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가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째다. 그러나 금융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세를 보인다. 지난 2월 부산광역시 오거돈 시장은 ‘부산광역시 금융중심지 지정 1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10년간 금융산업 성장이 정체됐 던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부산시가 금융중심지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 지원 외에도 부산시 차원에서 금융산업 육성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부산에 특화된 산업을 바탕으로 발전 전략을 수립해 부산의 투자가치를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산에 국제 금융기관과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

투자자 유치 위한 기반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부산의 도시 인프라를 확충해 투자자의 활동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로 △공항 △교통수단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투자자가 비즈니스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장우(경영학) 교수는 “부산은 글로벌투자자에게 매우 불편한 도시다”라며 “24시간 운영되는 국제공항을 확보하고 동부산과 서부산을 이어주는 도로를 만드는 등 도시 인프라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자를 위한 금융상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자가 부산의 금융상품에 자금을 유통하면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홍배(동서대 글로벌경영학) 교수는 “투자자를 유치한다면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서비스 회사들도 자연스럽게 유치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해양 인프라 활용 필요해"

해양산업을 기반으로 해양금융을 발전시켜야 한다. 부산은 해양산업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곳이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은 세계 5위 수준이다. 또한 전국 해양산업의 70%가 부산에 집중돼있다. 이 때문에 해양금융을 중심으로 부산 금융산업을 발전시킨다면 국내외의 타 도시와 비교했을 때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해양산업은 두 가지 분야로 나뉜다. 선박을 만드는 조선업과 선박을 이용해 무역을 하는 해운업이다. 이 산업들은 많은 자본금이 필요하다. 단일 기업의 자산만으로는 운영을 위한 자본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해양산업계는 자본금을 빌려줄 수 있는 투자자들과 금융거래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금융상품이 형성될 수 있다. 부산경제진흥원 부산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 박영호 센터장은 “조선사가 선박 건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린다”라며 “투자자들이 돈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채권을 금융시장에서 거래하면서 금융상품이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또한 발전한 해양금융을 기반으로 해양산업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금융대학원 이기환 원장은 “홍콩, 싱가포르 등 해양 인프라를 활용해 국제 금융중심지로 부상한 도시들의 사례를 참고해야한다”라며 “해양금융과 해양산업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라고 전했다.

활성화 필요한 파생 금융시장

파생 금융시장의 발전도 필요하다. 부산은 파생 금융시장이 발달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파생 금융이란 환율이나 금리, 주가 등의 전통적인 금융상품에서 파생돼 새로운 현금흐름을 가져다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2009년 부산은 서울(여의도)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이때 전통금융이 기반인 서울과의 차별화를 위해 파생 상품 특화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부산은 1999년부터 한국선물거래소(KOFEX)가 개장해 타 지역에 비해 파생 금융시장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의 국제금융센터(BIFC) 한국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과 채권들의 거래 흐름은 파생 상품을 만들기에 좋은 자원이다. 김홍배 교수는 “한국거래소의 파생 상품 거래 본부가 부산에 있다”라며 “이점을 살려 파생 금융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한다”라고 전했다.

부산시는 파생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작년 8월 파생 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파생 상품 거래를 위해서 △3,000만 원의 기본 예탁금과 △20시간의 사전 교육 △모의 거래 50시간 등 규제가 많아 투자 촉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시장 유입 촉진을 위해 규제 완화를 결정했다”라며 “규제 완화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시는 장외거래정보저장소(TR)를 2020년까지 설립할 것이라 발표했다. 장외거래정보저장소는 장외 파생 상품의 모든 거래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파생 상품으로 인한 금융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또 다른 대안, 핀테크 산업

*핀테크 산업 육성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된다. 핀테크 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6년 1분기에 핀테크 시장의 자금거래규모가 81억 달러였던 반면, 2018년 2분기의 자금거래규모는 317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핀테크 산업을 부산시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부산의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상임의장은 “핀테크 기술은 4차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라며 “부산의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핀테크 기술 육성이 필수적이다”라고 전했다. 

핀테크 산업의 육성을 위해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금융 규제 샌드박스)을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달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은 핀테크 기술을 테스트하는 경우 금융규제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핀테크 기술 사업자들에게 △사업 인·허가 △지배구조 △업무범위 △건전성 △영업행위 등에 대한 감독·검사 등을 2년의 테스트기간 동안 면제하는 것이다. 이유태(부경대 경영학) 교수는 “IT기업이 핀테크 기술을 연구하기에 금융 규제의 제약이 많았다”라며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은 IT기업이 핀테크 서비스 참여를 원활하게 해 핀테크 산업의 연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핀테크 : 금융(financial),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을 IT기술에 접목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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