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제전문대학원 특강 연단 올라
-현 정부 대일 외교 정책 및 일본 정부 비판
-“日 역사 수정주의, 자국민에도 걸림돌”
-‘탈진실 시대’ 우려하며 진실 추구 강조

“현 정부는 일제의 전범 기업에 뿌리를 둔 피고들을 풀어줌으로써 우리 법치(rule of law)의 권위를 약화시켰습니다. 침착함을 유지(remain measured)하기 어렵습니다.”

강연이 진행중인 강경화 前 외교부 장관. [전형서 기자]
지난 4월 12일 우리 대학에서 '탈진실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강에 나선 강경화 전 장관. [전형서 기자]

지난 4월 12일 특강을 위해 우리 대학을 찾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현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강 전 장관은 “대법원은 민주정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권위”라며 “대법원의 결정은 그에 대해 동의하건 말건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6일 현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판결 해법’이 일본 기업의 책임을 명시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우리 대학 국제전문대학원(GSIS) 주최로 경제통상관에서 열린 이날 강연은 ‘글로벌 리더십 특별초청강연’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한국 최초 여성·비고시 출신 외교부 장관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최장수 장관을 역임한 강 전 장관은 ‘탈진실 시대의 리더십(Leadership in the Post-truth Era)’을 주제로 강연과 질의응답을 포함한 모든 과정을 영어로 진행했다.

강 전 장관은 일제강제동원 판결 해법을 두고 일본 정부 역시 ‘역사 수정주의(Historical Revisionism)’에 치우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장기적인 관계는 물론 일본과 일본 국민이 성숙한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것에도 걸림돌로 남을 것”이라며 “일본과 그 이웃인 한국 모두에게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특강에 들어간 강 전 장관은 ‘탈(脫)진실의 시대’를 주제로 다뤘다. 탈진실은 여론 형성에 있어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이나 감정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한 마디로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201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가짜뉴스가 급증하고 고도의 알고리즘을 동반한 SNS가 발달하며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4월 12일, 강연이 끝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경화 전 장관. [전형서 기자]
지난 4월 12일, 강연이 끝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경화 전 장관. [전형서 기자]

강 전 장관은 ‘탈진실’이 비단 미디어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와 외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상에 침투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 들어 팩트체크를 통해 거짓말이 드러날 때쯤에는 이미 기만적인 거짓말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며 거짓이 퍼지는 속도가 따라잡는 속도보다 빨라진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거짓말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 했다. 사실을 조작하는 것 자체가 쉬워졌기 때문에 독재 국가들은 물론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까지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푸틴 정권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독일의 사이버 공간에 폭격을 퍼붓고(bombarding) 있으며,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로 하여금 1·6 美 국회의사당 폭동을 일으키도록 선동해 지지기반을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예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가짜뉴스로 인한 ‘인포데믹(info-demic, 정보 전염병)’의 유행을 들었다. 음모론을 비롯한 가짜뉴스가 외국인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급속도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가 심각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의 5G 데이터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촉매다’라거나 ‘미국 혹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생물학 무기용으로 개발했다’와 같은 유인비어가 혐오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 역시 2020년 “코로나19도 공공의 적이지만, 가짜정보(disinformation)를 통한 ‘인포데믹’ 역시 마찬가지”라며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바 있다.

강 전 장관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에게 ‘진실 추구’와 ‘정직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탈(脫)진실의 시대일수록 상대의 신뢰와 존중을 얻으려면 더욱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진실성과 정직성이 결여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거짓말에 대한 문제의식과 수치심 역시 사라져가고 있다”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이지만, 이러한 자유 시장에서의 경쟁 역시 거짓말과 속임수가 아닌 정직함(truthfulness)과 진실 추구(truth-seeking)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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