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연구하지만 이번에도 투표권 없어
-공감대 있던 전남대는 큰 문제 없이 부여
-한교조 "추방된 자로 '걸림돌' 역할할 것"

제22대 총장선거를 앞두고 우리 대학 교수회가 규정한 ‘총장선거권 부여 범위’가 부당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여전하다. 총장선거에서 배제된 부당함을 수년 전부터 호소하는 강사들은 이번 선거를 두고 교수회와의 타협 자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추방된 자로서 부산대학교의 모든 과정에 걸림돌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9월 26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가 발표한 규탄 성명 [한교조 부산대분회 제공]
지난 9월 26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가 발표한 규탄 성명 [한교조 부산대분회 제공]
지난 9월 22일 교수회가 한교조 부산대분회에 보낸 의견서(좌)와 지난 10월 13일 교수회관에서 만난 김정구(정보컴퓨터공학) 교수회장(우). 교수회장은 교수평의원회와 관계자 면담 내용을 기반으로 의견서가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22일 교수회가 한교조 부산대분회에 보낸 의견서(왼쪽)와 지난 10월 13일 교수회관에서 만난 김정구(정보컴퓨터공학) 교수회장. 김 교수회장은 교수평의원회와 관계자 면담 내용을 기반으로 의견서가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30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한교조)는 교육법상 명백히 교원의 지위를 보장받는 강사를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우리 대학은 비정규교수로 규정되는 △강사 △초빙교수 △기금교수 △연구교수 등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앞서 지난 9월 26일 우리 대학 교수회는 총장 선거 반영 비율 변경 조인식을 열고 기존 선거권 반영 비율 증대를 요구하던 △학생 △교직원 △조교 등의 선거 투표 반영 비율을 늘렸으나, 강사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채널PNU> 2023년 9월 26일 보도).

■4년 전에도 같은 투쟁

강사들의 총장선거권 요구 투쟁은 지난 총장선거 때도 있었다. 제21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개정규정안 발표에서 강사의 선거권이 명시돼 있지 않아 문제가 제기됐다. 선거권이 없는 비정규교수 중에서도 강사는 법적으로 교원의 지위를 부여받고 있기 때문에 선거권이 없는 것은 명백한 권리 침해라는 주장이다. 당시 한교조는 강사의 투표권 부여 가부를 교수들 간의 투표로 정하겠다는 교수회의 입장 표명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단식 투쟁을 벌였다. 이후 교수평의회의 투표가 진행됐으나, 과반이 넘는 반대표가 나오며 강사들은 선거권을 가질 수 없게 됐다.

올해도 불거진 강사들의 선거권 요구 목소리에 교수회는 선거권을 부여하기 어렵단 입장을 확고히 했다. 지난 9월 22일 교수회가 한교조 측으로 보낸 의견서에 따르면 △교육공무원법에 강사 선거권 명시 부재 △지난 총장선거 당시와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점 △강사 선거권 부여에 대한 교내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 부족 △지난 총장선거에서 총장선거권 부여 여부에 대한 행정소속 기각 등의 근거로 선거권의 부여가 어려운 것으로 밝혔다. 우리 대학 의과대학의 기금교수 역시 같은 이유로 선거권 부여가 이뤄지지 않았다(<채널PNU 2023년 10월 6일 보도).

교수회는 강사 선거권 부여는 교수회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질적인 강사 선거권 부여를 위해선 교수회가 아니라 ‘대학본부’가 앞장서 학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구(정보컴퓨터공학) 교수회장은 “교수회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규정 개정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번 사안은 교수회에서 논할만한 범위를 넘어선다”며 “교수회는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와 단체협상을 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법 해석을 둘러싼 공방

지속되는 강사 선거권 논쟁에 강사 지위를 규정하는 교육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대학은 강사의 교원 신분을 보장하는 고등교육법과 교원의 범주에서 강사를 배제하는 교육공무원법을 모두 적용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은 14조 2항에서 강사의 지위에 대해 ‘‘교육공무원법’ 등을 적용할 때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공무원법 제24조에서 명시하는 총장 후보자 선정 절차인 ‘해당 대학 교원, 직원 및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의 ‘교원’에는 강사를 포함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책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 제14조의2 제2항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강사의) 교육공무원법 적용이 배제됨으로써 교원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우리 대학의 해석을 두고 한교조는 강사의 실질적인 업무 활동을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라고 비판한다. 다른 교원과 같은 수준의 임용 절차 및 강의와 연구를 진행하는 강사의 처우 개선을 고려해 2019년 고등교육법을 한 차례 개정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해석이란 것이다. 한교조 측은 “강사 배제 해석에 대해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며 14조 2항에 담긴 ‘교원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는 준용 조항에 배치되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다른 결정한 전남대

강사들의 총장선거권 투쟁은 다른 대학에서도 있었다. 전남대학교의 경우 전국 국립대학교 중 유일하게 2020년 치러진 제21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부터 강사의 총장선거권을 인정했다. 2019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해당 선거에서 전남대는 대학평의원회 내부 합의를 통해 강사에게 전임교원(교수) 대비 2%의 투표 비중을 할당했다. 한교조 박중렬 전남대분회장은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 이후 총장 선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참여해서 총장선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있었고 자연스레 강사가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교조 부산대분회는 현재까지 나온 교수회의 결정에 대해 선거권을 쟁취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9월 26일 성명문을 통해 “우리는 학교 당국이나 교수회에 의해서 ‘구성원들의 민주적으로 합의된 방식과 절차’를 이행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 자리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부산대학교의 모든 과정에 추방된 자로서의 걸림돌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또한 우리의 강제된 존재 규정과 관련한 법적인 모색도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분회장은 최근 <채널PNU>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사의 총장선거권은 비단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국립대학 전체의 문제”라며 “조만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회 회의가 열리는데 그때 구체적인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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