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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북경남 송전선 시리즈] 주민들의 눈물길, 765kV 송전로를 따라 걷다[신고리-북경남 송전선 시리즈] ②송전선로를 따라 생겨나는 갈등
  • 사회부공동취재단
  • 승인 2015.09.14 02:16
  • 호수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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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와 북경남 변전소 사이를 잇는 765kV 송전선로. 이 송전선을 잇기 위해 2008년부터 시작된 송전탑 공사는 작년에 모두 완공됐다. 하지만 각 지역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에서부터 경남 창녕군까지 늘어선 총 161개의 송전탑, <부대신문>은 이 송전탑들을 안고 있는 마을에 찾아가 봤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송전탑 33기 / 정관면 달산리·매학리, 철마면 임기리, 장안읍 월내리 등 지역
늦은 오후에 기장군 정관신도시를 찾았다. 따사로운 햇살 사이로 송전탑들이 보였다. 아파트 바로 뒤 산에는 7기 송전탑이 늘어서 있었고, 그물 같은 전기선들이 송전탑 사이를 잇고 있었다. 아파트로 가는 상가 사이사이에서도 송전탑의 모습이 보였다. 기장에는 765kV 송전탑 33기가 건설돼 있었다. 하지만 765kV 외에도 송전탑은 많다. 고리원전이 위치해 있어 송전선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자,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엄마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전자파의 인체의 유해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양정혜(기장군, 21) 씨는 “송전탑이 있어서 불안하다”며 “정관신도시에는 가족 단위가 많이 살아서 부모들이 자녀의 건강을 걱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송전탑을 향해 카메라를 들자, 부동산 관계자는 “뭘 찍는 거냐”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기장군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다 한전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한전이 ‘법적 근거 없이 공사를 방해한다’며 기장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기장군수는 송전탑 5기 건설을 허가하는 대신 한전의 소송을 취하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당시 마을 주민들은 이 합의 내용에 대해 모르고 있는 상태여서 ‘이면 합의서’라는 논란을 낳았다. 당시 오규석 기장 군수는 합의서의 존재 여부 자체를 모른다고 부인했지만, 해당 합의서가 공개되면서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남 양산시
송전탑 45기 / 동면 법기리, 원동면 선리, 상북면 대석리·좌삼리·내석리, 하북면 용연리, 삼성동 호계동 등 지역
경남 양산시 동면을 찾아갔다. 양산IC 입구에 들어서자 아파트 뒤로 늘어선 송전탑들이 보였다. 주민들은 아파트 주변에서 식당, 카페 등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육교에 올라가자 아파트 뒤 송전탑들이 거대하게 다가왔다. 주변은 송전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양산 지역에는 765kV 송전탑 45기를 포함해 552기의 송전탑이 있다. 주변 대도시인 부산, 울산보다도 많은 수의 송전탑이 지나가는 것이다. 이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와 울산 화력 발전소에서 시작된 송전선로가 양산을 지나 밀양, 창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역에 위치한 송전탑에 익숙해져 있었다. 정도연(경남 양산시, 22) 씨 역시 “아파트에서 한눈에 송전탑들이 보여도 익숙해져 무신경하게 지냈다”며 “생각해 보면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거·생활시설 바로 송전탑이 옆에 있어서 불안을 표하는 주민도 있었다. 백은미(경남 양산시, 53) 씨는 “아파트 뒤와 집 앞 다방천 둑길에 큰 송전탑이 있다”며 “생활권 가까이에 위치하다 보니 건강에 안 좋을까 봐 염려가 된다”고 전했다.
양산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고압 송전선의 인체 유해성과 도시 미관을 훼손 등을 이유로 지중화를 요구했다. 작년 동면 극동아파트 주민과 웅상읍 4동 주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765kV 송전탑 지중화를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은 765kV 송전선로 지중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고, 공사 비용이 막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남 밀양시
송전탑 69기 / 단장면 사연리·평리, 산외면 보라리·박산리, 상동면 금호리·여수리, 부북면 위양리·대항리 등 지역
102번 송전탑은 밀양시 단장면 보라마을의 논 한가운데 서 있었다. 송전탑 주위로 낮은 펜스가 하나 설치돼 있었는데, 논과 송전탑의 경계가 어색해 보였다. 마치 논이 송전탑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것만 같았다. 마을 곳곳에 놓인 거대한 송전탑은 주민들이 사는 집과 자연 풍경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주민들이 모여 담화를 나누는 마을회관 옆에도, 산 경사를 따라 뾰족한 가시가 박힌 것처럼 송전탑들이 서 있었다.
밀양시를 관통하는 송전선로는 단장면을 포함해 총 5개의 면을 지나간다. 총 69기의 송전탑이 건설된 20개의 마을에는 3,427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2008년 7월부터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전력공사와 밀양시 주민의 갈등이 극에 달한 2012년에는 보라마을 주민 이치우 씨가 분신자살을 하기도 했다.
주민의 반대가 계속되자, 작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이 실시됐다. 송전선로 농성장을 철거하기 위해 경찰 2,000여 명과 한국전력공사 직원 250명이 투입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밀양 주민 20여 명이 실신하고 부상을 입기도 했다. 구미현(경남 밀양시, 67) 씨는 “송전탑 건설 당시 경찰과 직원들이 나이 든 할머니들을 밀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반대 운동에도 건설이 강행되던 송전탑 69기는 작년 9월에 모두 완공됐다. 하지만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반대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경남 창녕군
송전탑 9기 / 도천면 덕곡리, 성산면 대산리 등 지역
아름다운 풍격 덕분에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던 창녕군 성산면 대산리. 찬란한 풍경 속에 어울리지 않는 송전탑들이 우뚝 서 있었다. 낮은 언덕 위에 송전탑들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8기의 송전탑이 한 시야에 들어왔다. 언덕 바로 아래에는 논밭과 농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는 2008년부터 송전탑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창녕군 성산면에 있는 북경남 변전소까지 전력을 송전하기 위해서다.
월곡 저수지 뒷산에도 송전탑들이 늘어서 있었다. 저수지 옆 월곡 마을회관에는 이헌구(창녕군, 50) 이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원래 예정된 철탑 건설 부지는 지금보다 더 마을과 가까웠다”며 “주민들이 계속 반대해서 그나마 송전탑 건설 위치가 산 쪽으로 더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송전탑에서 웅웅 소리가 난다”고 덧붙였다.
작년, 대산리 안심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했다. ‘주민설명회 당시 송전탑이 마을 가까이 지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을 앞뒤로 송전선이 지나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한전 관계자는 사전에 합의가 이뤄졌고, 이미 합의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송전탑 사업 시공 이후부터 생활용수가 한동안 나오지 않아 불편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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