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60%는 30대 이하
-매년 평균 연령 낮아지는 추세
-적발만큼 재활치료 중요하지만
-정부 지원과 시설 모두 미흡해

한국 마약 사범의 10명 중 6명은 30대 이하 청년이다. 마약 문제가 곧 청년 세대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청년 마약 중독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늘어나는 적발에 비해 예방과 재활치료 지원은 부족해 마약 중독을 근절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채널PNU>가 늘어나는 청년 마약과 전반적인 재활치료 지원 실태를 짚어봤다.

검찰청이 지난 2월 1일 발간한 ‘2023년도 12월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마약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이들은 20대와 30대였다. 2023년 한 해 동안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0대 8,368명(30.3%), 30대 6,683명(24.2%)으로 전체의 54.5%를 차지했다. 대마사범의 경우, 전체 사범의 78.2%가 30대 이하였다. 여기에 한국경찰학회가 마약류의 범죄 암수율을 28.7배가량으로 파악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해서 마약에 손을 대고 있는 이들은 집게된 자료 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단속된 마약 사범의 60%는 30대 이하 청년이었다. (c)김신영 기자
2023년 단속된 마약 사범의 60%는 30대 이하 청년이었다. (c)김신영 기자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조금만 뒤져도 마약 판매에 대한 정보가 튀어 나왔다. [유승현 기자]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조금만 뒤져도 마약 판매에 대한 정보가 튀어 나왔다. [유승현 기자]

■증가하는 청년 마약

현재 마약 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점차 마약 사범의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19세 이하 청소년과 20대 마약류 사범의 수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불어났다. 2018년 당시 143명이었던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23년 1,477명으로 1,000% 이상 늘었고, 20대도 2,118명에서 8,368명으로 395% 증가했다. 반면, 과거 전체 마약류 사범의 절반을 차지하던 40대 이상 마약 사범은 그 비율이 30%대로 줄어들었다.

청년층이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건 마약 유통 경로가 다양하진 것과 무관치 않다. 마약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살 수 있는 상품이 됐다. 지난달 채널PNU 취재진이 SNS 등에서 검색을 시도하니 어렵지 않게 마약을 유통하는 딜러에 닿을 수 있었다. 텔레그램을 활용한 비밀 대화방에는 노골적으로 마약의 용량과 가격을 버젓이 내놓고 있는 곳이 수두룩했다.

2022년 마약 백서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마약류 광고 단속은 각 100건을 넘겼지만, 여전히 마약 유통 업자들은 채팅 어플리케이션과 다크웹 등에서 활개 치고 있다. 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향정신의약품(향정)류도 마약 중독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전국 마약류 실태조사'(표본 5,000명)에 따르면 마약 경험자의 65% 가까이가 병원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의료용 향정류를 접하고 자신도 모르는 새 약물에 중독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범죄 이전에 ‘질병’

마약에 한번 중독되면 사용자의 일상과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지만 한국 정부는 마약을 적발하기에만 급급한 채 재활치료와 예방에 대한 논의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2022년 마약류 사범이 전년 대비 13.9% 증가하고 각종 마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검찰은 2022년 10월 △서울 △인천 △부산 △광주 4개 검찰청에 ‘마약 범죄 특별 수사팀’을 설치했다. 지난해 불거진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이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마약 범죄에 대해 “악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처벌할 것”이라 말하며, 마약 문제에 대한 무관용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마약 근절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마약 문제에 대한 해답이 처벌만이 아니라 예방과 재활치료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독과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최은상(생명과학) 교수는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사용자는 금단 증상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며 점차 중독된다”며 “중독자는 환각, 수면장애, 뇌 손상, 노화 촉진 등을 겪으며 심각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약은 높은 의존성 탓에 마약류에 한 번 중독되면 벗어나기 힘들 뿐 아니라, 벗어났다 하더라도 장기 기억 속의 마약에 대한 갈증은 언제든지 발현될 수 있다. 이러한 중독성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마약을 투여할 때 뇌 내에 분비되는 도파민, 글루타메이트와 같은 신경 물질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유포리아(Euphoria, 쾌감)가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마약을 중단하고, 유포리아가 감소하면 그 반동으로 디스포리아(Dysphoria, 불만족)라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찾아온다. 중독자들은 이 디스포리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마약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마약이 질병이라는 사실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마약이 청년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동기부여와 성취감, 열정을 앗아가고 있다”며 “마약을 끊는 최선의 방법은 ‘마약을 경험하지 않는 것’이며 교육을 통해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람들이 스스로 마약에서 멀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부산 지역 내에서 마약 중독 재활 치료를 받은 인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c) 김신영 기자
2022년 부산 지역 내에서 마약 중독 재활 치료를 받은 인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c) 김신영 기자

■부족한 치료 보호 기관

마약 문제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건 재범률이 높은 탓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평균 35.3%를 기록했다. 마약 사범으로 검거된 인원 3명 중 1명은 또다시 마약 문제로 재판장에 서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마약류 범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향정류 사범의 경우 재범률이 40%에 달한다. 이들 재범 중 72.6%는 1년 내에 다시 기소된 이들이다. 별도의 재활이나 치료 노력이 없다면, 출소한 마약 사범의 21%는 1년 내에 똑같은 이유로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중독자들이 마약 치료를 위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병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공시에 따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은 전국 26곳, 301개 병상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2년 기준 연간 10명 이상의 치료보호 실적을 보인 곳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창녕 국립부곡병원 2곳에 불과하다.

비수도권 상황은 더 열악하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까지 부산 내 유일한 치료보호 기관이었던 부산 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는 2018년부터 5년간 12명이었다. 2021년과 2022년의 치료 실적은 연간 1명에 불과했다. 부산시립정신병원의 경우 2023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치료 기관으로 지정된 곳이지만, 올해 2월까지도 치료를 받았거나 받는 환자는 없었다.

재활 및 치료 시설에 대한 지원도 여전히 부족하다. 올해부터 마약 치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현재로선 부실한 정부 지원과 인력난으로 기존의 치료 기관들도 하나둘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상담센터 증설 및 24시간 상담 기관 운영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 마약 문제 관리는 식약처에서, 치료는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는 등 전체적인 문제를 총괄할 부서도 모호한 상태다. 이에 대해 영남권 재활센터는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발견부터 사회 복귀까지를 돕기 위해 중독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연계해 통합사례관리를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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