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LCK 여성 프로게이머 전수진 씨 인터뷰
-지난해 12월 리브 샌드박스 입단
-닉네임 바꿔 'DangMoo'로 활동
-"챌린저스 서머 시즌 데뷔 목표"
-"솔로 랭크보다 팀 게임 즐거워"

e스포츠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프로게이머가 탄생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리브 샌드박스는 공식 SNS를 통해 유명 스트리머 ‘순당무(전수진·21세)'를 포함한 11인의 2023 LCK 통합 로스터를 발표했다. 국내 다른 e스포츠 리그에서는 여성 프로게이머가 등장한 적이 있지만 LCK에서는 좀처럼 등장하지 못했다. e스포츠계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과 함께 실력파 프로게이머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조된 분위기다.

최초의 LCK 여성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전수진 선수는 프로에 입단 전부터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걸로 유명하다. 스트리머로 활동하던 시절 챌린저(리그오브레전드 상위 300위)를 달성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고, '룰루'라는 챔피언(캐릭터)의 장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순당무'라는 이름으로 실력을 뽐내던 전수진은 프로에서는 ‘당무’(DangMoo)로 활동할 계획이다.

<채널PNU>는 지난 2월 16일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인 리브 샌드박스 ‘당무’ 전수진 선수와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 구글 미트(Google Meet)에서 만나 리브 샌드박스 입단 뒷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2월 16일, 구글 미트에서 리브 샌드박스 '당무' 전수진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월 16일, 구글 미트에서 리브 샌드박스 '당무' 전수진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2월 29일 리브 샌드박스에 입단한 DangMoo. [리브 샌드박스 제공]
지난 12월 29일 리브 샌드박스에 입단한 DangMoo. [리브 샌드박스 제공]

△기존에 사용하던 ‘순당무’ 대신 닉네임을 ‘당무’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원래 닉네임을 ‘순당무’로 하려고 했는데 영문으로 표기하기에는 너무 길었다. 다른 닉네임 할까 고민도 했지만 원래 하던 닉네임이 낫겠다고 생각해 ‘당무’를 사용하게 됐다.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롤에서 최고 목표가 챌린저였다. 챌린저라는 목표를 달성하니 이제 끝났다는 생각보단 조금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평소 프로 게임에 대한 관심도 많았기 때문에 챌린저를 달성한 이후, 프로들은 스크림(연습 게임)이나 입단 테스트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 좋은 기회가 와서 프로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로 팀 중 리브 샌드박스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브리온 1군 테스트에 한번 지원했었다. 브리온 1군 테스트 모집 글을 보고 테스트를 신청한 뒤 방송에서 이야기했었다. 그냥 지나가는 정도로 말했는데 사람들의 과장이 더해지며 커뮤니티에 다 퍼지게 됐다. 처음에는 '이 일이 이렇게 커질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리브 샌드박스로부터 테스트 제의를 받고 테스트를 보게 됐다.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리브 샌드박스에 입단하게 됐다.

△리브 샌드박스에서 여러 배려를 해 준다고 들었다. 
-프로에 입단하기 전부터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었다. 연습 시간 다 끝나고 개인 솔로 랭크 시간에 방송을 켜고 게임을 해도 되는지와 유튜브를 계속 운영해도 되는지를 물어봤는데 흔쾌히 승낙해 주었고, 그 외에도 배려를 많이 해 주는 것 같다.

△리브 샌드박스에 합류하고 숙소 생활을 한다고 들었다. 숙소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은 없는지 궁금하다.
-딱히 힘든 점은 없다. 숙소도 되게 좋아서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다.

△같이 연습하는 동료의 연령대가 어린 편이다. 보통 동료와 말을 할 때 먼저 다가가는 편인지, 아니면 동료들이 다가와 주는 편인지 궁금하다.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말을 많이 걸고 다가가려고 하려는 편이다.

△리브 샌드박스에 합류하면서 ‘LCK 최초의 여성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주목받는 것을 되게 낯간지러워한다. 그런데 그만큼 응원이랑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이기에 좋게 생각하고 있고, 과분한 사랑이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주목받는 상황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평소처럼 게임하는 거라 딱히 부담감은 없다. 그리고 한국과 해외 모두 여자 프로게이머가 있다 보니 괜찮은 것 같다.

△프로에 도전하는 나이치고는 조금 늦은 편이다. 압박감은 없나.
-압박감이 살짝 있긴 하지만 증명해 보고 싶다. 나이가 많아도 충분히 프로를 할 수 있고, 또 보여 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것이다.

△프로게이머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1순위로 두고 있는 목표가 무엇인가.
-1순위 목표는 LCK 챌린저스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다. 챌린저스 서머 시즌에 데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배우는 단계이기도 하고 팀 게임에 조금 더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훈련 중이다. 큰 목표는 역시 우승이다. 좋은 평가를 거두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오빠도 스트리머로 활동하고, 어머니도 롤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프로게이머로 합류하게 되었을 때 가족들 반응이 어땠나.
-오빠 같은 경우에는 테스트를 보기 전에는 “뭐? 네가 프로를 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고 말했었는데 막상 테스트 본다고 하니까 “그래. 잘해 봐라. 너 근데 약간 독기 있어서 잘할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조금 걱정하긴 했는데 하고 싶은 거 하라면서 열심히 해 보라고 했다. 주변 지인도 처음에는 "괜찮을까?" 싶은 반응이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선 잘할 거라면서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프로게이머로 도전하며 어떤 재미를 느끼고 있나.
-솔로 랭크에서 이기는 것보다 팀 게임에서 이기는 게 기분이 더 좋은 것 같다. 팀원들과 합을 맞춰 가는 것도 좋고, 콜 플레이 연습하는 것도 되게 재미있어 팀 게임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피드백을 통해서 못한 플레이를 고쳐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 부분을 고치면 내가 조금 더 성장하겠다는 뿌듯함도 있는 것 같다.

