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집 시리즈 > ② 우리나라와 일본의 빈집대책 비교 

< 빈집 시리즈 >
① 세계의 빈집 문제
② 우리나라와 일본의 빈집대책 비교 

빈집 문제가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각국은 빈집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빈집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정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완전한 빈집 대책이 마련되지는 못했다. 우리보다 먼저 방안을 강구한 일본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법>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사이 빈집 관련법이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이는 농어촌 지역에서 먼저 시작됐다. <농어촌 정비법>을 개정해 빈집 철거 및 정비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매년 빈집 발생현황을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철거를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도시 내 폐·공가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철거가 가능하다. 작년에는 <건축법>을 개정해 공익상 유해한 빈집을 지방자치단체장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내년부터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재우(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 교수는 “이전에는 제도권 정책 바깥에서 논의되던 빈집 문제가 최근 몇 년 사이 아주 빠르게 제도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 제정된 법이라 시행 규칙이나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충남연구원 지역도시연구부 임준홍 연구부장은 “초기에는 국가 재정지원이 요구된다”라며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법률은 재원확보와 지원에 대한 부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법적 정비가 이뤄졌다. 2015년부터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은 빈집과 ‘특정 빈집’을 구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빈집 중 상태가 심각한 주택을 특정 빈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며, 소유자가 빈집을 관리하도록 하는 단순 지원책을 넘어 과태료나 철거 이행 등 강제적인 방안도 갖춰져 있다. 국토교통성과 총무성도 지침을 만들어 기초자치단체가 빈집에 대한 대책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를 확충하거나 세금 제도상의 조치도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이동훈(서울과학기술대 건축공학) 교수는 “일본 중앙정부는 빈집에 대해 강력한 권한이 있다”라며 “단계별로 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강제집행도 가능해 공식적으로 독촉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정의>

우리나라는 인구주택총조사와 법률에서 정의하는 빈집이 다소 차이가 있다.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조사 당시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을, <건축법>에서는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이라 규정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권혁삼 수석 연구원은 <빈집의 활용 정책현황 및 특례법 제정동향>에서 ‘<건축법>과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빈집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장기간 방치된 빈집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욱 세분화된 기준으로 빈집을 규정하고 있다. 거주 여부를 떠나 정기적인 관리 여부까지 살피고 있다. 또한 빈집이 매매나 임대의 형태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지를 두고 판단하기도 한다. 나아가 주변의 안전, 위생, 경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까지도 빈집의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다.

 

<통계>

우리나라는 5년마다 실시되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빈집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빈집 관련 항목이 일부 추가돼 2010년부터는 주택 종류별 △빈집 수 △비어있는 기간 △빈집이 된 사유 등 읍면동 단위로 집계가 가능한 상황이다. 심재승(청주대 행정학) 교수는 “집합주택과 개인 주택의 구분 등 주택 구조상의 구분이 되지 않아 빈집의 실질적인 문제를 실질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일본도 이와 유사하게 총무성에서 실시하는 주택·토지 통계조사로 빈집을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시정촌(市町村)도 지역 내 빈집의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 자치단체 간의 분담도 이뤄져있다. 빈집의 현황 및 관리 상태는 시정촌이 주도하고, 우리나라의 광역시도에 해당하는 도도부현(都道府縣)은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기술적 조언과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우리나라와 일본은 중앙정부의 빈집 조례 제정 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노력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우리나라는 작년 10월 기준으로 39개의 시군구에서 빈집 조례를 제정하고 있으며, 구단위 조례를 제외하면 부산광역시가 2013년에 가장 먼저 빈집 정비 지원 조례를 마련했다. 부산광역시는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가구에 주변 시세의 반값으로 임대해주는 ‘햇살둥지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어서 2015년 서울특별시, 작년 광주광역시 및 경상남도 등이 빈집 조례를 마련했으나, 지방자치단체 정책은 빈집의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 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심교언(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빈집 정책은 개선돼야할 점이 많다”라며 “빈집 고치기나 리모델링은 일부 빈집에만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이고 전했다. 심재승 교수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빈집 문제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라며 “여태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성장을 전제로 정책을 수립했는데, 이제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빈집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집 문제 대책마련에 지방자치단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임준홍 연구부장은 “빈집 문제는 해당 시군의 문제”라며 “주거기능이 문제가 돼 외면 받은 빈집을 다시 주택기능으로 사용하기보다 주차장이나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활용해 지역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역 현황에 맞게 빈집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이며, 대표적인 일본의 빈집 대책으로는 ‘빈집 뱅크’가 있다. 빈집 소유자가 집을 임대하거나 판매하기를 원할 때 여기에 등록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리모델링 자금을 지원하고, 정보를 공개해 구매자나 임차인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교토시의 빈집 정책이 두드러진다. 교토시는 빈집이 2013년 14%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빈집 조례 기본 이념을 네 가지로 요약해 △공공 가치 실현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목표로 빈집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토시청 차원에서는 학자·전문가·사업자 등 다양한 주체로 구성된 ‘교토시 빈집 등 대책 의회’를 결성해 주기적으로 교토 내 빈집에 대해 논의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공모 받기도 한다. 실제로 우수한 제안을 적용하는 ‘빈집활용-마을만들기 모델 프로젝트’가 시행되기도 했다. 작년부터는 온·오프라인으로 만화로 표현된 빈집 문제 관련 책자를 배부하고 있다. 교토시청 도시계획국 마을재생·창조추진실 야타베 마모루(矢田部 衛) 빈집대책 과장은 “고정 자산세를 파악해 토지나 집 소유자에게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라며 “책자 발행 이후 관련 문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빈집 대책이 주민이나 지역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역 NPO(Non Profit Organization), 주민협의회, 지원기구가 나서 활용 방안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교토시 내 ‘히가시야마’라는 지역은 독자적으로 빈집 관련 책자를 만들어 발행하는 등 빈집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역예술가들이 ‘히가시야마 공간예술 서비스(HAPS)’라는 단체를 설립해 비어있는 주거 공간을 새로운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거형태가 많은 반면, 일본은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일본의 대책이 모두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빈집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한다면 빈집의 위협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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