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 총장이 우리 학교를 포함한 부산지역 4개 국립대학을 연합체제로 운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교육 약화나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우려 등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22일 <부대신문>은 전호환 총장을 만나 연합대학 체제의 △진행 상황 △부작용 △학내구성원 의견수렴 방식 등에 대해 들어봤다.

△ 교육부로부터 임명받은 지 3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총장직을 수행한 소감이 어떤가?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총장직을 진정으로 원해서 지원했고, 임명 전부터 하고 싶었던 사업들이 많았다. 우선 현안부터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최근에는 대외협력부총장직을 맡아줄 사람으로 외부 인사를 초청했다. 우리 학교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불러들인 것이다. 유능한 제3자에게 우리 학교의 업무를 부탁하고 처리하는 것도 총장의 역할 중 하나라 생각한다.

△ 총장 취임사에서 언급한 ‘부산지역 국립 연합대학 체제(안)’이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상태는 아니다. 총장 취임사에서는 나의 비전을 밝힌 것이고, 그 이후에는 상황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구성원이 반대하면 할 수 없다. 내 의견만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그러나 최소한 설득하는 과정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개강 이후 전체적인 구상안을 학내구성원들에게 밝힐 예정이다. 공론화를 통해 연합체제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싶다. 이와 같은 소통을 위해 ‘부산대학 발전협의체’를 구상하고 있다.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대학본부에서 각 4명씩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연합체제의 실제적인 논의대상이 되는 △부경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 △부산교육대학교와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 지난달 22일 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서 해당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고, 실무자들끼리 대화를 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다른 대학의 기획처에서도 몇 번 대화를 요청해왔다. 그렇게 만나서 대화를 했을 때에도 깊게 이야기 한 적은 없고, 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만 한 것이었다. 이제부터 대화를 해나가겠다고 이해를 해주면 좋겠다. 다른 대학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주도할 수도 없는 것이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면서 진행하겠다.

△ 연합대학 체제의 첫 단계로 대학 도서관의 역할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연합대학 체제의 가장 현실적인 첫 단계가 도서관 연합운영이다. 도서관은 얼마든지 다른 대학에 편의를 봐줄 수 있지 않나. 사이버 도서관을 운영하고 대학 간 상호대차 활성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도서관 개방 외에도 MOOK를 이용한 강의자료 공유, 실험실 개방과 같은 방안을 생각해봤다. 대학 전체를 통합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근차근 시작하려고 한다.

△ 사업 추진의 주된 이유로 고등교육 시장의 학령인구 감소를 들었다. 연합 체제 사업은 이 문제를 어떻게 타파할 수 있나?
연합대학 체제로 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2005년도 출생자가 어림잡아 43만 명인데 그들이 만 18세가 되는 연도는 2023년도이다. 이들 중 대학에 오는 인원은 24만 명 정도로 추산할 수 있는데, 현재 대학 진학자 수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물론 시장논리에 비춰봤을 때 입학 정원이 이렇게 줄어들어도 부산대학교는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립대학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합대학을 추진 중이다.
지역인재에게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데에도 의의를 둘 수 있다. 2006년 밀양대학교와 부산대학교가 합쳐지면서 생겼던 부작용 중 하나가 인구 공동화 현상이다. 통합 이후 밀양캠퍼스의 입학성적이 올라갔고, 밀양 내에서 대학을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버렸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연합대학을 운영하면 이렇게 곧바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부작용이 덜하고, 실익만 취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 이외에 연합대학이 필요한 다른 이유가 있나?
대학 재정의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현재 우리 학교의 재정이 연간 3천억 원 정도 된다. 4개의 대학이 합쳐지면 서울대학교와 같은 재정 규모를 이룰 수 있다. 총장으로서의 목표 중 하나가 부산대학교의 명성을 되찾자는 것이므로, 재정 규모의 경쟁력을 키워 이러한 목표를 이루겠다.

△ 지역 중소 규모 대학들은 해당 사업을 두고, 특성화 분야가 무시돼 공교육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 조치 없이 시장논리에만 따른다면, 오히려 더 열악한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 판단했다. 개구리 우화도 있지 않는가. 냄비 속 개구리는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줄도 모르다가, 어느 순간 목숨을 잃는다. 그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 자칫 ‘국립대학 법인화’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학교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법인화가 된다면 우리 학교는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법인화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정부에서도 법인화는 반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법인화를 하면 국가재정에도 타격이 있다. 법인화로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 누구도 지금 법인화를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다.

△ 우리 학교 총학생회, 단과대학 학생회에서는 연합대학 체제를 두고 국립대 통폐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생회에서는 사전에 대화 요청을 일절 하지 않았다. 대화 요청이 없었는데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겠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먼저 대화를 하자고 요청을 하겠다. 이제부터 학생들과도 구체적으로 협의를 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 지난 4일 총학생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학내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약속했다. 그 방식과 절차 등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직은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라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논의자체를 막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대학교 발전협의체를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해 토론회를 열 것이다. 학생들을 포함한 학내구성원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 단과대학별로도 의견을 듣고 대화를 시도하려고 한다. 또 개강 이후에는 ‘총장과의 오픈 토크’를 통해 학생들과 주제에 한정되지 않는 대화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부대신문>은 다음달 12일(월) 발행되는 1528호에서 국립 연합대학 체제에 대한 학생 설문조사 결과와 총학생회 유영현(철학 11) 회장의 인터뷰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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