△솔로 랭크와 팀 게임은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는 한다. 프로로 입단하게 되면서 팀 게임을 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점이 있나.
-서포터(원거리 딜러를 보조하는 포지션)다 보니까 원거리 딜러(긴 사거리를 이용한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포지션)와의 합이 많이 중요한 것 같다. 원거리 딜러를 포함해 팀원들과 합을 맞추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점은 아직 잘 모르겠다.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차차 해결해 나갈 것 같다.

△크리에이터들끼리 팀 게임을 많이 해 본 걸로 안다. 크리에이터일 때의 팀 게임과 프로 입단 후 팀 게임의 차이점이 있다면.
-프로의 팀 게임은 보다 전문적이다. 크리에이터들끼리 하는 대회 같은 경우, 체계적이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을 보며 플레이하기 때문에, 상대 챔피언을 킬하는 것 위주로 게임하며 보통 후반까지 간다. 그런데 프로 게임 같은 경우, 초반에 실수하면 게임이 끝나 있다. 실수가 적은 팀이 이기는 느낌이라 처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처음을 어떻게 버티고, 다음은 어떻게 할지 설계하고, 그에 맞는 운영 방식을 선택해 플레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평소에 솔로 랭크에서는 '룰루'와 같은 유틸리티 챔피언(아군에게 도움을 주는 스킬을 사용하는 챔피언)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당무는 유틸리티 챔피언만 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의 '룰루 장인' 이미지 때문에 룰루로 많이 플레이하다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프로게이머이다 보니 여러 챔피언을 플레이하고, 챔피언 폭을 늘리며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 이미지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코치들은 당무 선수가 판단 능력과 적극적인 콜 플레이가 강점이라고 평가한다. 인 게임에서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타(대규모 교전)나 싸움 거는 각(적절한 타이밍)을 잘 보는 것 같다. 콜 플레이의 경우, 중학교 시절 대회 나갈 때부터 오더(팀 단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를 맡다 보니 자주 하게 됐고, 자주 하다 보니 잘하게 된 것 같다.

△요즘 메타(유저 사이에서 유행하는 플레이 흐름)가 바텀 라인전(맵 내 가장 아래 위치한 라인에서 플레이하며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유틸리티 챔피언도 자주 기용되고 있는 추세다. 당무 선수가 유틸리티 챔피언을 많이 플레이하는 만큼 강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 메타가 슬슬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틸리티 메타일 때는 힘을 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메타가 바뀌면 강점도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메타 바뀌는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할 것 같다.

△리브 샌드박스 입단 영상에서 슈퍼 플레이(플레이어가 인상적이며 화려한 플레이를 보였을 때를 지칭)를 해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슈퍼 플레이를 하고 싶거나 하기 좋다고 생각하는 챔피언이 있나.
-어느 챔피언이든 좋긴 한데, 이니시(적에게 싸움을 거는 행위)가 되는 챔피언이 슈퍼 플레이를 하기 좋은 것 같다. '라칸', '레오나' 그리고 '노틸러스'가 좋은 것 같다. 또 '애니'를 서포터로 플레이하는 것도 한 방이 있다 보니까 잘하면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솔로 랭크 하실 때도 리플레이를 많이 찾아보고 참고하는 걸로 알고 있다. 프로에 데뷔한 이후 다른 선수의 리플레이를 참고한다거나 장인 유저의 플레이를 참고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참고하고 있다. 지금 '라칸'을 연습하고 있어서 '라칸' 장인의 리플레이를 참고하기도 했고, '바드'  같은 경우에도 '바드' 장인의 리플레이도 많이 봤던 것 같다.

△닮고 싶은 롤모델 선수가 있나.
-두 선수가 있다. DRX의 베릴 선수와 T1의 케리아 선수이다. 베릴 선수 같은 경우에는 싸움을 거는 각을 굉장히 잘 보고 콜 플레이를 하는 게 매우 깔끔하다고 생각해 배우고 싶었다. 케리아 선수는 라인전부터 완벽하게 해내는 스타일이라 배우고 싶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게임을 해 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농심의 2군 지우 선수라고, 친한 원거리 딜러 선수가 있다. 지우 선수와 바텀(맵 내 가장 아래 위치한 라인)에서 같이 플레이하거나 상대해서 이겨 주고 싶다.

△3월에 아시아 대표로 나가는 해외 대회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팀원과 이제 합을 맞춰 가는 단계이다.

△서포터로 주로 활동하셨는데 해외 대회에는 정글(중립 지역을 중점으로 운용하는 포지션)로 나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처음에는 대회에 미드(중단 라인)로 나갈 생각이 있냐는 제의를 받았다. 원래 미드, 원거리 딜러 그리고 서포터까지는 할 줄 안다. 그런데 미드에는 저보다 잘한다고 생각되는 선수가 있더라. 팀의 미드, 서포터 선수 둘 다 잘하다 보니 남는 자리는 정글뿐이었다.
정글 같은 경우, 프로 경기를 많이 보다 보니 내가 이니시(싸움 시작) 거는 거나 각 보는 건 잘하니까 정글링(정글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플레이)만 잘 익히면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대회에 정글로 출전하게 됐다.

△프로에서도 서포터로 연습하고 있다. 해외 대회에는 정글로 나가게 됐는데, 이에 따른 어려움은 없나.
-숙련도가 없다 보니 어렵긴 하지만 나름 재미있다. 정글에 익숙해지면 (전반적인) 게임의 이해도가 조금 더 올라간다고 생각해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는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 드리려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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