고 말했다.

다르크에선 중독을 경험한 이들이 함께 모여 유혹을 이겨내고 있다. 센터 출입은 자유롭다. 정해진 프로그램 시간 외에 입소자들은 하루에 3시간 자유롭게 산책하거나 개인 용무를 보기 위해 외출하기도 한다. 한 원장은 “자신의 의지로 중독을 이겨내는 것이 다르크의 핵심”이라며 “중독에 이끌려 얼마든지 다르크 밖을 향할 수 있지만, 그것을 참아내며 중독과 싸우는 것이 일반 치료시설과 다르크의 차이점”이라고 얘기했다.

입소자들은 다르크에서 ‘평범한 일상’을 경험한다. 이들은 밥을 나눠 먹고 그날의 일정에 따라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독서 토론을 하기도 하고, 마당에 꽃을 심는 원화 치료를 받거나 직업 훈련에 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자조모임(NA, Narcotics Anonymous)을 가지고 자신들이 겪었던 중독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다. 일반인에겐 평범한 일상이 그들에겐 특별하게 다가온다.

김해 다르크엔 수년간 다르크에 머무는 입소자도, 여러 번 나갔다가 다시 입소한 이도 있다. 자신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센터를 이용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현재 알코올 중독을 끊기 위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A 씨는 “다르크에 들어온 지 1년이 다 되어간다”며 “이제야 마음이 가라앉고 조금씩 평온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독 근절을 위한 환경 필요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원장은 “무엇보다 마약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독에서 빠져나오기가 너무나도 어렵다”며 “나는 운 좋게 병원에 가서 입원 치료도 받고 회복이 되었지만, 그때 병원에 100명 정도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회복된 사람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원장은 마약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재활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회복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류 치료보호기관 역할을 하는 병원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상담센터 △마약 중독자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NA △함께 생활하며 단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는 다르크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을 통해 약물 및 심리 치료를 받은 뒤 다르크와 NA로 사회와 다시 어울릴 준비가 된 이들은 중독 재발률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이 한 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 원장에 따르면 최근 마약 중독을 끊기 위해 다르크를 찾는 이들은 줄고 있다.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가는 이들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르크는 의료 시설이 아니다 보니 중독 치료 지정 병원에서 먼저 조처하지 않으면 새로운 입소자를 받을 수 없다. 한 원장은 “지금 다르크에는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기 위해 오신 분들밖에 없다”며 “원래 치료 병원에서 다르크라는 곳이 있다는 식으로 알려주는데 이걸 알려줄 치료 병원의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소자들은 주간 일정표의 프로그램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하루를 보낸다. [유승현 기자]
입소자들은 주간 일정표의 프로그램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하루를 보낸다. [유승현 기자]

■부족한 지원·줄어드는 입지

현재 다르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전무하다. 지난 4년간 다르크에서 중독자들의 생활을 위해 쓰이는 비용 대부분은 중독자 본인의 입소비와 한 원장의 사비로 충당됐다. 지자체나 마약퇴치본부 측의 지원도 없다시피 하다. 한 원장은 “다르크 같은 재활시설의 지원 비용이 마약 문제의 사회적 비용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고 말한다. 그는 “재소자 관리에 쓰이는 연간 비용이나 마약 사범들이 일으키는 범죄로 인한 비용보다 재활 시설에서 입소자 한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더 적다”고 얘기했다.

이런 다르크마저 대부분 문을 닫는 상황이다. 서울 다르크가 이전 과정에서 소송에 휩싸이며 재건축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지난 반 년간 국내 2곳의 다르크가 폐쇄됐다. 지난 9월 남양주시의 행정명령으로 경기도 다르크가 폐쇄 이전된 데 이어, 대구 다르크도 현재 폐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다르크가 시도된 △경기 △김해 △대구 △서울 목동 △인천 5곳 중 이제 ‘주거형 재활시설’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장소가 단 2곳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정신재활시설이 ‘교육환경 저해 시설’로 규정됐다. 지난 2월 6일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안이 발효되며 정신재활시설을 ‘교육환경 보호를 저해하는 행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으로 인해 이제 원칙적으로 정신재활시설은 학교로부터 200m 구간 내에 설치할 수 없다. 중독자들이 함께 거주하며 재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점차 교외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한 원장은 마약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늪’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나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이 마약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 누가 마약에 중독될지 모른다”며 “편견을 가지지 않고 타인의 다름을 인정해 주고 함께 나아가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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