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총선에서 ‘청년’은 공수표였다. 후보에서도, 정책공약에서도 소리만 요란했다. 부산은 이런 잔인함에 박차를 더한다. 총선을 위해 지역구 의원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놓지만, 청년을 위한 공약은 없거나 부실하기 때문이다. 부실한 공약은 부산에 남아있고 싶어 하는 청년들마저 붙잡지 못한다. 그렇게 청년들은 부산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 없는 부산

청년이 하나둘씩 부산을 떠나고 있다. 부산의 청년 인구는 2010년 86만 3천여 명에서 해마다 2만여 명 정도씩 줄어들어 10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부산이 서울과 광역시 6곳 중 최하위다.‘부산청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부산 청년 인구 비율은 21.0%로 전국 평균(21.9%)에도 못 미쳤다.

부산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취업이다. 일자리의 부족으로 부산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부산청년정책연구원이 작년 8월에 발행한 ‘부산시 청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부산 외 타 지역 이주 의향’을 밝힌 청년은 37.4%였다. 이들 대부분은 ‘일자리 부족’을 부산을 떠나고 싶은 이유로 꼽았다. 자기계발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24.9%로 높았다.

‘지역’, ‘청년’ 이중으로 외면받는

앞선‘부산시 청년 인식조사’에서 62.6%의 청년들은 부산에 남아있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선 지역 맞춤형 공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일자리 △문화 향유 △자기계발에 관한 정책이 제시된다면,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지역마다 발생하는 청년들의 문제가 다르니 요구되는 해결책도 달라야 한다”라며 “지역구 의원이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면, 청년들이 지역에 오랫동안 발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제21대 총선이 끝나도 부산은 청년을 잡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역 청년에 맞춘 공약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 나선 부산 지역구 의원 후보들이 내놓은 청년 공약은 구체적이지 못했다. 청년 공약을 내놓지 않은 후보도 많았다. 일부 후보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정당의 공약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다. 청년들의 표를 얻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한 후보는 제법 있었다. 그러나 뚜렷한 실천 방안이 있는 게 아닌 ‘체계적이고 다각적 추진’을 하겠다는 선언뿐이었다. 양미숙 사무처장은 “정부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어디서 재원을 마련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라고 전했다.

지역 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청년 공약이 똑같은 것도 문제다. 청년가치팩토리 이성훈 연구소장은 “지역마다 청년의 삶의 방향성이나 형태가 다른데 일자리, 주거 형태 등 포괄적인 청년 의제만 다루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 예로 문화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정작 현실성이 낮거나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들이 있다. ‘K-pop 공연장을 만들겠다’,‘세계젊은이의 거리를 조성하겠다’와 같은 공약들이다. 이성훈 연구소장은 “부산·울산·경남권 청년들이 느끼는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이 수도권 중심적이다”라며 “수도권에서 성공한 문화·콘텐츠 사례들을 지방에 적용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청년 정책이 사각지대가 되는 이유 

청년 관련 단체들은 현실성이 없거나 지역 상황과 거리가 먼 공약이 나오는 건, 지역 청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부산청년정책연구원 김덕열 이사장은 “청년을 대표하는 후보가 적은 와중, 나온 후보들은 청년 사안에 대한 관심이 없다”라며 “청년들의 고민과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에 있는 기성 세대가 변한 세태를 인식하지 못한 채 공약을 내세우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엄창환 대표는 “현재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서 사람들 의식 수준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라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데, 해결 방법은 이전 방식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연구원 손헌일 연구원은 “청년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정책 제안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며 “청년들이 체감 가능한 공약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활동도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청년의 참여율이 높다면, 자연스레 국회의원 후보들이 그에 맞는 공약을 제시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덕열 이사장은 “청년 스스로도 선거와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총선에서 부산 청년의 투표율이 높다면, 부산의 총선 출마자들이 맞춤형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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