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기업과 日 정부 사과 빠져
-"피해자 목소리 없는 배상안"
-매해 용서 구하는 독일과 비교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의 사과와 일본 피고 기업들의 배상 참여가 빠져있는 일본 강제동원(강제동원) 해법안을 발표하면서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6일 윤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국내 기업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발표한 해법안에는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 기업들의 배상 참여와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가 빠져 있다. 이에 청년들도 과거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기자회견 현장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동원 해법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갈무리]
지난 6일 열린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기자회견 현장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동원 해법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갈무리]
사진 설명 지난 3월 21일에 열린 '부산지역 대학생 1000인선언' 선포 기자회견에서 겨레하나 이승민 대표가 강제동원 해법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부산대학생 겨레하나 제공]
지난 3월 21일에 열린 '부산지역 대학생 1000인선언' 선포 기자회견에서 겨레하나 이승민 대표가 강제동원 해법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부산대학생 겨레하나 제공]

■“피해자 모욕”

윤 정부는 ‘제3자 변제’가 주요 내용인 해결책을 발표했다. 제3자 변제는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의 기부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받은 국내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배상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대상은 2018년 10월 대법원의 배상 확정을 받은 피해자 15명이다.

이는 피해자 측의 주요 요구 사항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결과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지난 3월 7일 강제동원 정부 해법 규탄 긴급 시국선언과 지난 3월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해법을 강하게 규탄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씨는 회의에서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그런 돈은 받지 않겠다”며 “윤석열은 한국 사람인가? 조선 사람인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년들도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안에 반발하고 있다. 조민성(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2) 씨는 “집권당이 교체됨에 따라 외교정책이 변화될 수는 있지만 이는 현재에 일어나는 사건에 국한되어야 한다”며 “과거에 발생한 국가의 아픔이 담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바꾸어 과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은 대통령으로서 삼갔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강우(역사교육, 19) 씨는 “정부가 발표한 해법에는 일본의 사죄와 배상이라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고려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자국 피해자의 목소리를 묵살하면서까지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현 정부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한 법리적 지적도 잇따른다. 연우법률사무소 황영일 대표변호사는 “채권자인 강제동원 피해자가 그런 돈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면 정당한 변제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가 돈 받기를 거부하거나 일본 제철회사가 채무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입법을 통해 지원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정부가 일본 제철회사의 채무를 굳이 대신 변제하겠다고 무리한 법리를 시도한 것이 문제”라며 “헌법 제10조에 따라 스스로 입법을 하고 지원책을 만드는 것이 법리에 맞는 해결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日, 강제동원 부정

윤 정부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했지만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3월 9일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어떤 것도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것들을 강제노동이라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기대하던 윤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 독일의 사례와도 비교된다. 독일은 1970년 12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사죄 행보를 보여 왔다. 독일이 저질렀던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국가와 강제동원 가해 기업들이 100억 마르크를 출연해 2000년 8월 EVZ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재단은 설립 이후 2007년 6월까지 100개국 160만 명 이상의 강제동원자에게 배상했다. 현재도 화해를 위한 프로젝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명분으로 많은 것을 내놓았다.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 △일본 정부의 사과 △WTO 제소 취하 등을 양보했지만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인다. 부산 대학생 겨레하나 이승민(기계공학, 18) 대표는 “강제동원 해법안을 대가로 형성된 3·16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 독도 영유권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의 청구서를 받아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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